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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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허에서의 아침 산책
10월 23일 여행 13일째 지난밤은 정전까지 되어 촛불을 켜고 지냈습니다.밤새도록 촛불에 희미하게 비치는 마눌님의 얼굴을 마주 보며 잠이 들었습니다.사랑이란 희미한 촛불에 비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방에는 화장실은 물론 세면실도 없습니다.아침에 문을 열고 나오니 마당에 계시던 주인장 노인이 웃으며 아침인사를 합니다.간밤에 추었던 일도 불편했던 일도 주인장 노인의 미소로 모두 춘삼월 봄눈 녹듯 사라집니다. 그리고는 얼른 더운물을 떠다 주시며 세수하라 하네요.이곳은 아침부터 마음 따뜻한 사람 사는 곳이었습니다.이 물은 혹시 황허에서 바로 길어올려 데운 물이 틀림없을 겁니다.따뜻한 물은 그냥 물이 아니라 정성을 데운 물이잖아요. 그쵸?이렇게 말도 통하지 않고 이름조차 생소한 곳에서 이른 아..
2012.03.10 -
서덜마을 치커우 사람의 사는 방법
황허는 넓은 폭을 자랑하며 흐르다 치커우에 이르면 갑자기 좁아지며 개울물처럼 수많은 돌 틈 사이로 흐르는 곳입니다.이 마을의 이름인 적구(碛口)의 적(碛)은 모래와 자갈이 있는 여울이라는 의미의 서덜 적이라는 글자입니다.황허의 물이 넓은 곳을 흐르다 자갈이 있는 여울로 들어서는 입구라는 의미로 마을 이름을 지었나 봅니다. 이 부근 마을 대부분이 주민의 성씨를 마을 이름으로 하였지만, 이곳은 치커우(碛口 : 적구)라고 한 이유가 밝혀졌습니다.상류로부터 물자가 배를 타고 내려오다 이곳까지만 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그러다 보니 이 마을이 바로 교역의 중심이 된 게 아닐까요? 지금이야 다른 곳으로 도로가 생기며 모든 물자가 더 편리한 트럭을 이용하여 운반되어 이 마을은 잊힌 마을로 가끔 관광객이나 찾는 마..
2012.03.09 -
치커우(碛口 : 적구)라는 마을을 품은 황허(黃河)
이런 골목길을 걸어가면 옛날이야기가 들릴 것 같습니다.가던 걸음 잠시 멈추고 가만히 귀 기울여 볼까요?들리시시죠?이제 佳人과 어느 정도 함께 하셨으면 골목길을 걸으면 담장 너머로 소리가 들려야 합니다.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갑자기 골목길로 뛰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헉! 정말 갑자기 아이가 뛰어나옵니다.골목길에 뛰어나오는 아이는 명나라 때 살던 아이처럼 생각됩니다.머리가 총명해지라고 머리카락을 앞에만 남기고 잘랐네요."얘야! 너 명나라 때 아이지? 그렇지?" 마을은 황하를 굽어보고 그 황하로 흘러들어 가는 추수하(湫水河)라는 강을 끼고 그 언덕에 대부분 자리하고 있습니다.오랜 세월 동안 황하가 범람하면 마을도 여러 번 물에 잠기며 기슭으로 자꾸 올라가며 마을을 형성되었습니다,우리 부부는 천천히 걸어가며..
2012.03.08 -
황하 기슭의 첫 동네 치커우(碛口 : 적구)
혹시 치커우(碛口 : 적구)라는 이름의 마을을 들어보셨는지요?아마도 많은 분에게는 생소한 곳일 겁니다.워낙 작은 마을이고 황허 기슭에 숨어있는 곳이니까요.한 때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진 마을입니다. 요동이라는 토굴을 파고 그 안에서 사는 토굴 마을이기도 하지요.비록 척박한 환경이라 생각하지만, 그곳에도 지혜가 살아있고 사랑이 피어났습니다.아침부터 10시간을 이동해 드디어 오후 5시가 거의 다 되어 치커우(碛口 : 적구)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앞 버스정류장에 내려보니 집이 앉은자리가 도로보다 높습니다.이 지역은 황허가 바로 마을 옆으로 흐르기에 수시로 범람하여 집의 위치가 도로보다 높게 했나 봅니다.이 마을의 대부분 집이 모두 산기슭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시간이 늦어 우선 숙소부..
2012.03.07 -
황하 기슭의 외딴 마을 치커우로 갑니다
10월 22일 여행 12일째 오늘은 황사가 억겁의 세월 동안 켜켜이 내려앉아 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도 없는 황토고원에 토굴을 파고 살아간다는 마을로 찾아가 보렵니다. 사람들은 이 마을을 황허 기슭의 첫 동네라 하지만, 이곳도 민초가 모여 애환을 안고 살아갔던 그럼 마을이 아닐까요? 누구나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게 아니었나요? 비록 땅굴을 파고 척박한 토굴 속에 마련한 보금자리였지만, 이곳에 살아왔던 사람도 사랑이 있었고 가족이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와 다른 것은 집의 구조가 다를 뿐이지 우리와 같은 36.5도의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부부가 이곳을 찾아가는 이유는 그냥 가보고 싶어서일 뿐입니다. 아무 이유도 없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아무 이유도 없이 ..
2012.03.06 -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두커니 서서 길을 묻는다.
오늘은 운강석굴의 마지막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지루한 이야기를 들으시느라 무척 힘이 드셨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제20 굴을 지나면 대단한 석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을 찾은 대부분 사람은 여기까지만 보고 다시 돌아가거나 석굴 앞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공연장으로 갑니다. 물론 그 공연을 보려면 별도로 돈을 내야 합니다. 나머지 석굴 중 그나마 볼만한 게 탑굴동(塔窟洞)이라 부르는 제39 굴이 있습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탑묘굴(塔廟窟)이라고도 부른다네요. 들어가는 출입문이 아치형으로 만들었네요. 출입문 위로는 내부를 밝힐 두 개의 창문도 만들었습니다. 내부 상인방에는 인동초 문양으로 장식해 놓았습니다. 실내로 들어오면 한가운데에 6m 높이의 5층으로 만든 석탑이 우뚝 서 있네요. 삥 둘로 각 면마다 ..
2012.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