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0. 08:00ㆍ스페인 여행기 2014/메리다
글래디에이터(Gladiator)란 말을 많이 들어보셨죠?
우리에게는 낯선 이야기가 아니죠?
2천 년도에 개봉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이기에 벌써 아주 오래된 고전이 된 영화
제목으로 벤허 이후 사내들의 땀냄새와 박진감 넘치는 영화의 계보를 잇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오늘은 거친 숨소리와 땀과 피로 물들었던 현장을 찾아갑니다.
이제 佳人과 함께 글래디에이터를 만나보실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검투사는 영어로 글래디에이터(Gladiator)라고 하지요.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글라디아도르(Gradiador) 또는 세스티아리오(Cestiario)라고 하더군요.
위의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막시무스의 삶에 대하여
잠시 숙연해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북부군 총사령관이며 펠릭스 군단의 지휘자였던 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리디우스인 그가
파란만장한 삶을 끝내고 결국 한 줌의 재가 되어 고향을 그리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린 장면이지 싶습니다.
메리다의 여러 로마 유적 중 오늘은 우선 글래디에이터의 이야기가 있는
검투장인 로마 원형경기장부터 찾아갑니다.
워낙 전체 모습이 한 화각 안에 들어오지 않아 파노라마로 잡아보았습니다.
경기장 입구에 매표소가 있고 그곳에서 오늘 하루 여러 곳을 들어갈 수 있는
통합권을 12유로에 샀습니다.
메리다를 구경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1일 통합권을 사서 구경하는 방법입니다.
많은 유적이 있는 메리다지만, 그냥 다니며 그냥 볼 수 있는 곳이 있고 표를 사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많은 곳은 노천에 있기에 표를 사지 않아도 볼 수 있고 어떤 곳은
그냥 볼 수 있지만, 안에 들어가 자료를 보며 직접 두 발로 밟아야
볼 수 있는 곳이 있기에 통합권이 유용하네요.
2014년 10월 21일 화요일의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의 느낌이 좋은 도시
메리다 원형 경기장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입구로 들어서면 우선 원형경기장의 입구가 보입니다.
바로 경기장 한가운데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옆으로 돌아가면 관중석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또 있고요.
이런 입구는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드나드는 문이지 싶습니다.
환장하게도 원형 경기장 밖을 따라 도로가 있었고 그 길에는 아케이드가 있었답니다.
로마가 이곳을 지배했을 때 말입니다.
아케이드 앞은 돌로 포장한 포장도로이고요.
위의 그림이 그때의 상상도로 원형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는 의미지 싶습니다.
이런 시설을 2천 년 전에 만들었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십니까?
이런 호사스러웠던 로마가 너무 밉습니다.
아케이드에서는 무엇을 팔고 살 수 있었을까요?
스포츠용품?
아니면 노예일까요?
심심풀이 오징어나 땅콩일지 모르겠네요.
로마 원형경기장이라고 하는 검투장은 로마 음악당과 붙어 있어
한 장의 표로 두 곳을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통합권으로도 모두 볼 수 있고요.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통로입니다.
옛날에 만든 이런 통로를 따라 현재에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우선 몇 사람의 짧은 즐거움을 위해 소중한 생명을 걸고 싸웠던 글라디아도르들의
눈물과 땀과 피가 얼룩졌을 검투장 한가운데 서보겠습니다.
우리는 글래디에이터라는 영화를 통해 이미 검투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귀족이나 지배층의 즐거움을 위해 검투사는 목숨을 걸고 다른 검투사와
싸우든지 아니면 맹수와 싸워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철저하게 싸워 이긴 자만이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곳이죠.
한낱 몇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인간의 소중한 목숨을 담보로 그들은 즐겼던 겁니다.
검투사는 이렇게 5년을 견디고 나면 자유의 신분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합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5년을 버티며 살아남는 자가 강한 곳입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나온 주인공도 에스파냐 출신이라 했던가요?
당시 이 지역을 히스파니아라고 불렀잖아요.
러셀 크로우라는 배우가 막시무스라는 이름으로 주연을 맡아 열연했던 영화를 통해
검투사라는 글래디에이터의 삶과 죽음을 이미 간접적으로 경험했기에
이런 곳을 찾는 일이 낯설지는 않습니다.
마치 영화의 그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진 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 그런 장소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 사내들의 거친 숨소리와 땀 냄새가 흠뻑 밴 바로 그런 곳을 오늘 찾아왔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칼을 든 사내가 씩씩거리며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경기장 한가운데 서니 가슴이 마구 쿵쾅거려 숨도 쉬기 어렵습니다.
마치 저기 열린 문 사이로 며칠 굶은 호랑이가 튀어나올 것 같고...
그 사자에 맞서 용맹하고 싸우는 사내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립니다.
갑옷에 철 마스크를 쓴 울퉁불퉁 근육질의 쌍칼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어나올 것 같습니다.
佳人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습니다.
쌍칼만 들면 뭐합니까?
팬티라도 제대로 입고 나오지...
여보!
그곳에 혼자 가지 마세요~
그곳은 아주 위험한 곳입니다.
울마눌님은 글래디에이터도 호랑이도 무섭지 않은가 봅니다.
지하를 파 당시 그 아래 맹수를 키워 덮개를 씌워놓았을 겁니다.
글래디에이터를 경기장 안에 들여보내고 덮개의 문을 열어 맹수를 나오게 했을 겁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한 장면이죠?
그리고 맹수의 날카로운 이빨에 물려 피를 흘리고 죽어가는 인간을 보며
또 다른 인간은 그런 모습에 희열을 느끼며 즐거워했을 겁니다.
인간은 이렇게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 인간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즐기는 아주 못된 짐승입니다.
이렇게 아프다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이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하소연하며 죽어갔던 사람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요?
때로는 짐승보다도 못한 그런 일을 자행했는걸요.
인간이기에 더욱 잔인해질 수 있었고 인간이기에 더 나쁜 방법을 생각해냈지 싶습니다.
로마 제국의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스페인 코르도바 출신의 철학자 세네카는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놓았답니다.
'Lugula! Verbera! Missus'라고 말입니다.
어때요?
그때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자기네 말로 하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영어로 'Kill him! Beat him! Pardom him'이라고 관중이 외쳤다고 기록했네요.
그 철학자가 그런 글을 남겼다면 그때의 모습을 그대로 기술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그렇게 삶에 대한 심오한 공부를 한 철학자도 이런 곳에 가 죽어가는 검투사를 보고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며 살았을까요?
내일 이곳의 모습을 더 구경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Now we are free!
But not yet.
Not yet!!!
영화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여러분은 자유로십니까?
글라디아도르는 자유가 없는 그런 삶을 살았나 봅니다.
글라디아도르가 자유를 얻는 순간은 마지막 숨을 내뱉는 그 순간이지 싶습니다.
'스페인 여행기 2014 > 메리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피테아트로(Anfiteatro), 메리다 원형 경기장 (0) | 2015.08.13 |
---|---|
메리다에서 어처구니없는 무단 침입사건 (0) | 2015.08.11 |
메리다 밀라그로스 수도교와 디아나 신전 (0) | 2015.08.07 |
메리다의 옛이름은 아우구스타 에메리타랍니다. (0) | 2015.08.06 |
푸엔테 로마노를 걸어서 메리다로 (0) | 2015.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