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 2014/까미노(20)
-
까미노의 종착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위의 사진을 보시면 건물 사이로 종탑이 보입니다.저 종탑이 바로 우리의 까미노 목적지인 산티아고 카테드랄입니다.이렇게 길게는 한 달을 걸었고 짧게는 일주일을 걸어온 모든 순례자가 이제 마지막 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그들이 향하는 곳은 어디서 출발했든지 모두 바로 저 종탑이 보이는 대성당입니다. 한 달을 걸었든 일주일을 걸었든 순례자는 그 느낌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자기의 체력이나 역량에 맞게 걸으면 되기 때문입니다.까미노는 경쟁도 아니고 시합도 아닙니다.명상의 길이고 느낌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까미노를 걸어오며 혼자 걸어온 사람도 제법 많았지만, 순례자 대부분은 친구, 가족 그리고 부부가 함께 걷습니다.일행이 함께 제법 긴 시간을 걷는다는 의미는 서로 마음이 맞기 때문일 겁니다.아무리 가까운 사..
2015.02.25 -
까미노 마지막 날, 산티아고를 향하여...
오늘이 까미노 마지막 날입니다. 처음 계획은 오늘은 몬테 데 고소까지 16km 정도를 걷고 내일 아침에 4km 정도 떨어진 산티아고에 여유롭게 들어가려고 생각했지만, 비를 맞으며 걷다 보니 몬테 데 고소에 도착할 즈음 비가 그치기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내처 걸어 산티아고로 바로 들어갑니다. 佳人은 이렇게 오늘 일도 제대로 계획하지 못하면서 100년을 계획하며 살았습니다. 이럴 경우 계획과는 다르기에 먼저 숙소의 방을 확인해야 합니다. 카톡으로 한인 민박에 연락하니 비수기라 방이 비었다고 바로 와도 된다고 합니다. 만약 방이 없었다면, 까미노 도중 만났던 호객하는 할배네 집에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는 잔뜩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습니다. 사흘 내내 출발할 때는 오..
2015.02.24 -
따끈한 물 한 그릇의 감동 (페드로우소에서)
비를 흠뻑 맞으며 걷다 보니 따끈따끈한 온돌방이 생각납니다. 요리 지지고 저리 지지고... 한국인에게는 이런 날씨가 되면 생각나는 게 따뜻한 온돌이 제1 순위가 아니겠어요? 비가 계속 내리니 방수의 제왕이라고 선전하던 옷도 신발도 모두 비가 스며듭니다. 그런 것은 적은 비에는 방수 효과가 있나 모르겠지만, 종일 비를 맞고 걸으니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同行은 同幸이라 했습니까? 그렇다면, 평생을 함께 가는 사람은 평생을 함께 행복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요? 아니... 그렇게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렇게 살아야 짧은 인생 그나마 만족한 삶이 아니겠어요? 오늘도 우리 부부와 함께 행복한 까미노 산책을 하실까요? 이런 곳에 오면 혼자 걷기보다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제게는..
2015.02.23 -
그리고 우리는 다시 까미노를 걸었습니다.
오늘은 이런 노래가 듣고 싶습니다. 기교도 부리지 않고 살아온 삶의 진솔함이 배어 나오는 그런 노래 말입니다. 노래 듣기를 원하시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통과하셔도 누가 뭐라 하겠어요? 그러나 잠시 시간을 내셔서 들어보세요. 내리는 비도 진솔한 노래로 말미암아 지나는 행인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NdZy4ewG2s&feature=youtu.be 오늘처럼 비가 오시는 날에는 첼로의 선율이 그립습니다. 마치 하늘에 낮게 드리운 구름처럼 묵직하게 마음을 누르는 그런 소리 말입니다. 그러나 구름만이 아니라 오늘은 비까지 퍼붓습니다. 여행길에서 마주한 비는 야속하기까지 합니다. 오늘같이 비 오시는 날에는 그냥 온종일 게으름이라도 피고 싶습니다. 손가락도 ..
2015.02.17 -
빗속을 뚫고 까미노를 걸어 아르수아(Arzua)로.
점차 빗줄기가 강해집니다. 아무리 방수가 잘된 신발이나 옷이라 선전해도 줄기차게 내리는 비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점차 빗물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적십니다. 쉬지 않고 걸으니 비에 젖더라도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비가 퍼부어도 잠시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갑시다. 이런 길을 걸으며 훠이훠이 그냥 그렇게 지나친다는 일은 너무 각박한 일이잖아요? 어찌 생각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시골길이지만, 멀리서 이 길을 걷기 위해 여기까지 왔잖아요. 길은 같은 길일지언정 그 느낌은 다르지 않겠어요? 걷다가 힘이 들면 동행하는 사람을 위해 뒤돌아보며 미소 한번 지어주세요. 미소란 미소를 짓는 내가 알 수 없기에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미소란 바로 상대를 위한 배려입니다. 비록 작은 배려지만, ..
2015.02.16 -
순례자의 길. 현실의 길. 그리고 까미노
요즈음 여행기랍시고 글을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자꾸 걱정이 앞섭니다. 사진만 주욱 나열하고 내용이 없는 여행기는 성의도 없고 영혼도 없는 것처럼 생각되고... 그렇다고 글을 올리자니 내용이 변변치 못해 읽는 분이 지루해하실 것 같고... 그래서 사진과 글을 함께 올리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제일 중요한 것은 글을 쓰더라도 정확한 용어 선택부터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제대로 맞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볼 때 가끔 맞춤법조차 제대로 맞지 않게 쓴 글을 볼 때 佳人의 글도 저렇겠지 하는 걱정이 앞서고 그 글이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한글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천박한 글로 비치기 때문이죠. 佳人이 쓴 글이 바로 그런 부류의 글이 아닐까 생각하니 계속 써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
201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