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리역에서는 누구나 가섭을 만난다.

2009. 12. 18. 00:43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09

따리로 가는 기차는 밤 9시에 개찰을 시작해 정시인 9시 43분 쿤밍역을 출발합니다.

4인실 소프트 베드인 2층으로 된 기차로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는 아주 럭셔리한 침대차이지요.

중국은 워낙 땅 덩어리가 넓어 이동할 때 야간에 기차를 타고 다니면 숙박비를 아낄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탄 중국인 젊은 부부는 난창 의과대학 부속병원 의사로 근무 중이라고 하네요

부부가 휴가를 얻어 여행길에 나섰다 합니다. 

중국인 젊은 부부와 함께 이야기를 하다보니 오히려 그들이 더 즐기는 모습이다.

그들 눈에 나이가 많은 한국 부부이니 호기심이 많이 생기나 봅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낯선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우리는 중국어를 모르고 그들은 우리 말을 모르니 자연히 되지도 않는 영어가 나옵니다

오늘 영어가 객지에 나와 흔들리는 기차속에서 엄청 고생하게 생겼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어를 흔들리는 기차 속에서 배웠어야 하는 데 교실에서만 배워서 기차 속에서는 영~~ 

 

그런데 대학 교수라면 영어를 어느정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그들 부부도 별로 시원치 못합니다.

그래서 동원되는 것이 바로 필담이다.

한자로 써가며 영어도 동원되고 서로 알아들으니 오히려 그들 부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합니다. 

여행을 온 이들 부부는 밤에 기차 침대에서도 언제 순식간에 잠옷으로 갈아입고 누워있습니다.

우리는 그냥 입던 바지를 입고 잠을 자는데....  정말로 잠옷을 사랑하는 민족인가 봅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보니 월남이라는 나라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베트남이라는 공식 영문표기로 이야기하면

저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위에난이라는 자기네 표기만 알아듣습니다.

중국이 세계의 리더이기를 바란다면 그 나라의 공식 표기에 대한 배려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자기네의 중화사상에 아직 젖어 있기에 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바보 같은 생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1월 1일 / 여행 5일째

아직도 캄캄한 새벽 6시 30분경에 샤관(下關)에 있는 따리 역에 도착합니다.

이곳도 해발 2.000m 정도로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한라산 정도의 높이....

 

따리....

푸르고 무식하게 높은 창산, 바다 구경 한 번 못해 본 내륙에 살던 사람들이 겁나게 큰 호수를 보고

바다라는 이름을 붙인 얼하이(洱海)호,

지형이 모태처럼 생긴 천혜의 요새, 샤관의 바람이 샹관으로 불어 꽃을 피우고,

얼하이에 비친 달이 창산 위에 만년설인 눈을 비춘다는 風花雪月로 설명되는 아름다운 도시....

지금 우리 부부는 말로만 듣던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따리의 지형을 보면 서쪽으로 창산이라는 4천 미터가 넘는 산이 있고 동쪽으로도 높은 산이 있고 그 사이에는

얼하이라고 부르는 귀때기처럼 생긴 커다란 호수가 있어 따리로 들고 나는 방법은 오직 우리가 방금 도착한

이곳 샤관(下關)이라고 부르는 남쪽과 북쪽의 상관(上關)이라는 곳뿐이라네요.

그러니 완벽한 배산임수의 명당에 바이족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아래 빗장과 위의 빗장만 잠그면 이곳은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그런 곳입니다. 

지도를 가만히 살펴보면 정말 천혜의 요새입니다.

남조국이니 따리국은 이렇게 이런 아늑한 곳에 자기들끼리 알콩달콩 먹고살았나 봅니다.

딱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끼리만 먹고 살 땅과 호수인 것으로 보입니다.

 

캄캄한 따리역 광장으로 나와 보니 출구에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삐끼들이 나와 우리 같은

어리 삐리 한 초보 여행자를 두 손 들어 열렬히 반깁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가 온 들 이렇게 꼭두새벽에 찬이슬 맞으며 함박웃음을 머금고 환영할 수 있을까요?

숙소는 물론 차량 삐끼들도 있어 아무리 새벽에 도착해도 이동과 숙소를 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따리역에 도착하는 여행자는 이곳 샤관에 머무는 사람이 거의 없고 모두 따리 꾸청(古城)으로

이동하여 가는 사람들일 겁니다.

광장 앞 큰길에 시내버스가 지나가는 게 보입니다.

그러면 이곳 어디엔가 버스 정류장이 있고 그곳에 가면 꾸청으로 가는 버스가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우선 삐끼들을 물리고 주위를 살펴보니 역 건물 1층 오른쪽에 작은 가게가 보이고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네요.

그래서 그곳으로 들어가 보니 작은 가게로 그 옆으로는 많은 의자가 놓여 있어 사람들이

안에서 쉬며 웅성거리는데 아마도 우리 같은 여행자를 위하여 쉬었다 갈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나 보다고

생각하고 우리도 들어가 자리에 앉습니다.

 

우선 알루미늄 병에 담아 온 뜨거운 물로 커피 한 잔 마시고 이동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는 데 물건을

사지 않으면 모두 나가라고 하는 듯 대부분의 중국인이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가는군요.

헐~~ 그러니 쫓겨난다는 말이네요.

참 야박하다는 생각이나 그곳도 영업장소이니 우리가 이해해야 하지 않겠어요?

 

일단 쫓겨나 아직 캄캄한 역 광장으로 나오니 그곳에는 아까 우리에게 접근한 삐끼 아줌마가

여태 기다리며 우리를 반깁니다.

새벽에 도착한 여행자에게는 연꽃을 들지 않아도 배낭만 멘 사람은 누구나 부처님이 됩니다.

그 의미를 아는 삐끼는 연꽃이 아니더라도 배낭만 보고도 미소를 짓는 가섭이고요.

 

그러니 캄캄한 새벽에 역 광장에 내리는 여행자와 삐끼는 부처님과 가섭의 만남입니다. 

우리가 들어갈 때 이미 쫓겨날 것을 그 여인네는 알고 있었더란 말인가요?

이렇게 여행지에서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도 이방인은 결국 그들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다는 말이군요.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라는 듯 미소를 함빡 머금고 다시 다가와 "좋은 방 있수! 함 보실려우?"라고 하는 듯....

그 옆에는 우리와 같이 배낭을 짊어진 중국인 젊은 커플이 함께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도 삐끼의 마수에 걸려들었다는 말?

 

"얼마유?"

"50위안 이우."

"그럼 함 가 봅시다. 그런데 꾸청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우?"

캄캄한 역 광장에 서서 우리는 아주 심오한 대화를 나눈다.

"저기가 버스 종점 이우."

그녀가 가리키는 곳은 바로 역 광장에서 역을 등지고 오른쪽 끝에 있는 곳으로 많은 버스가 서 있습니다.

 

역 광장에서 역사를 등지고 오른쪽을 바라보면 8번 버스종점이 바로 그곳에 있어 시내버스를 타고 따리

꾸청으로 삐끼와 함께 이동합니다.

중국인 젊은 커플과 함께 방을 구하기로 하고....

 

6시 47분에 3위안의 버스를 타고 꾸청을 향해 가는 데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네요.

우리는 이렇게 삐끼를 따라가며 따리에서 아침을 맞이합니다.

아마도 오른쪽에 보이는 호수가 얼하이 호수로 생각됩니다.

 

7시 10분 버스는 꾸청 동문을 지나 꾸청 안으로 들어와 정류장에 내리니 아래 사진에 보이는

작은 봉고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고 우리를 태우고 남문 부근에 있는 객잔으로 무료로 안내합니다.

그러니 이미 우리의 출현을 적에게 누설했단 말인가?

 

방을 둘러보니 깨끗합니다.

중국인 커플을 불러 "너희들은 얼마에 묵기로 했니?"하고 물어보니 40위안이랍니다.

외국인이라고 우리에게 10위안을 더 불러? 택도 없는 소리지요.

우리 한국사람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면 그냥 묵을 뻔했어요.

그래서 우리도 40위안... OK?

물론 웃으며 합의했지요.

 

중국에서 우리 관습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

숙박비를 받고 보증금식으로 야진이라는 것은 더 받는다는 점입니다.

바쁘다 보면 떠날 때 잊어버리기 쉬운 일입니다.

베트남에서는 여권을 받아두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이곳에 오면 이곳 법칙을 따라야지요.

그러나 나중에 떠난 후 그 사실을 알면 환장할 노릇입니다.

 

그런데 지금 새벽에 도착하면 혹시 2일 치를 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또 묻고 확인하고 따져봐야 합니다.

이런 것을 확인하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서로 얼굴 찡그리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요.

그래서 당연히 1일 치만 지불하기로 하고 짐을 풀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이 숙소에 묵은 젊은 중국인 커플을 며칠 후 리지앙의 골목길에서 우연히 또 만나게 됩니다.

중국이라는 나라...

땅은 넓지만, 만날 인연이 있는 사람은 또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되어 있나 봅니다.

 

밤새 야간열차를 타고 와 피곤하다고요?

우리에게는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배낭만 던져놓고 뛰쳐나갑니다.

 

우선 아침부터 먹자... 입안이 깔깔하여 주변을 탐색하다 죽을 파는 곳이 보이는군요.

죽 2위안, 만두 8개에 4위안... 그런데 완두콩 죽이 죽여주게 맛있습니다.

위에는 고소한 땅콩 가루도 뿌려주는군요?

그런데 이 부근의 골목식당은 아침에만 열더군요.

 

이곳 창산을 바라보자...

아니 올려다봐야 합니다.

따리의 고도가 2.000m이고 바로  창산의 높이가 4.000m라고 하니 따리 꾸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산도

아니고 바로 꾸청이 창산 옆구리에 떡허니 붙어있으니 바라보는 게 아니고 올려다봐야 합니다.

고개가 아프군요.

 

옆에 2.000m의 높이의 장막을 친 것과 같으니 하늘의 반이 가려져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녁에는 해가 다른 곳보다 훨씬 일찍 지겠지요? 

따리에 오면 누구나 처음 하는 일이 창산 투어를 하게 되잖아요.

우리 부부는 며칠 후 호도협 투어를 하기에 이곳 창산에 오르는 일을 포기합니다.

 

두 번째가 얼하이 호수를 둘러보고 배를 타고 남조풍정도나 그 외에 섬들을 둘러보는 투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비용이 만만치 않아 배낭여행자에게는 부담이 가는 금액입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빌려 호수 주변을 어슬렁거려 볼 예정이나 감기로 포기를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가 꾸청 돌아보기.... 요것이 바로 배낭여행자가 가장 선호하는 무료 투어입니다.

네 번째가 주위의 옛 마을 둘러보기...

쿤밍 민족촌도 문 앞에서 꾸냥만 보고 왔는데.... 뭘~~

 

말도 무서워 못 타고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도 무서워 못 타고....

그런데 높은 곳에 올라가면 아찔한 장면을 은근히 즐기는 울 마눌님....

살다 보니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입니다.

아침을 먹었으니 따리 꾸청을 칸칸(看看)해야지....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염화시중의 미소는 부처님만의 특허가 아닙니다.

이미 특허가 만료되어 중생은 누구나 미소를 보낼 수 있습니다.

세상 어디를 가나 삐끼는 배낭여행자를 알아보고 먼저 가섭이 되기를 자청하고 염화시중의 미소를 보냅니다.

아무리 어두운 새벽이라도 낯선 곳에 도착한 배낭여행자에게 미소를 보내는 삐끼가 없다면

여행의 재미는 반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佳人은 이런 삐끼가 있어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