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쉼터 아그리젠토

2017. 7. 5. 09:00이탈리아 여행기 2015/아그리젠토

이제 신들과도 작별해야 하겠습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지 모른다 했나요?

바로 이곳이 그런 곳입니다.

오늘은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상의 많은 신과 함께 노닐었습니다.

무심한 들꽃만 어지럽게 피어 떠나는 佳人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네요.

 

아까 버스 내린 곳으로 가서 아그리젠토 기차역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기차를 타고

팔레르모로 돌아가렵니다.

이곳은 팔레르모에서 당일로 구경하기 좋은 곳입니다.

충분히 구경하고 여유 있게 돌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여유로운 분이라면 아그리젠토에서 하루를 자는 것도 좋지 싶습니다.

밤에 조명을 밝힌 신전의 모습을 보는 일이 쉽지는 않잖아요.

바로 이곳이 그런 곳입니다.

런 모습은 여행 중 또 다른 감동으로 비칠지 모르겠습니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해발 200여 m의 나지막한 언덕 위에 이렇게 신들이 저택을 짓고 모여

살았다는데 이곳으로 신들보다 먼저 그리스인들이 모여든 시기가 기원전 6세기라고 합니다.

살기 좋다고 소문이 나니 전성기 때인 기원전 5세기에는 인구가 30만 명이 넘었다고 하니

정말 융성한 시기를 보냈나 봅니다.

 

지금 아그리젠토에 사는 사람이 6만여 명 정도라 하니 그때가 얼마나 번창했는지 짐작할 수

있지만, 그때는 영화로운 시대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예전의 영화로움은 사라지고

그 잔해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도 누가 뭐래도 역시 아름다운 곳입니다.

 

여기에는 신전이 20여 개나 모여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리스인이 세운 유적 중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곳입니다.

왜?

여기는 재질만 다르지 그 사람들이 세운 신전이니까요.

 

우리가 지금 구경하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많은 신전이 모여있지만,

주변에 가지 못하는 곳에도 여러 개가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곳은 고고학 공원으로 꾸며놓아 산책로를 만들어 계절마다 피어나는

들꽃 사이로 걸어 다니며 구경할 수 있는 하늘의 동산과도 같은 곳입니다.

신과 인간이 함께 노니는 곳이니 얼마나 좋습니까?

 

주변에 신전이 즐비하니 그곳에 사는 신들 사이로 산책하니

이게 바로 천상의 세상이 아닌가요?

신전만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긴 성곽은 또 어떻습니까?

여기는 그리스 시대의 유적만 있는 게 아니고 선사시대부터 로마가 이곳을 지배했을 때

남은 주거 터와 무덤이 즐비하게 남아있는 곳이라네요.

 

위의 사진은 콩코르디아 신전 아래에 있는  Necropoli Romana입니다.

이곳은 초기 기독교도들의 무덤이라 합니다.

그러니 산 자의 도시가 아니라 죽은 자의 도시라는 말이겠지요.

지중해에 인접한 곳이기에 발전도 했겠지만, 반대로 풍랑도 많이 겪었지 싶습니다.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마지막 흔적만 남았습니다.

이들은 죽어서도 신들과 함께 지내나 봅니다.

 

콜럼버스가 대서양 항로를 발견해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세상의 중심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발달했기에 이곳은 여러 세력이 거쳐 가는 중간지점이었지 싶네요.

그러다 보니 서로 뺏고 빼앗고 하는 각축장이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민족이 이곳을 지배했고 그런 문화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겠지요.

 

고대 문명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볼 때 시칠리아는 지리적인 이유로

그 중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곳이 있겠지만, 아그리젠토는 중요한 유적군이 있는 곳 중의 한 곳이겠지요.

유적뿐 아니라 유적 안에서 내려다보는 지중해의 풍경도 좋습니다.

지중해가 가까웠기에 그리스인이 쉽게 이곳으로 진출해 터를 닦고 둥지를 틀었지 싶습니다.

 

아크라가스는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그리스 유적군이 있는 지역입니다.

기원전 582년에 처음 이곳에 신전이 세워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보는 돌덩어리가 인간의 손에 다듬어진 지

2.600년도 더 넘은 것이라는 말이겠네요.

 

출발은 고대 그리스인이 넘어와 만든 도시국가로 시작했지만, 카르타고, 로마, 비잔틴은 물론,

아랍이나 스페인의 지배를 받으며 지냈기에 지금 이탈리아에 속했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지 싶고

다만, 이 지역에 사는 주민은 그런 여러 민족의 피를 이어온 사람이라 지금 중북부가 중심이 되는

이탈리아 정부에 크게 협조적이지는 않지 싶네요.

 

그동안 전쟁이나 지배 세력에 의해 파괴되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도 방치되고 또 지진이나

자연재해로부터도 무방비로 훼손되었기에 지금 보시는 것처럼 폐허 수준입니다.

신전의 계곡이라면 신들이 집단으로 사는 계곡일진대 어느 하나

대책 없이 지냈으니 신도 참 딱합니다.

세월의 힘에는 신도 방법이 없었나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곳 신전의 특징은 다른 곳처럼 기둥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밖으로는 개방형 기둥으로

지탱하고 안으로는 벽기둥을 만들고 벽기둥을 따라 다른 벽을 만든 보기 쉽지 않은

건축 방식을 취했다는 겁니다.

콩코르디아 신전은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뒤를 이어 그리스 건축의 백미라 할 수 있겠네요.

복잡한 지하 수로망은 연구할 가치가 있는 곳으로

당시의 생활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