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위엔(镇远:진원) 가는 길

2011. 2. 15. 00:49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미래의 화가를 꿈꾸는 지망생인 듯합니다.

풍우교를 그리는데 아주 잘 그린 듯하네요.

풍우교 부근에는 많은 화가 지망생이 모여 그림을 그리더군요.

이제 우리는 이곳을 떠나 새로운 여행지로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여행하다 보니까 

행복한 순간에도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미워해야 할 순간에 칭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알아도 모른척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몰라도 알고 있는 듯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여행하다 보니까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웃어야 할 때 웃음을 삼켜야 할 때가 있습니다.

 

칭찬해야 할 때 모른 척하며 외면하며 지나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욕이라도 하고 싶은데 억지웃음이라도 웃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여행하다 보니까

아름다운 사람을 모른척하며 떠나보낼 때가 있습니다.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척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피곤하고 쉬고 싶어도 강행군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지루해도 재미난 것처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여행하다 보니까 

상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알아들은 것처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가 전하는 의미를 완전히 알아도 못 알아들은 척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여행하다 보니까 말입니다.

내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할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어디 이런 일이 여행할 때만 그런가요?

살다 보니 늘 그런걸요.

 

아침에 시지앙의 전경을 보기 위해 마을 안으로 들어가 산으로 올라갔다 왔습니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골목 몇 번 왔다 갔다 서성거리면 모두 봅니다.

아침은 돌아다니다 길에서 파는 빵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24원을 주고 1시 30분에 출발하는 카이리행 버스를 탑니다.

 

 

시지앙이라는 마을은 슬픈 역사가 아이러니하게도 참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더 많이 아팠고 더 오랜 세월 고통받았기에 더 오래 기억에 남고 더 많이 생각했습니다.

 

떠남을 생각하는 사람은 마음 한편 허전함을 느낍니다.

그 허전함은 다른 여행자를 위해 남겨놓아야 합니다.

비록, 캔버스에 그리다가 만 그림이 되었지만, 佳人 나름대로 열심히 그리려 했습니다.

나머지는 또 다른 분이 오셔서 이곳을 그려나가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뭐 늘 佳人의 이야기는 그리다가 만 그림이고 부르다가 만 노래입니다.

 

여행이란 멋진 풍경, 좋은 느낌만 받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

비록 시지앙을 떠나지만, 佳人의 사랑 한 덩어리를 살포시 남겨두고 가렵니다.

그 사랑이 이곳 시지앙에 뿌리를 내려 무럭무럭 자라나 먀오족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佳人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누구를 사랑했습니까?

앞으로 누구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까?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안녕~ 시지앙...

그리고 먀오족 예쁜 아가씨들...

 

올 때와는 달리 갈 때는 버스 출발지점이 다른 곳입니다.

마을을 따라 흐른 바이수이허의 동쪽 끝에 있는 풍우교 옆에 있는 주차장처럼 생긴 곳이 터미널입니다.

이곳에서는 레이산과 카이리로 가는 버스가 모두 출발하는 장소입니다.

 

버스는 마을 앞 관경대가 있는 산으로 올라와 레이산 방향으로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우회전하여

산길을 내려가면 어제 들어온 길로 내려갑니다.

그곳에는 위의 사진처럼 시지앙 치엔후먀오짜이라는 경구 입구를 새로 만드나 봅니다.

그러면 이곳이 완성되면 여기서 모두 하차하여 다시 마을로 가는 관람차를 의무적으로 타게 하겠지요.

물론 비용은 관광객이 부담하겠지만...

 

중국의 관광지란 이렇게 입장료와 경구 내 이동 비용 명목으로 여행자의 주머니를 두 번 털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여기처럼 미처 만들지 못했으면 이렇게 새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입구를 만들고

무조건 버스를 별도로 이용해야만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면 됩니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차창 가로 보이는 여인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아침 산책길에 보았던 가채를 얹은머리에 머리빗을 뒤로 꽂아 멋을 부렸습니다.

이런 모습은 기혼자만 하는 일이라 합니다.

 

1시간 10분 만인 2시 40분에 어제 왔던 카이리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이제 점심을 먹고 간식도 사서 가방에 챙겨 넣고 다시 먼 길을 떠납니다.

79km 떨어진 쩐위엔이라는 고성이 있는 옛 마을로 갑니다.

 

4시 30분 출발하는 쩐위엔을 가는 중형버스를 31원/1인에 탑니다.

버스 안내양이 주먹같이 둥글게 생긴 무처럼 생긴 것을 벗기고 있습니다.

궁금하면 또 물어보아야 합니다.

그게 뭐냐고요.

 

띠뤄뽀라고 한답니다.

우리가 띠뤄뽀가 무엇인지 압니까?

그래서 글로 써달라고 하니 지라복(地罗卜)이라고 써줍니다.

라복(罗卜)은 무라는 뜻이 아닙니까?

그래~ 맞아~ 한방에서 무씨를 나복자(羅卜子)라고 하지~

그러니 땅에서 나는 무라는 말이지요.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것이라고 하니 가져다 심으라고 하네요.

이거 또 佳人이 제2의 문익점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저걸 넣어갈 붓 뚜껍이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무씨는 크지 않겠지요?

 

말 몇 마디 나누었다고 우리 부부에게도 맛을 보라고 나누어 줍니다.

무처럼 생긴 게 물기가 많고 달콤한 게 맛이 좋습니다.

아삭하고 수분이 많은 게 마치 단맛이 약간 적은 우리나라의 배맛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 결심했어!

나중에 우리도 띠뤄뽀 사서 먹어보자~

 

우리를 태운 버스는 산 넘고 강을 건너 2시간 40분 걸려 7시 10분에 쩐위엔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79km를 2시간 40분이라...

중국의 버스 운행은 우리 상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도착할 때는 쩐위엔은 캄캄한 밤이 되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다음 날 아침에 찍은 안개 낀 모습의 사진입니다.

버스 터미널에서 길 하나 건너 앞에 기차역이 있습니다.

역시 우리가 기대했던 삐끼가 달라붙는군요?

사실, 삐끼가 없으면 이제 우리가 오히려 불안해지니 중국 여행에 어느 정도 적응해가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다음 갈 예정지인 펑황 꾸청(봉황:鳳凰)을 가기 위해 이번에는 기차를 이용해 보렵니다.

이곳에서는 화이화(회화:怀化)라는 곳까지 기차를 타고 그곳에서 버스로 봉황고성으로 가보렵니다.

처음에는 마양까지 기차로 가려고 했으나 오후에 출발하는 차편만 있어

아침에 출발하는 화이화(회화:怀化)로 갑니다.

그 이유는 다시 내려와야 하는 데 같은 길을 왕복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기차표를 삽니다.

쩐위엔은 기차역이 한산하여 표를 예매하기가 무척 좋습니다.

 

이제 삐끼와 협상에 들어갑니다.

숙소는 바로 기차역 옆에 있는 아파트입니다.

그러니 아파트에 살면서 방을 만들어 여관업을 하는 가정식 홈스테이입니다.

 

늦은 밤에 도착했으니 협상의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숙소는 기차역 옆에 있는 아파트 숙소로 주인이 아파트를 개조해 숙소를 겸하여 사용합니다.

들어가는 입구는 조금 지저분해도 저렴하면서 내부는 주인이 함께 살기에 무척 깨끗합니다.

1층은 식당이나 상가며 2층 이상이 아파트인 주상복합(?)입니다.

 

2박을 하기로 하고 더운물이 잘 나오기에 빨래도 합니다.

물론 주인집 탈수기를 이용했기에 반나절 만에 빨래를 모두 말렸으며 주인집에 부탁해 전기장판도 얻었습니다.

사실 시지앙에서 몸서리치게 밤에 추웠기에 방을 보기 전에 미리 전기장판 유무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갖다 준 전기장판이 따뜻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뺏은 기분입니다.

그러나 전기장판에는 Good Luck라고 쓰여 있으니...

 

전기장판 때문에 잠시 후 주인 남자가 부인에게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이렇게 2박을 하는데 1박에 30원에 하기로 했으니 얼마나 저렴합니까?

베란다에 욕실을 만들어 놓았고 침대며 모든 것이 깨끗합니다.

오랜만에 빨래를 하는데 시커먼 물이 나오는군요.

세제도 사용하여 빨래하라고 했으나 우리는 따로 한국산 세제도 조금 가져갔기에...

우리가 머문 곳은 기차역 앞이라 사실, 구시가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걷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우리기에 이 정도 거리는 그냥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지요.

 

쩐위엔에서 보아야 할 것은 오래된 건물, 옛 부두, 옛날 담장, 물 길 그리고 오래된 우물입니다.

고성 소개만 보아도 이 마을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게 모두 적혀있습니다.

賜名으로 镇远이라는 지명이 1258년에 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황제가 내린 지명인가요?

마을은 서쪽에서 동으로 강이 흐르고 강을 중심으로 양쪽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은 모두 서쪽 끝에 있으며 길을 사이로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카이리에서 쩐위엔으로 오는 길은 조금 험하며 도로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기차를 이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내일은 쩐위엔 고성을 둘러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때로는 이런 집에서 자는 것도 괜찮습니다.

무척 저렴합니다.

주인과 같은 집이라 안심이 됩니다.

세탁기도 주방도 모두 사용이 가능합니다.

귀찮은 주숙 등기도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