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위엔(鎭运), 2.300년 고성을 걸었습니다.

2011. 2. 16. 00:18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11월 8일 여행 19일째

 

아침 일찍 일어나 쩐위엔(진원:鎭运) 고성 거리로 걸어갑니다.

시내는 강을 따라 양쪽으로 형성되어 거의 외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쩐위엔을 관통하여 흐르는 강의 이름이 우양허(무양하:舞阳河)라고 하네요.

이곳 쩐위엔에는 태양이 춤이라도 추는 가 봅니다.

 

기차역에서 시내까지는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작은 도시라 보통 택시를 타는데 4원 정도라

하며 오늘은 우양허(무양하:舞阳河)를 끼고 2.30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상업도시로

반 정도가 먀오족과 동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살아가는 동안 다른 지역보다 잘 먹고

잘 살아온 부유한 사람들의 고향 쩐위엔을 둘러봅니다.

 

아침의 쩐위엔은 역시 안개가 자욱합니다.

이런 날은 첼로로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고 싶습니다.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기분이 드는 첼로곡을 들으며 2.300여 년 전의 거리를 산책한다면,

아주 멋지게 어울릴 것같습니다.

첼로와 안개...

그리고 아주 오래된 고성... 

게다가 나이 든 우리 부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

佳人 혼자 생각이라고요?

그렇군요...

 

무양하는 왜 태양이 춤추는 강이 되었을까요?

오늘처럼 매일 안개라도 끼어 쩐위엔을 늘 덮어버리는가요?

차라리 안개 때문에 하늘이 가려 태양이 보이지 않는 강이라고

 무양하(霧阳河나 無阳河)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오늘도 우리 부부와 함께 순전히 걸어서만 쩐위엔을 구경합니다.

 

이곳처럼 아주 오래된 도시를 걷는다는 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사실 칼파(Kalpa)의 세월 중 2.300년이란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기겠지만,

100년도 살기 어려운 인간 수명과 비교하면 무척 오랜 시간이잖아요.

우양허는 그때도 흘렀을 것이고 오늘도 흐릅니다.

 

이 오랜 세월에 우리 인연은 정말 대단한 인연입니다.

같은 나라, 같은 시기, 같은 언어 그리고 같은 사이트에서 만나 글과 사진을 보고 함께

생각한다는 인연을 여러분은 무엇으로 설명하시겠습니까?

정말 대단하고 소중한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하늘이 만들어 준 우리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억겁의 세월 중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시간은 무척 소중한 시간이고 소중한 만남입니다.

 

제가 인연을 강조했더니만...

이곳 쩐위엔에서 고성의 성벽과 강변 사이에 만든 공원에는 모두 중국어와 영어와

한국어로 글을 적어 놓았습니다.

오래된 고성인 쩐위엔과 한글이라....

한글을 우리보다 더 사랑하는 쩐위엔입니다.

귀여운 쩐위엔...

 

지도에서 제일 왼쪽 아래를 보시면 치처짠과 훠처짠이 보입니다.

그곳에서 출발하여 오른쪽으로 올라갑니다.

걸어가도 그리 먼 거리가 아니기에 구경도 할 겸 걷습니다.

 

고성 거리에는 숙박시설이 많고 가격은 50원에서부터 다양하게 있습니다만,

우리 부부는 다음 이동을 기차를 이용하기에 배낭을 들고 고성까지 이동할 일이 없어,

그냥 기차역 부근에 숙소를 정하고 고성은 산보 삼아 걸어 다니렵니다.

오가며 기웃거리는 일도 여행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까요.

 

판롱따치아오(반룡대교:盤龍大橋)를 건너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나중에 동쪽 끝으로 걸어가 축성교를 건너 다시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오면 한 바퀴 모두 둘러보게

되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우양허가 흐르고 고성 거리 뒤로는 수직에 가까운 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졌습니다.

 

그래서 그 산의 이름이 돌로 만든 병풍산이라는 의미로 석병산(石屛山)이라 정한 모양입니다.

그 아래로는 우양허(무양하:舞阳河)라는 강이 시름시름 흐릅니다.

보는 사람이 피곤하면 강물도 시름 거리며 흐릅니다.

그 아래로는 옛 모습을 간직한 고성 거리가 강을 따라 이어집니다.

 

중국은 어느 도시나 큰 공원이 있습니다.

아침에는 많은 사람이 공원에 나와 건강을 다지는 운동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침 준비 때문에 어머니가 이런 곳에 운동을 나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중국은 아침을 대부분 거리에서 아침을 사서 먹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중국은 내륙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기에 매일 이 시기에 이렇게 안개가 끼나 봅니다.

그래서 3일 맑은 날이 없다고 하는가 봅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커피믹스가 거의 떨어져 가기에 큰 차오시가 있어 들어가 중국 커피믹스를 삽니다.

佳人은 술을 입에 대지도 못합니다.

심한 빈맥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전혀 마시지 못합니다.

30년 이상 피우던 담배도 임플란트를 위해 2010년 2월 1일부로 끊었기에 낙이라고는 오직

하루 몇 잔 마시는 커피뿐입니다.

 

중국 커피...

우리나라 커피믹스처럼 원터치로 찢어지게 만들어 놓고 찢어지지도 않고

(물론 찢으라는 점선 표시가 있습니다.)

맛도 佳人 입맛에는 맞지도 않습니다.

물론 가격은 우리나라 커피의 2배에 가까운 12포에 15원입니다.

세계인이 마시는 커피라도 차를 즐겨마시는 나라에서는 역시 괄시받나 봅니다.

 

이제 걸어서 고성 안에 있다는 보행가로 갑니다.

 

티엔허우공(천후궁:天后宮)이라고 있군요?

천후궁이라면 천후(바다의 선박을 보호하는 여신의 묘)를 모신 곳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바다도 아닌데 이곳에?

객지에서 고생이 많으시군요?

천후는 주로 푸젠 성 사람이 믿는 신으로 그들이 이곳으로 물길을 이용해 장사하기 위해 다녔으며

이곳에도 많은 푸젠 성 사람이 머물렀기에 지었다고 하네요.

 

태극문양이 쩐위엔에서는 트레이드 마크처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쩐위엔이 이렇게 가운데 우양허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마을이 생긴 데에는 일화가

있더고 하니 이런 게 바로 전설의 고향의 주제가 되지요.

쩐위엔이라는 마을이 생기기 전, 한 도사가 시빙샨(석병산:石屛山) 위에 올라 아래의 우양허를

내려다보니 그 모양이 S자 모양으로 마치 태극문양이라...

 

그 곡선 위아래로 마을이 들어서면 그야말로 태극의 二氣가 一元天地로 음양의 조화가

기가 막히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생긴 마을이 웨이청과 푸청입니다.

 

청룡동이 웨이청(衛城)으로 1.388년에 군사적인 목적으로 만든 마을이고

강 건너에 있는 푸청(府城)은 1.413년 행정기관이 주로 자리 잡으며 발달했다 합니다.

 

위의 지도에서 보듯이 아예 타이지꾸청(태극고성:太極古城)이라고 표기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佳人은 힘들게 고생하며 병풍처럼 생긴 가파른 석병산에 오르지 않아도

우양허가 태극문양으로 생겼다는 것을 벤치에 앉아서 한눈에 알아버렸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佳人이 길을 걷다 쉬려고 그냥 벤치에 앉아서 바라만 보아도

벌써 이렇게 세상의 진리를 터득할 만큼 훌쩍 커버렸습니다.

저도 제 스스로를 돌아보니 깜짝 놀랄 만큼 세상 보는 눈이 틔어졌습니다.

저 석병산에 헐떡거리며 올라간 미련한 도사를 불러 제자로 삼을까요?

어쩌면 저리도 세상을 보는 눈이 그렇답니까?

맡겨만 주시면 제대로 가르쳐 하산시키겠습니다.

 

만약 佳人이 석병산 정상에라도 올라 바라보았더라면 하늘의 진리까지도 꿰뚫어버렸겠습니다.

아니라고요?

너무 알면 다친다고요?

그럼 올라가지 않고 고성만 걷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이 바로 보행가의 시작 지점입니다.

여기부터 축성교까지 걸어 다니며 구경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란처가 수시로 이곳부터 축성교까지 다니기에 걸어가며 보아도 좋고 타고 다니며 보아도

좋으며 탑승료는 무료입니다.

만약 돈 받겠다고 하면 제게 말하세요.

이 보행자 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면서 전기로 움직이는 차를 무료로 운행하나 봅니다.

 

그 지점에 남북으로 이어주는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다리 이름이 新大橋입니다.

그 다리 위에서 고성 방향인 동쪽을 보고 찍었습니다.

 

이번에는 반대편인 서쪽을 보고 찍었습니다.

강을 따리 지은 집의 모양이 특이하지 않나요?

그러나 모든 집에서 홍등을 걸어 둔 것이 이채롭습니다.

 

시작 지점에 관광안내센터가 있습니다.

무료로 배포하는 지도도 얻을 수 있습니다.

영어는 통하지 않고 중국어는 무척 유창하게 구사하는 여자가 근무하더군요.

 

이곳이 바로 쩐위엔 고성의 중심도로입니다.

차량은 다니지 못하고 걸어야만 합니다.

 

지금 걷고 있는 도로를 중심으로 지도를 보시면, 마터우(碼頭)라는 부두가 많이 보입니다.

이 마을이 오래전부터 많은 배가 드나들었고 무척 흥청거렸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일이지요.

그래서 아까 보았던 항해를 주관하는 천후궁도 있었고요.

그래서 쩐위엔이 잘 먹고 잘 살아온 동네랍니다.

얼마나 많은 배가 드나들었으면 천후를 모신 사당까지 있었을까요?

 

여기는 쌀을 싣고 드나들었던 米부두라는 군요.

쌀가마니 들고 있는 돌쇠가 힘 좀 쓰게 생겼지요?

마님이 애지중지하겠어요~~

요즈음 말하는 식스 팩의 초콜릿 복근...

佳人은 아주 간단한 o형의 원 팩 복근입니다.

 

이 계단을 통하여 2.300년 전부터 많은 쌀이 오르내렸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옛 영화만 기억하고 아무도 바라보지 않습니다.

이곳에 많은 부두는 모두 목적이 분명합니다.

그만큼 모든 물자가 정해진 부두로만 오르내렸다는 의미입니다.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았던 내용을 알리는 조형물입니다.

佳人은 저 가마우지만 보면 지나온 과거가 생각나고 꼭 우리 사내들의 신세와 어찌나 흡사한지...

가끔 가마우지가 주인을 속여 동창 아버지도 두 번이나 죽여가며 외박도 하고 용돈도 삥땅 치고....

 

고성 거리를 계속 걸어가십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주인이 뒤통수 한 방 때리면 물었던 물고기도 금방 뱉어내야 하는 가마우지가

무슨 하소연을 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은 하고 싶은 데로 모두 하며 사는 곳이 아니잖아요.

 

젊은 가마우지는 뒤뜰에서 주인 몰래 나는 연습하세요.

언제나 먹지도 못하는 물고기 잡으러 자맥질만 할 겁니까?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가마우지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자꾸 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언젠가 푸른 창공으로 독수리처럼 박차고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보행가를 걷다 보면 오른쪽은 우양허가 흐르고 부두밖에는 볼 게 없습니다.

왼쪽으로 산 아래로 마을이 있고 그 마을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이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형태의 골목길이 연이어 만들어졌네요.

 

골목길도 아름다운 쩐위엔 고성입니다.

부유함이 느껴지는 곳이네요.

개인의 집은 아니지만, 골목길에도 문당 석고와 대호를 제대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도 가끔 오른쪽 우양허도 보고 갑시다.

그렇게 합시다.

안 그러면 우양허 쟤 또 삐져~

그러니 많은 배가 있다는 말은 이 강에서 물놀이를 많이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오늘 아침에 안개가 잔뜩 낀 고성을 걸었습니다.

우두커니 서서 골목길도 기웃거리며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석병산을 헐떡거리고 올라가지 않아도 쩐위엔을 가로질러 흐르는 우양허의

물길이 태극문양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저기 높은 곳까지 고생하며 올라가서 내려다보고서야 우양허가 태극문양이라고

 겨우 알아낸 도사가 도사입니까?

아마도 짝퉁이나 초보 도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2.300여 년 전의 일이라 용서하렵니다.

그래서 내일도 또 길을 걸으며 쩐위엔을 바라보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살아가는 힘의 원천은 사랑의 힘입니다.

사랑이 없는 세상은 무미건조한 세상입니다.

사랑의 시작은 가족이기에 힘들 때는 가족을 먼저 떠올립시다.

가족은 사랑의 시작이며 완성이며 동시에 세상 전부입니다.

그러기에 가족부터 무지무지하게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