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 2014/까미노(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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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길에서 비를 만나다
출발 때부터 내리던 비가 이제는 제법 굵어집니다. 이베리아 반도의 특징이 우리와는 다르게 가을부터 우기가 시작된다 하네요. 특히 북부인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이라서 늘 습도도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끼가 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갈리시아 지방을 걷다 보니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눈에 띄는 이상한 형태의 건축물이 자주 보입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무슨 건물로 보이시나요? 다락방인가요? 아니면 일종의 장례 풍습은 아닐까요? 우리나라와 멀지 않은 중국 여행을 하며 우리와는 다른 모습의 장례풍습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 의미는 죽은 자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라는 의미로 지역마다 모두 같지만, 그 모습은 무척 다양한 모습이었습니다. 세상 어디나 그 의미는 모두 같겠지만, 그 방법은..
2015.02.12 -
뿔뽀의 고향 메리데를 향하여 (까미노 네 번째 날)
메리데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뿔뽀(PULPO)라는 문어요리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우리의 문어숙회라 보시면 됩니다. 문어란 우리에게는 익숙한 음식이고 또 이곳의 뿔뽀는 한국인의 입맛에 아주 잘 맞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한국인은 누구나 뿔보요리를 맛보고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인 뿐이겠어요? 까미노를 걷는 모든 사람이 여기에 들러 문어요리를 먹고 갈 겁니다. 메리데는 바닷가 마을은 아니지만, 바다가 멀지 않고 수송이 쉬운 곳에 있기에 예전부터 문어요리가 발달한 곳이라 합니다. 그게 어디 메리데뿐이겠습니까? 문어 요리는 갈리시아 지방에서는 어느 곳이나 쉽게 맛볼 수 있지만, 메리데가 까미노에 있기에 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에 의해 여러 나라 사람에게 널리 알려졌겠지요. 지난밤에는 우리가 머문 3..
2015.02.11 -
별들의 들판 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Santiago는 성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 Compostela는 별들의 들판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에 세워져 성 야고보의 유골을 안치한 성당은 예루살렘과 로마에 이어 가톨릭 세계 3대 성지가 되었고, 이때부터 유럽의 각 지역으로부터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를 향한 순례길에 나서게 되었고덕분에 도시 이름도 별들의 들판의 야고보라는 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되었다네요. 이때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지나던 스페인 북부지역은 이베리아 반도를 거의 점령한 이슬람 세력과 북쪽으로 밀린 원주민인 아스투리아스 등 가톨릭 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곳으로써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순례길의 탄생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습니다.사실, 이 말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
2015.02.10 -
까미노의 상징 조개(가리비), 지팡이 그리고 표주박.
우리는 까미노(Camino)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까미노라는 단어는 스페인어로 영어로는 Way라는 의미라 하네요.우리 말로는 그냥 길이라는 말이지만,지금은 고유명사처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을 의미하는 말이겠지요?.또한 길을 걷다는 동사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합니다.이 까미노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답니다.세상에 그냥 시골길을 세계문화유산이라고요? 모든 길은 로마로 이른다 했나요?스페인에서는 로마로 가는 길은 없고 모든 길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뿐인 듯합니다.그러니 산티아고에 이르는 까미노는 무척 많습니다.그 많은 길 중에 지금 우리가 걷는 길이 가장 많은 사람이 걷는 길일 겁니다.원래 프랑스 생장이라는 곳에서 출발해 이 길로 들어서서 가게 됩니다. 어디서 출..
2015.02.09 -
고마운 사람, 미운 사람,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
팔라스 데 레이에 도착해 숙소를 정했습니다.이 마을에는 알베르게가 무척 많습니다.그런데 그 많은 곳 중 우리가 찾아간 알베르게에 지난밤 옆자리에 누워 혼자만 열심히 코를 골며 자다가 아침에 바람처럼 사라진 바로 그 독일산 증기기관차가 그곳에 숙소를 정하고 부인과 함께 막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순간 식겁했습니다. 지난밤의 악몽이 생각나 눈인사만 하고 얼른 돌아서 나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오늘 佳人 고객님 정말 많이 당황했습니다.우리가 찾아간 곳은 사설 알베르게로 1인당 10유로에 방을 구하고 땀을 흘렸기에 빨래와 샤워까지 마치고 마을 구경을 합니다.이렇게 일찍 새벽부터 걷고 다른 여행자보다 먼저 까미노를 마치고 난 후 샤워에 빨래까지 끝내면 마치 밀린 숙제를 모두 마친 개운한 기분이 듭니다...
2015.02.06 -
꽃길 자갈길 그리고 까미노 길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을 흔히 여행길에 비유하곤 합니다. 인생의 길이나 여행의 길이나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는 말이겠지요. 물론, 앞으로 펼쳐질 모습이나 일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 무척 많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모두 다 알고 간다면 그 또한 재미없는 일이잖아요? 그저 그렇고 그런 길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이 좋고 자갈길보다는 꽃길이 좋습니다. 지천으로 펼쳐진 꽃길을 걷는다면 피로도 덜하고 기분마저 상쾌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佳人처럼 대부분 많은 사람은 앞으로 펼쳐진 자신의 길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가 봅니다. 늘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그게 그렇게 현실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잖아요?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을 바라고 원합니다. ..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