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2024. 8. 5. 03:00모로코 여행기 2024

 

사막에 우리가 머물렀던 캠프 앞에 두 개의 의자가 있습니다.

새벽에 동이 트기 전에 사막의 적막감을 느끼게 해 주었던 의자였습니다.

또한 고요한 사막을 혼자만 즐길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던 의자이기도 했고요.

 

 

숙소 주변에는 이렇게 의자나 그네까지 여러 곳에 두어 아침에 사막을 즐기라고 했네요.

이제 날이 밝았으니 하실라비드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번 모로코 여행은 짧은 기간(약 보름정도) 동안의 여행이라 자동차를 빌려 다니는 중입니다.

차를 이용하면 대중교통이나 패키지 여행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곳까지 갈 수 있지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모로코의 대표 여행지는 대부분 들러볼 수 있지 싶습니다.

2023년 봄 여행 때 이집트에 갔을 때 사막을 갈 수 있었으니 우리가 생각했던 사막과는

거리가 있는 여기처럼 고운 모래는 없는 사막이라 포기했었습니다.

 

 

그런데 사막 안에 만든 캠프에는 와이파이도 되고 화장실에 샤워시설까지 된 곳이라

어리둥절했는데 다만 낙타를 타고 가며 고운 모래 언덕을 넘어 다니고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감성 있는 일몰과 일출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모로코까지 왔습니다.

 

 

하산은 직접 차를 끌고 우리가 머문 캠프까지 와 하실라비드에 있는 숙소로 귀환합니다.

위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왼편으로 기둥같은 인공구조물이 보입니다.

사람도 살지 않는 곳인데...

 

 

사막이 모래만 있다면 인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버려진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실라비드로 돌아오는 도중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인공구조물이 보여

저 구조물이 뭐냐고 하산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궁금하면 무조건 물어보아야 합니다.

하산은 친절하게 차를 몰아 이 구조물의 목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장소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아마도 나이가 든 사람이 궁금해하니 자세히 알려주고 싶었나 봅니다.

 

 

생텍쥐페리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기겁할 일입니다.

그는 어린 왕자라는 책에서 사막의 샘을 이야기했는데 여기는 샘이 아니라 수로가 있습니다.

그가 죽은 지 50년도 지나지 않아 세상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수로를 따라 제법 많은 물이 흐릅니다.

이 물은 어느 오아시스에서 출발해 이렇게 사막 아래로 만든 수로를 통해

사막을 가로질러 흐릅니다.

 

 

우리가 사막 안에 들어가 하루를 머물 숙소에 샤워시설과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물이었습니다.

물론, 흘러오는 도중 야자수나 농장에 나무도 자라게 했을 것이고요.

 

 

 

또 이 지역에 사는 베르베르인들에게는 생활용수이며 생명수와도 같은 물입니다.

수로 중간중간 주민이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물을 퍼올리는 우물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물이 사막 모래 아래로 흐른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이 지역의 구글 지도를 확대해 보니 물이 흐르는 수로의 흔적이 확실하게 보입니다.

아마도 원래 물이 흘렀던 수로를 개선하여 시멘트로 인공적으로 보완해 만들었을 듯합니다.

수로를 알리는 흔적의 모습이 마치 다른 행성의 분화구나 하늘의 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모로코 원주민이라는 베르베르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 사막과 그 인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모래사막에서도 베르베르인이 집단거주지를 이루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아틀라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물길이 있고 그 물길은 이 사막지역에 이르러서는

아주 지혜롭게 이용한다는 말이 아닌가요?

 

 

바로 모래사막 아래로 흘러간다는 의미지 싶은데 베르베르인들은 이 물을 이용해

사막 가운데 있는 마을을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로 만들었습니다.

사막에 산다는 일이 지상 낙원으로 생각되기도 하네요.

 

 

하실라비드는 베르베르인의 집단 거주지입니다.

이 물을 이용해 이곳에서 여행자를 위한 숙소마다 사진에 보듯이 수영장을 만들어 놓았지요.

사막에서 수영이라니 사막에 물이 귀하다는 말은 지역에 따라 틀린 말입니다.

 

 

 

이렇게 물길이 흐르는 곳에는 위의 사진에 보듯이 담장으로 두른 푸른 야자수 나무가....

사막에서도 물을 이용해 야자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하산은 궁금해하는 우리를 이끌고 야자수 농장 내부를 구경시켜 줍니다.

 

 

이 야자수는 바로 사우디아라비의의 빈 살만이 제일 좋아한다는 대추야자 나무라고 합니다.

이 농장은 주민의 개인 농장으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여기에도 주민 간에 다툼을 예방하기

위한 규범이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의 규범이란 바로 물의 효율적인 배분이라고 하겠지요?

 

 

누구나 자기 농장에 더 많은 물을 끌어와 쓰려고 하기에 시간을 정하여

물이 흘러들어가게 보(洑)를 열어 일정하게 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갈등을 해소하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겠어요?

 

 

우리나라도 옛날에 천수답의 경우 자기 논에 물을 더 많은 끌어 데려고 주민 간의 싸움도

빈번했는데 물은 농사에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데 특히 가뭄이 들면

그야말로 목숨을 건 사생결단을 하기도 했고요.

 

 

구글지도를 통해 보면 하실라비드와 사하라 사막의 경계지점에 나무 숲이 보이는데

바로 지금 우리가 보았던 곳으로 이 지역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모습이지요.

지도에는 Igrane 또는  하실라비드 가든스(hassilabied gardens)라고도 표기되어 있네요.

 

 

위의 지도에서 사하라 사막을 보면 규모가 크지 않아 보입니다만, 사실은 사막이

넓게 펼쳐진 곳에 고운 모래로만 이루어진 진정한 모래사막을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 암석으로 이루어진 사막이 보이고 화살표 한 곳이 알제리와의 국경선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나요?

"What makes the desert beautiful is that it hides a well somewhere."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라는 책에서 했던 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래뿐인 사막에 숨길만한 장소가 어디 있을까요

샘이란 오아시스라는 말이지 싶습니다.

그러나 오늘 여러분과 함께 사막의 샘이 아니라 수로가 사막 아래에 숨겨져 있는

신기한 모습을 구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