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르모로 돌아가는 길

2017. 7. 6. 09:00이탈리아 여행기 2015/아그리젠토

아그리젠토는 기원전 6세기경부터 그리스에서 이주해온 사람이 모여들며 지중해에서는

가장 큰 도시 중 한 곳이 되었답니다.

바라만 보아도 가슴 설레는 웅장한 도리아식 기둥의 신전은 그리스의 문화며

건축이며 자부심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 후 이곳에 주인으로 살았던 헬레니즘과 로마 기독교도들의 거주지와

매장 풍습도 볼 수 있는 귀한 곳입니다.

정말 훼손 없이 이렇게 보존되어 온 것은 후손의 복이라 할 수 있겠네요.

 

또한, 지중해를 통해 침입하는 해적을 방어하기 위한 성벽과 그 성벽 안에 구덩이를 파고

석관을 안치한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풍습입니다.

팔라리스가 지배했던 시기에 이곳은 번영을 구가하기에 이르렀으며 테론이

참주로 있었을 때 절정기였다고 합니다.

그때가 히메라(Himera)에서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였다네요.

 

그러나 카르타고는 이곳에 약도 주고 병도 주었고 이런 아름다운 신전의 도시였던

아크라가스도 다시 카르타고의 침략에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말았답니다.

결국,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졌던 곳이 되고 맙니다.

 

이로써 독립적인 도시국가로는 막을 내리고 기원전 210년 로마 제국에 편입되고 말았지요.

로마 제국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자 아랍 민족에게 또 노르만 민족에

점령당하는 시련을 겪었다지요.

그러니 힘 있는 어느 민족이 숟가락만 들이밀면 주인행세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는 말이네요.

 

이곳은 아이와 함께 올 곳은 아닌 듯합니다.

기온도 높고 그늘이 전혀 없고 그리고 걷는 거리가 상당이 깁니다.

유모차를 끌고 오기도 그렇습니다.

앗! 속았습니다.

아이가 아니고 인형이었습니다.

그래도 인형이 무시무시한 처키 인형이 아니라 얼마나 좋습니까?

 

인형과 함께 오는 것은 괜찮습니다.

인형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안고 있네요.

이 여성은 아까 우리와 같이 유모차를 끌고 계속 함께 이동하며 온 여성입니다.

그 유모차에 태우고 온 것은 아이가 아니라 아이 인형이었네요.

 

이곳에 그렇게 많이 있던 신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신이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이 신을 쫓아내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천천히 걸어 신전의 계곡 출구로 나와 그 자리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신전의 계곡은 4시간 정도 돌아보니 어느 정도는 볼 수 있었습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시간입니다.

 

신전의 계곡 안에 식당이 하나 있지만, 가능하면 미리 음식을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버스를 기다린 곳은 올 때 내린 곳으로 황금의 문이라는 곳이죠.

원래 이곳이 신전의 계곡으로 들어가는 3번 출입구라고 하는데 오늘은 문이 닫혀있어

한참을 걸어 5번 출입구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에서는 시내버스 1. 2. 3번 아무거나 타도 기차역 광장으로 갑니다.

그러나 5번 출입구로 가는 버스는 1번 버스만 갑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기차역에 도착해보니...

팔레르모행 기차는 모두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보고 어쩌라고요.

 

올 때도 기차가 취소되어 기차 회사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왔는데...

기차역에 물어보니 6시에 팔레르모로 가는 버스를 준비해 기차역 광장에서 출발한다 합니다.

위의 전광판에 보이는 시각이 4시 4분인데 2시간이나 이곳에서 더 기다리라고요?

 

광장에 있는 사람에게 버스 터미널을 물어보고 그곳으로 갑니다.

기차가 없으면 버스를 타고 가면 되잖아요.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은 걸어서 5분 정도로 가깝습니다.

위치를 참고하세요.

 

위의 사진은 팔레르모와 아그리젠토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 시각표입니다.

혹시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시려고 준비하시는 분은 참고하시라 올려드립니다.

 

잠시 후 출발하는 버스가 있네요.

버스표는 버스 안에서 사면됩니다.

공연히 버스표 산다고 왔다 갔다 물어보며 다니지 마세요.

팔레르모까지 9유로/1인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비가 퍼붓습니다.

올 때도 그랬는데...

다행히 신전의 계곡을 구경하는 동안은 날씨가 맑았습니다.

신들도 멀리서 온 우리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나 봅니다.

 

그런데 왜 이곳에 사는 사람은 저리도 높은 곳을 좋아할까요?

이번 여행에서 다니며 보았던 풍경 중 하나가 바로 마을이 모두

산으로 올라가 있다는 점입니다.

오르내리기 힘들고...

식수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시칠리아는 해적의 침입이 무서워 산으로 올라갔을까요?

그러면 왜 이탈리아 반도의 많은 도시가 왜 산 위에 올라갔는지...

로마의 시조라는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처음 나라를 세울 때 언덕에 세웠기에

이들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36.5도의 붉은 피는 태생적으로 언덕을 좋아해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