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시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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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뚫고 까미노를 걸어 아르수아(Arzua)로.
점차 빗줄기가 강해집니다. 아무리 방수가 잘된 신발이나 옷이라 선전해도 줄기차게 내리는 비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점차 빗물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적십니다. 쉬지 않고 걸으니 비에 젖더라도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비가 퍼부어도 잠시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갑시다. 이런 길을 걸으며 훠이훠이 그냥 그렇게 지나친다는 일은 너무 각박한 일이잖아요? 어찌 생각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시골길이지만, 멀리서 이 길을 걷기 위해 여기까지 왔잖아요. 길은 같은 길일지언정 그 느낌은 다르지 않겠어요? 걷다가 힘이 들면 동행하는 사람을 위해 뒤돌아보며 미소 한번 지어주세요. 미소란 미소를 짓는 내가 알 수 없기에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미소란 바로 상대를 위한 배려입니다. 비록 작은 배려지만, ..
2015.02.16 -
순례자의 길. 현실의 길. 그리고 까미노
요즈음 여행기랍시고 글을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자꾸 걱정이 앞섭니다. 사진만 주욱 나열하고 내용이 없는 여행기는 성의도 없고 영혼도 없는 것처럼 생각되고... 그렇다고 글을 올리자니 내용이 변변치 못해 읽는 분이 지루해하실 것 같고... 그래서 사진과 글을 함께 올리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제일 중요한 것은 글을 쓰더라도 정확한 용어 선택부터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제대로 맞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볼 때 가끔 맞춤법조차 제대로 맞지 않게 쓴 글을 볼 때 佳人의 글도 저렇겠지 하는 걱정이 앞서고 그 글이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한글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천박한 글로 비치기 때문이죠. 佳人이 쓴 글이 바로 그런 부류의 글이 아닐까 생각하니 계속 써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
2015.02.13 -
포르트마린을 지나 까미노는 계속되고...
까미노 길을 걷다 보면 500m마다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말 반가운 표식이죠. 내가 지금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과 거리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방향만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나 가리비는 수시로 나타나고요. 컥!!! 이 녀석은 피곤한 모양입니다. 아주 자빠져버렸습니다. 인생의 길에서 좌절이라도 했답니까? 마치 佳人의 젊은 시절 한때 방황하며 지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이정표란 우리처럼 다른 나라 낯선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단비처럼 반가운 존재입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길에서도 이런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현실은 이런 도움을 받는다는 일이 불가능하지요. 내가 처음 가는 길에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살아가는 길에서도 지침이..
2015.02.02 -
까미노 두 번째 날 곤사르를 향하여
이제 우리의 까미노 이틀째 이야기입니다. 어제는 까미노의 리허설이었다면 오늘은 본 게임이네요. 오늘은 페레이로스에서 곤사르까지 약 16km를 걸었던 이야기입니다. 지난밤은 10월 초순인데도 무척 추웠습니다. 방에 있는 옷장 속에 두꺼운 밍크 담요가 있어 두 개나 덮고 잤습니다. 지금까지는 밤이 그렇게 춥지 않았지만, 북으로 많이 올라왔나 봅니다. 2014년 10월 4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갈리시아 지방은 지금 10월부터 우기에 접어든다고 하네요. 이 시기부터는 늘 비가 자주 뿌리고 밤에는 무척 춥다고 합니다. 사실, 낮에는 걷느라고 더웠습니다. 아침 7시 반은 이곳에서는 아직 캄캄한 새벽입니다. 이제 두 번째 날을 걷기 위해 배낭을 챙겨 길을 나섭니다. 이렇게 새벽부터 서두르는 이유가 오늘 걸어야 할..
2015.01.30 -
사람들은 왜 까미노에 열광하나?
이제 살라망카를 떠나 오늘부터 당분간 까미노(Camino)를 시작합니다. 우리 부부가 까미노에 도전하는 일은 종교적인 신념이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도전하는 게 아니고 다만 까미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고 세상에서 가장 걷고 싶은 길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확인차 걸어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이번 여행지가 스페인이기에 언제 다시 또 스페인을 자유여행으로 온다는 보장이 없기에 그러니 이번 기회에 도전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것도 여행 기간 때문에 800km 가까운 까미노 전부를 걸을 수 없고 116km만 걸어가며 까미노에 대한 맛만 보려고 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그냥 힘들게 걷지 말고 이런 길이 스페인에 있다는 것만 알고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요. 그것은 식당에 가서 메뉴판만 보고 그냥 나오는 일이잖아요...
2015.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