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5. 09:00ㆍ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리투아니아
오래된 성벽과 고깔 모양의 방어탑.
그리고 성벽 아래로 흐드러지게 핀 민들레 꽃.
마치 어느 화가가 그린 풍경화의 한 장면 같지 않습니까?
지천으로 핀 꽃길 사이로 난 길을 걷는 일은 마치 천상의 화원을 걷는 것 같지 않을까요?
위의 사진 말입니다.
트라카이 성과 그곳으로 찾아가는 길은 우리를 상상의 세상으로 인도합니다.
세 개의 큰 호수 사이에 있는 트라카이 성으로 찾아갑니다.
버스 종점에서 내려 트라카이성으로 들어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주로 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로 마을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오른쪽에 보이는 호숫가 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입니다.
이 길은 걷는 사람이 거의 없는 그런 길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우리 부부는 두 개의 길을 모두 걸어보았습니다.
버스 터미널에서 트라카이성까지는 직선거리로 2km가 조금 더 먼 길입니다.
마을 길이던 호숫가 길이던 길을 따라 걷는다면 3km 이상은 충분히 되는 거리죠.
사진도 찍고 두리번거리며 걷다 보면 40분 이상은 충분히 걸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트라카이 성으로 갈 때는 호숫가 길을 따라가기로 하고 아무도 없는 호젓한 길을
걸어보는데 만약, 이곳을 찾는다면 우리처럼 이 길을 걸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정말 아무도 걷지 않는 고즈넉한 길입니다.
그러나 돌아갈 때는 마을길로 걸었는데 그곳은 마을 사람을 비롯해
여행자 대부분이 걷는 길이더라고요.
민들레가 지천으로 핀 이런 길을 따라 걷는다면 행복하겠습니다.
온종일이라도 걸을 것 같습니다.
이 길은 아무도 없는 비포장 길입니다.
길은 비포장이라 더 정이 가는걸요.
이런 길을 걷는다면 걷는 일이 즐겁다는 생각도 분명 드실 겁니다.
호숫가로 난 길에 나무가 우거지고 야생화가 만발했는데 뭐가 더 부럽겠습니까?
길을 걷다 보니 호숫가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곳은 별도로 꽃밭을 가꿀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냥 나무에 피는 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동네입니다.
행복하고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요?
이런 곳이라면 바삐 살 이유가 없지 싶습니다.
자연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고...
그곳의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바로 이렇게 살아가는 삶 말입니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이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요?
볕 좋은 어느 날 그냥 누워 해바라기라도 하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요?
혹시 호수에 사는 인어가 해바라기하려고 나무 데크에 올라와
벌렁 누운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곳은 아무나 그냥 적당히 가리고 누우면 되는 곳인가 봅니다.
맑은 날 담요 한 장 바닥에 깔고 누우면 그게 천국입니다.
분명 저 인어 아가씨는 우리처럼 호숫가 길을 걷다가 그냥 벌러덩 누워 해바라기를 하나 봅니다.
우리가 찾아가는 곳도 좋지만, 찾아가는 여정도 좋습니다.
오늘은 목적지 트라카이 성뿐 아니라 그곳으로 가는 길도 좋습니다.
즐길 마음의 준비만 있다면 이렇게 걸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걷다 보니 옛 성터도 보입니다.
지금은 무너져버린...
흔적만 남은...
그러기에 지붕이라도 씌워 남은 것이라도 보호하려고 하나 봅니다.
이곳은 고성과 버스 터미널 간을 오가는 마을버스나 전기차가 있습니다.
멀다고 생각하시면 그것을 타시고 오가면 됩니다.
물론, 호숫가 길이 아니고 마을 길이지요.
걷기 어려운 분은 그런 이동수단을 이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걸으십시오.
그것도 무조건 호숫가 길입니다.
얼마 만에 즐거운 트레킹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타고 가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따를 것입니다.
차를 타고 가면 위의 사진에 보이는 모습들은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 모습은 호숫가 길을 따라 걸어야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知天者不怨天
知己者不怨人
하늘을 아는 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자기를 아는 자는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럼...
여행을 아는 자는?
비포장 길도 즐기며 걷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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