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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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장군 이야기 둘
오기가 위나라에서 무후를 모실 때입니다. 어느 날 무후가 배를 타고 서하 중류까지 내려와 오기에게 말합니다. "참으로 아름답도다. 이 험준한 산하야 말로 위나라의 보배로다." 이때 오기가 바로 대꾸 들어갑니다. "나라의 보배는 군주의 덕망에 있는 것이지 험준한 산하에 있는 게 아닙니다. 하나라 걸왕의 도읍지는 왼쪽에 황하, 오른쪽에 태산이 있어도 어질지 못해 상나라 탕왕에게 쫓겨났고 상나라 주왕은 어쩌구저쩌구.... 이런 점에서 나라의 보배는 군주의 덕망에 있는 것이지 지리적인 이점에 있는 게 아니고 만약 덕을 쌓지 않으면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배 안에 있는 모두가 적이 될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너만 잘하면 돼'라는 말이지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5년 단임제 대통령도 '지금 막가자는 거지요?' 하고..
2024.03.27 -
오기장군 이야기, 하나
위의 석상은 위나라의 오기(五起)라는 사람입니다. 그가 생전에 모두 76번 전투에 참전하여 64번을 이기고 나머지는 비겼다고 합니다. 그러니 생전의 전적이 76전 64승 12 무로 무패의 전적을 남긴 대단한 전투의 달인입니다. 그러나 오기는 노나라 군주를 섬겼는데 어느 날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해 오자 노나라 군주는 오기를 장군으로 삼아 제나라와 대항하고 싶어 했으나 오기의 부인이 제나라 사람이라 망설이게 됩니다. 눈치도 빠른 오기는 군주가 왜 망설이는지 압니다. 오기는 기회를 잃고 싶지 않아 자기의 부인을 죽여 자기는 제나라 편이 아님을 분명히 했는데 이를 마누라를 죽여 장군의 자리에 올랐다는 살처구장(殺妻求將)이라고 말을 후세에 남기게 되었다지요? 이 이야기를 오늘 밤, 슬며시 함께 사는 옆지기에게 ..
2024.03.20 -
손우곤 이야기 2
이렇게 이웃 나라에서 구원군을 데려와 전쟁 없이 초나라의 침공을 막으니 위왕은 아주 즐겁습니다.위왕은 기뻐서 손우곤에게 술을 내리며 "선생은 술을 얼마나 마시면 필름이 끊어집니까?"라고 물으니,"한 되를 마셔도 갈 때가 있고 한 섬을 마셔야 필름이 끊어질 때도 있습니다." 위왕은 손우곤의 대답이 횡설수설하자 이 녀석이 낮술이라도 먹었나 생각하며 다시 기를 "무슨 고무줄 주량도 아니고 나 원 참! 어째 한 되에 취하는 사람이 한 섬을 마실 수 있단 말이오?" 하자 "폐하와 술을 마시는데 판관이 옆에 있고 뒤로는 칼을 든 호위병이 눈을 부라리고 있어 두려운 나머지 바짝 기어 마시는데 저는 이럴 때는 한 되만 마셔도 갑니다.만일, 아버님께 귀한 손님이 찾아오시면 저는 무릎을 꿇고 잔을 받아 그분의 장수를 기원..
2012.09.15 -
손우곤 이야기 1
손우곤은 춘추전국시대의 사람으로 집안이 가난해 제나라 사람의 데릴사위로 갔습니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이렇게 남의 집에 들어가 그 집의 귀신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합니다. 그러나 손우곤은 워낙 말솜씨도 뛰어나고 재치가 넘쳐 제나라의 관리로 등용되었고 제나라 사신으로 다른 나라에 간 적이 많은데 한 번도 굴욕을 당하고 돌아온 적이 없을 정도로 해학이 넘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상황판단이 뛰어나고 임기응변이 강했기에 맡긴 일에 실패한 적이 없다는 말이겠지요. 제나라 위왕 시절, 초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로 와 "꿇어!"라고 했답니다. 춘추전국시대 당시에는 이렇게 나라끼리 서로 침범하고 또다시 친해지고 그렇게 살았다네요. 이게 이웃나라끼리 친선경기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때는 가장 힘이 센 군주국..
2012.09.14 -
전단의 화우진 2
그리고 전단은 이제 본격적으로 마을 주민을 상대로 심리전에 들어갑니다."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연나라 군사가 우리 군사를 포로로 잡아 코를 베어 제일 앞에 내세우고 성을 공격하는 일이다. 만약 그리하면 우리 즉목 성은 함락되고 말 것이다."이 말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엉뚱한 말입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한 더럽고 치사한 짓도 아니고...전쟁 중 왜 이런 더러운 놀이를 하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실제 연나라 군사가 이 소문을 듣고 즉목의 제나라 군사를 포로로 잡으면 그대로 코를 베어 제일 앞에 내세우고 공격하니 오히려 성안의 군사들이 분개하여 결코 포로만은 되지 않겠다고 더 열심히 싸움에 임하게 됩니다."맞아요.차라리 죽는 게 낫지 포로가 되면 코가 사라지고 이상하게 되면 그게 더 보기 싫잖..
2012.08.29 -
심리전의 달인 전단(田單)이야기 1
제나라에 전단(田單)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전단은 장수라기보다 관리 타입으로 심리전에 무척 많은 재능이 있었나 봅니다. 당시 이웃 나라인 연나라에는 악의라는 인물이 있어 주변의 다섯 나라 군사를 이끌고 제나라의 성들을 하나씩 함락하며 압박해 들어왔습니다. 이제 남은 성은 전단이 지키는 즉묵이라는 성만 남아 있었습니다. 악의가 마음만 먹고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제나라는 종묘사직을 고하게 생겼습니다. 전단은 원래 즉묵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제나라 도읍인 임치라는 곳에 시연이라는 그저 그런 벼슬을 하던 전단은 난이 일어나자 안평으로 달아났답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하인들에게 마차의 수레바퀴 양축을 짧게 자르고 그 끝에다 쇠로 감싸 놓으라고 일러두었고 연나라 군사들이 안평으로 밀고 들어오자 고쳐 ..
2012.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