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7. 01:07ㆍ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09
스린 구경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버스를 타고 2시 20분 식당을 출발하여 3시 30분
중국 전통 차(茶)를 파는 어머어머하게 큰 쇼핑점으로 들어갑니다.
그냥 물건 만 파는 그런 곳이 아니라 큰 공원으로 꾸며놓고 많은 관광버스가
정차하여 관광객을 계속 끝도 없이 쏟아 넣고 있습니다.
우선 차 시음장 겸 매장인 방으로 우리 일행을 모두 밀어 넣어 버립니다.
예전에 여행사 단체 여행을 따라왔을 때 보았던 풍경으로 중국 여행객도
똑같은 방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구경 온 우리 부부야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중국인은 한국인보다 쇼핑에 더 열을 올리기에 오히려 부담이 없어 좋습니다.
아주 또박또박하게 음성의 높낮이도 변화를 주며 일일이 손님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어 가며 노련한 푸로의 향기가 나는 여자가 차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차 향기보다 더 장사의 향기가 나는 그런 여인이었지요.
그런데 우리 부부는 들리는 귀머거리요. 눈 뜬 장님이라....
이곳 윈난의 특산물 푸얼차만 아니라 여러가지 차를 끓여내며 탁자에 올려줍니다.
함께 여행한 중국인이 우리에게 부담없이 마시라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우리도 다 알고 있걸랑요?
그래도 이방인인 우리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따뜻한 차를 시음하라고 챙겨주는
그들이 따뜻한 마음이 무척 고맙습니다.
그래 마시자... 佳人은 미각에 고장이 났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도통 차 맛을 구별할 수도 없고 맛 또한 알 수 없습니다.
오직 마시는 것이라고는 커피...
그것도 자판가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난 차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마음은 아마 죽는 순간까지 유효할 겁니다.
그곳 쇼핑센터는 공원으로 꾸며 놓아 많은 사람이 쇼핑도 하고
공원에 쉬었다 갈 수 있게 만든 곳입니다.
우리 부부는 가난한 배낭여행자라 살게 없습니다.
이 양반들은 왜 여기 한꺼번에 모여 계시나?
오늘이 무슨 곗날이라도 되나요? 아니면 오늘 오프라인 모임이라도 하고 계신가요?
오잉? 삼국지에 나오는 복숭아나무 밑에서 도원결의를 하면서 천하를
"내 품에~" 하며 정혁(鼎革)을 꿈꾸던 자들이 아닌가요?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주는 차를 계속 마시다 보니 화장실에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슬그머니 나와 화장실을 가려는 데 우리를 데리고 온 가이드를
문 앞에서 딱 마주칩니다.
우쒸~ 도망치다가 걸린 거야?
그곳 연못에는 스린의 돌만큼 많은 물고기가 삽니다.
물 반, 고기 반이 아니고 물 조금 대부분 고기들이군요.
그러나 그녀는 차 시음장에서 우리가 중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공원에
돌아볼 것이 많으니 다시 시음 매장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산책이나 하라고 권유를 합니다.
우리나라 가이드라면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겠지요?
佳人에게 자기 휴대전화 번호와 만나는 장소, 그리고 시간을 적어주며
공원을 산책하라고 알려줍니다.
이렇게 이방인에게 작은 배려는 우리를 감동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울 마눌님을 살짝 불러내 함께 데이트를 하라고 하네요.
평생을 함께 살아왔지만 이렇게 낯선 땅에서의 데이트라....
이제부터 우리는 이곳 공원을 돌아다닙니다.
옛 차마고도를 표시한 지도도 보고....
차마고도를 누비며 다닌 그들의 애환을 조형물로 만들어 놓은 청동상도 돌아봅니다.
마방의 삶....
척박한 땅에서 먹고살기 위해 그들은 험하고 위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다녔습니다.
열심히 언덕길로 끌어올린다.
"올라오란 말이야~"
올라가지 않겠다는 말과 끌어올리려는 마부의 모습이 아주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싫단 말이야~~ 그래 네가 말(馬)이다...."
"아~ 글씨~~ 올라가기 싫다는데 왜 자꾸 그려셔~~"
말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버텨라 버텨~~ 그러면 오늘은 여기서 쉬었다 간다.
가득 실은 저 마대자루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왜 이들은 차에 대한 집착이 그리도 많았을까?
차라리 안 먹고 말지 목숨을 걸고 차를 최고의 교역물로 삼았을까요?
마방들이 신고 다녔던 신....
저런 허술하고 열악한 신을 신고 그들은 산 넘고 물을 건너 다녔더란 말입니까?
우리의 짚신과도 비슷한 저런 신을 신고 바위를 깎아 만든
척박한 길을 그들은 다녔습니다.
목숨을 건 장사길.... 그리고 마방의 삶....
그러나 그들에게도 행복한 가정과 희망의 미래를 꿈꿀 수 있었기에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다녔으리라....
만약 인간에게 가정과 미래의 희망이 없다면 세상은 암흑과도 같은 세상이었을 겁니다.
가죽신이라고요? 천만의 말씀이고 만만의 콩떡입니다.
위의 짚신을 우리 부부는 따리에 가서 뒷골목 허름한 골목시장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면 마방들이 신었던 바로 그 신발....
지금도 그들은 신고 다닌다는 말인가요?
우리와는 조금 다른 슬리퍼처럼 생긴 신발을 우리는 뒷골목 시장에서 분명히 보았습니다.
혹시 유비가 만들어 팔다가 도원결의를 한 후 짚신장사보다 촉나라 황제가
더 남는 장사라 생각하고 남은 짚신을 모두 덤핑으로 넘기고 가는 바람에
마방이 신게 된 것을 아니겠죠?
돗자리였나요?
4시 30분 쇼핑점을 출발하여 쿤밍으로 향합니다.
6시에 쿤밍에 도착을 하고 또 한군데 바로 어제 들려 발마사지만 받은
황가 의원에 또 들립니다.
이제 이곳은 우리의 단골 무료 발마사지를 받는 곳인가요?
미안한 마음에 가이드에게 어제 이곳에 왔으며 그냥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니
아무 부담 없이 들어가 피곤한데 발마사지를 받으라고 합니다.
무료로 또 발마사지를 받는데 가운을 입은 사람이 또 佳人에게 다가옵니다.
초로의 늙은이라 佳人의 몸이 종합병원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젠장 젊은이는 놔두고 왜 어제도 오늘도 나만 찾아와~~
함께 하루를 보낸 중국 남자가 우리 옆자리에서 한국인이라고
알려주니 또 그냥 가버립니다.
원천봉쇄란 바로 이런 말을 두고 하는 겐가요?
미안해요~~ 중국말을 못 알아 들어서....
그래도 오늘은 "메롱~"하라고 혀를 보자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7시 황가 의원을 출발하여 아침에 출발한 쿤밍역 부근에 차를 세우고 내려줍니다.
오늘 투어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이제 우리는 야간 침대열차를 타고 따리(大理)라고 하는 옛 남조국으로 갑니다.
길거리에서 바나나 1kg을 3위안에 사서 7시 30분 쿤밍역에 도착하여
오늘부터 둘이서만 다녀야 합니다.
그저께 미리 예매한 따리행 기차를 타야 합니다.
기차역 출발 대합실은 쿤밍역 2층에 있으며 그곳에만 의자가 있어 일찍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입구에서 표 검사를 하여 아무나 들어갈 수 없게 관리를 하고 공항에서
짐 검색을 하 듯 그렇게 하는군요.
대합실 안에는 흡연실이 따로 있고 더운 식수가 무료로 공급됩니다.
우리는 미리 준비해 간 알루미늄 병에 더운물을 담아 커피도 마시고
바나나도 먹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미리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하면서....
별다방 커피만 맛있을까요?
쿤밍역 대합실 셀프 다방의 커피 맛은 죽여줍니다.
중국 열차 대합실 안에서 커피를 직접 타 마셔봤수? 나 마셔 봤수.....
이렇게 가난한 백수 배낭여행자는 처량하게 돌아다닙니다.
이렇게라도 돌아다녀야 되겠습니까?
우리가 여행을 하며 밥보다는 과일을 많이 먹는 이유는 여행자의
제1 덕목인 쾌변을 보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저렴한 과일을 늘 배낭에 넣어 다니며 자주 먹고 다닙니다.
이렇게 텅 비어 있던 대합실....
잠시 후 공포의 빨간 모자를 쓴 수 백명의 엄청난 숫자의 중국인들이 줄을 맞추어
들어오더니 질서 정연하게 그리고 순식간에 대합실을 완전히 접수합니다.
어제 샤워 도중 뜨거운 물이 갑자기 끊어지고 찬물로 샤워를 하였더니만
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이제 여행을 막 시작했는 데....
그래도 佳人의 여행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살다 보면 모든 일이 늘 좋은 상태로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몸 상태도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일이 이와 같을 진데....
그래도 이미 첫걸음을 옮겼기에 우리의 삶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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