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7. 08:00ㆍ스페인 여행기 2014/메리다
메리다는 그냥 걸어 다녀도 아무 곳에서나 유적을 만납니다.
그만큼 유적이 흔한 곳이라는 말이겠죠.
위에 보이는 사진은 로마가 세운 도시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신전인 디아나 신전입니다.
그래서 작은 로마라는 애칭이 붙었지 싶네요.
메리다 구시지의 지도를 다시 보고 갑니다.
왼쪽 버스 터미널에서 강을 따라 아래로 내려와 푸엔테 로마노 다리를 건너 알카사바를 끼고
돌아 골목길로 꼬불꼬불... 그래도 단번에 숙소를 찾았습니다.
요즈음은 지도 앱을 통해 세상이 모두 손바닥 안에 있지요.
인생길에서도 이렇게 우리가 찾고자 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숙소부터 찾아 배낭을 내려놓고 시내 구경을 나서야겠어요.
미리 앱을 통해 예약했더니만 들어서니 바로 카드 키를 줍니다.
아침 식사 데사유노 포함 51유로로 숙소는 무척 깔끔하고 아침까지 포함된 곳이기에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51유로라면 비싼 곳은 아니네요.
그러나 스페인의 숙박비는 저렴한 곳을 찾으려고만 하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무척 많다는 겁니다.
냉난방 시설이 좋아 얼른 양말과 티셔츠를 빨아 널어놓고 아래층으로 내려갑니다.
시내 지도를 부탁하니 복사한 지도를 줍니다.
지도에 대강의 위치를 표시하고 얼른 나옵니다.
이미 석양이 길게 비추고 모두 쉼터로 돌아갈 시각에 오늘 우리 부부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나무를 심어 울타리로 만들었습니다.
울타리 너머 유적의 모습이 보이네요.
그 모습이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유적임을 쉽게 알 수 있네요.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표를 사야 들어가는 모든 관광지는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입장권을 사야 들어가는 곳은 내일 아침에 중점적으로 다니기로 하고 오늘 저녁은 우선 로마 수도교의
야간모습을 구경하고 길거리에 널려있는 무료로 기웃거리는 곳만 구경하려고 합니다.
우선 숙소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 있는 밀라그로스 수도교를 찾아갑니다.
워낙 작은 도시이기에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메리다에는 수도교가 두 곳이 있지만, 밀라그로스 수도교가 제법 예전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밤에도 이렇게 유적지를 찾아가는 이유가 밤에 불을 밝히면 유적이 더 멋지게 보이니까요.
또 다른 이유는 촌음을 아껴 쓰려고요.
이번 여행이 40일이 넘어 짧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많은 도시를 거쳐 움직이다 보니
이렇게 밤에도 다니게 되네요.
약간 어두워지는 시각에 도착했지만, 아직 불을 밝히지 않았네요.
수도교 교각 위는 황새가 모두 차지하고 집을 지었습니다.
가까이 당겨볼게요.
이 지방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황새가 보입니다.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을 다니며 어디서나 쉽게 만나는 게 바로 황새였습니다.
그런데 황새는 교각마다 모두 집을 지어 살고 있네요.
정말 기다란 수도교 교각은 황새들의 아파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재건축도 없고 재산세도 내지 않고...
이 사진은 수도교를 지울 때 사용했던 기기들인가 봅니다.
날이 어두워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무거운 돌을 높이 올릴 수 있는 장치겠지요.
인류의 위대한 유산은 이렇게 만들었나 봅니다.
이런 비슷한 기기가 우리나라에도 있었지요?
수원 화성을 짓기 위해 다산 선생님이 고안한 거중기 말입니다.
나라는 달라도 과학은 그 이치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에 이 먼 곳까지 와서 우리의 다산 선생님을 생각하다니...
더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지루하실 것 같아 몇 장만 더 보고 밀라그로스 수도교를 떠나야겠어요.
날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데 불도 밝히지 않습니다.
전기요금이 비싸서 그럴까요?
우리가 오는 것을 알리지 않아서일까요?
교각을 세울 때 안쪽은 그냥 잡석으로 채웠나요?
밖으로만 화감암으로 말끔하게 마무리한 듯 보입니다.
교각 사이에 아치를 중간에 두 개나 만들었던 흔적이 보입니다.
아마도 높이 쌓은 교각이 더 오래도록 지탱할 수 있도록 중간에 힘을 보강하려고 그랬지 싶습니다.
이제 돌아가야겠어요.
조명 시설이 있지만, 전기요금이 아까워 켜지 않아 너무 어둡고 이제는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공원처럼 생긴 벌판에 있어 사람조차 별로 없어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하기에 철수하렵니다.
내일 혹시 시간이 나면 밝은 모습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까 메리다로 들어올 때 건넜던 푸엔테 로마노를 다시 갔습니다.
혹시나 밤에 조명을 밝혀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은 켜지 않았습니다.
오늘 메리다는 밤에 불을 밝히지 않아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아무리 로마 유적이 많아 작은 로마라 자랑하면 뭐합니까?
밤에는 캄캄한 곳인 걸요.
메리다의 밤은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디아나 신전을 찾아갑니다.
로마는 도시를 건설할 때 디아나 신전을 꼭 세웠나 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부적의 개념일까요?
며칠 전 우리가 에보라에 들렀을 때 그곳에도 로마가 건설한 도시로 디아나 신전을 본 적이 있지요.
여기 메리다에도 디아나 신전이 있는데 에보라의 그곳보다는 더 크고 더 완벽에 가깝습니다.
로마는 도시 건설에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시설이 있나 봅니다.
그러나 그 많은 시설 중 신을 모신 곳은 디아나 신전이 유일한가 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곳 디아나 신전은 불을 밝혔네요.
마지막으로 조명으로 더 멋진 모습을 보고 굿 잠에 빠지겠네요.
오늘은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다닌 날입니다.
아침 일찍 카세레스에서 출발해 버스를 타고 트루히요를 구경하고 다시 카세레스로 돌아와
배낭을 챙겨 메리다로 또 이동하고 밤늦게까지 메리다의 로마 유적을 정신없이 구경했습니다.
워낙 지역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 일정을 제대로 잡을 수 없어 허둥거리기만 했나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메리다에는 많은 유적지가 있습니다.
따로따로 입장권을 끊으면 제법 비싸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긴 게 통합표라고 싱글 티켓을 판다네요.
1인에 12유로로 모든 곳을 다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주요한 몇 곳에만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이네요.
물론 요일에 따라 무료로 개방하는 곳도 있고 상시 무료인 곳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여행자는 그곳 일정에 맞추며 다닐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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