2015. 8. 18. 08:00ㆍ스페인 여행기 2014/메리다
메리다의 오늘 날씨가 무척 좋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을 2천 년 전의 유물을 구경한다는 일은 가슴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요.
일명 로마 극장이라는 떼아뜨로 로마노 데 메리다(Teatro Romano de Mérida)를 오늘도
구경 중인데 그냥 슬쩍 지나칠 수 있지만, 너무 아름답고 아직도 예전의 모습을
볼 수 있기에 구경하는 중입니다.
로마에 가야만 로마 유적을 볼 수 있나요?
여기처럼 메리다는 로마 유적의 박물관인걸요.
개인적으로 아직 이탈리아에는 가보지 못했기에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이 정도의 유물이
이탈리아가 아닌 곳에 무더기로 있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모습이 아니겠어요?
어제 보았던 출입구의 반대쪽인 남쪽에도 같은 모양의 출입구가 있네요.
출입구 상인방인 린텔에 라틴어로 쓴 글자가 보입니다.
"M : AGRIPPA F COS lll TRIB POT lll"
이 말은 Lucil의 아들 마르쿠스 아그리파. 세 번의 집정관을 맡았으며 세 번의 호민관을 역임했다."
라는 의미라 하는데 로마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친구이자 부관이며 사위로
메리다 건설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그의 얼굴 석고상은 화가 지망생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연습용 석고상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네요.
그 말은 얼굴이 조각처럼 잘생겼다는 말이잖아요.
지금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곳이 무대 뒤에 있는 공중 화장실이랍니다.
여행을 다니다 보니 옛날 화장실까지 관광자원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2천 년이나 지났기에 냄새를 나지 않습니다.
나지막한 언덕을 배경으로 아그리파에 의해 로마 극장이 개관되고 건축 양식은
비투루비우스(Viturvius) 양식인 Vitruvian이라고 한다네요.
처음 이 도시는 아우구스투스가 명령을 내려 기원전 25년에 제5군단과 제10군단의
퇴역병을 이주시킴으로 시작되었다네요.
처음에는 푸블리우스 카리시우스라는 군인을 이 도시의 행정책임자로 임명했지만,
도시의 건설책임자로 아그리파가 오며 주도적으로 건설한 계획도시가 되었다네요.
그랬기에 이곳 메리다에 사는 주민은 스스로 로마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는 로마시대의 건축가로 더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보통 건축을 할 때 기둥을 어떤 양식으로 하느냐가 가장 큰 결정사항이라고 하네요.
도리아식 기둥은 남자 몸의 비율을 본 딴 것으로 기둥의 높이와 지름의 비율은 6:1로 정했다 합니다.
그 이유가 보통 남자의 경우 키가 발 길이의 6배에 해당한다는 점에 근거를 두었다 합니다.
건축에도 인간 몸의 비율을 적용하다니 정말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여자의 8등신 몸매를 보고 그 비율로 만든 기둥은 없을까요?
왜 없겠어요.
바로 그 유명한 이오니아식 기둥이 여자 신체의 비율을 보고 만든 것이라네요.
여성의 신체 비율인 8:1을 가장 완벽한 신체라고 하지만,
헐!!! 그게 어디 서양만의 기준이 아니겠어요?
동양에서는 아주 드문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흔히 미인의 기준이라는 팔등신이라고 하는 체형 아니겠어요?
분명히 팔등신이라고 했지 여덟 등신이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도리아식도 이오니아식 아닌 코린트식 기둥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로마인은 워낙 화려한 것을 좋아하기에 파르테논 신전처럼 우람하고 밋밋한 남성미인
도리아식보다는 날씬한 이오니아식이 좋아했을 겁니다.
그런데 한걸음 더 나아가 코린트식으로 만들었나 봅니다.
코린트식은 이오니아식보다 더 가냘프고 날씬할 뿐 아니라 기둥머리 부분에 위의 사진처럼
아칸투스(Acanthus) 풀을 형상화한 장식이 백미잖아요.
그런 착안을 했던 사람이 그리스의 건축가 칼리마카스라고 하더군요.
여기 제일 가운데 보이는 여신상이 바로 풍요의 여신이라는 케레스(Ceres) 여신상입니다.
로마의 케레스 여신은 그리스의 데메테르(Demeter)여신의 짝퉁이죠?
그러면 어떻습니까?
아름답기만 할 걸요.
이제 로마 극장 뒤로 갑니다.
여기에 로마 황제들이 모여 오늘도 반상회를 하고 있군요?
우선 먼저 만날 사람이 초대 황제라는 아우구스투스입니다.
이도시 이름이 아우구스타 에메리타로 바로 아우구스타가 명령을 해 만든 도시잖아요.
아우구스타라는 이름의 의미는 존엄한 자라는 뜻이라 했던가요?
그 옆에 있는 사람은 2대 황제인 티베리오입니다.
토가라고 부르는 어깨부터 주름 잡힌 망토 비슷한 옷을 걸친 사람은 황제나 원로원처럼
지체가 높은 계급의 사람으로 주로 의례복으로 사용되었다 합니다.
구분은 색깔로 했다네요.
DRUSO EL MAYOR입니다.
아우구스투스의 아들이자 티베리오의 동생이라네요.
황제가 되지는 못했지만, 아들이 4대 황제 클라우디우스며 제3대 황제 칼리굴라의 할아버지에다가
5대 황제 네로의 증조할아버지가 된다고 합니다.
29살의 젊은 나이로 행군 중 낙마사고로 일찍 사망함으로 팔자가 아주 나쁜 사람이라죠?
뒤편 구석에 모여 마을 반상회를 하는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집안일이었나 봅니다.
아마도 로마 극장 뒤는 황제를 모신 신전이었지 싶네요.
원래 이 자리에서 발견된 조각은 박물관에 모셔두었고 여기는 모조품으로 채웠습니다.
원형 경기장 옆에 왜 붙여서 이런 아름다운 야외 음악당을 만들었을까요?
살이 찢기고 피가 튀는 모습을 보고 이곳으로 건너와 몸과 마음을 정화하려는 기분이었을까요?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을 숭상하는 교양 있는 로마 시민이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옆집과는 달리 남녀가 유별하고 노예나 하층 계급은 드나들지 못하지 않았나요?
교양은 있는 자만의 자만이고 허세는 아닌가요?
당시 이곳 메리다의 집정관이었던 아그리파가 기원전 15년부터 14년간에 걸쳐 건설했다고
알려졌으며 당시 유행했던 기술을 총동원하여서...
그래서 개관을 직접 선언했지 싶네요.
그는 정치가이기보다는 도시 건설가라고 해도 되겠어요.
로마가 세상을 지배할 때 그들이 머물었던 도시마다 만든 구조물로 규모만 달랐지 모든 설계는
동일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학적인 구조로 음향효과를 최대로 내기 위한 장치 등이 모두 같다는 것이지요.
이곳에서 그들은 검투사의 혈전을 구경하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고
예술에 취해 신선놀이에 도낏자루 썩는지 몰랐을 겁니다.
여기는 연극 공연이나 음악회 그리고 시 낭송회 등 주로 예술활동이 주가 되었을 겁니다.
때로는 많은 시민이 모여 시정에 관한 이야기도 했을 것이고요.
반원형 극장 무대는 마치 그리스 신전이 연상되는 멋진 예술작품으로 보입니다.
당시 이런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이 로마이기에 가능했지 싶네요.
지금도 7, 8월에는 메리다 고전 연극제를 바로 이 자리에서 매년 개최한다고 하니 무대의
역사가 벌써 2천 년을 훌쩍 넘겨 아직도 예전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요?
그냥 무대의 뒤에 신전처럼 지은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곳입니다.
감동입니다.
즐겁습니다.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습니다.
무대 아래를 보면 지금으로는 음악회에 오케스트라의 자리로 보이는 반원형의 무대가 보입니다.
이곳에 많은 자리가 있지만, 역시 사람의 신분에 따라 좌석이 정해졌다고 하지요.
그런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특석부터 일반석까지 나누나 보네요.
예전에는 신분에 따라 자리를 정했지만, 지금은 돈에 따라 정한다는 게 다를 뿐이지요.
예전에는 권력의 힘이지만, 지금은 돈만 있으면 자리도 바꿀 수 있으니 기회가 더 주어지나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수십 개의 대리석 열주와 처마 모습을 보니 당시의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 기술과 건축기술을 보는 듯합니다.
그 느낌 그대로 전해오는 듯하지 않나요?
여기 로마 극장의 나이가 2천 년이나 되었는데 그때 이런 규모의 건축물을 지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입니다.
로마의 힘은 어디까지였을까요?
이제 벤허를 만나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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