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8. 04:00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발길 머물렀던 곳
중세의 마을이 하늘 위로 솟아오른 듯 보이는 치비타입니다.
이런 곳을 천공의 성(天空의 城)이라고 하던가요?
치비타는 하늘로 솟아오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주변이 함몰되어 이곳만 남은 곳입니다.
이곳에 서서 위의 사진에 보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느 주교가 그랬답니다.
"Badlands valley"라고도 했고 또 "Eagle's nest"라고도 불렀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죽은 유령의 마을이라고도 불렀답니다.
그러나 佳人이 바라보니 좋기만 한걸요.
치비타는 사실 마을 안에 들어가 구경하는 것보다 이곳 전망대에서
치비타 전체를 바라보는 모습이 제일 좋습니다.
그래서 기념품으로 파는 자석도 모두 이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풍경들입니다.
이탈리아 여행 중 우리 마음에 남는 멋진 곳이나 유적은 대단히 많았지만,
가장 마음에 남은 여행지 중 한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치비타였습니다.
치비타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치비타에 올라 주변을 바라보면 위와 같은 모습으로
화산 폭발로 생긴 응회암 지형에 무른 토사는 세월이 흐르며 점차 사라지고
단단한 부분만 남아 이런 모습이 생겼다 합니다.
이렇게 사라지고 있어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없기에 중세 때 지었던 건물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겠지요.
마을로 들어가는 길도 몇 번이나 무너져 지금은 위의 사진처럼 다시 만들었답니다.
이탈리아에는 사라지기 전에 꼭 보아야 할 곳이 세 군데가 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며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곳 말입니다.
바다와 육지와 하늘에 만든 것 중 각각 하나씩이라네요.
그 하나는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베네치아라고 합니다.
그다음이 육지에 있으나 점차 기울어져 무너질 운명에 처한 것이 피사의 사탑이라지요.
그리고 마지막 하늘에 불쑥 솟아있지만, 점차 사라지고 있는 바로 이곳 치비타라고 합니다.
사라지기 전에 빨리 보아야 할 곳이지만, 위의 두 개는 벌써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
유지되도록 했다지만, 이곳 치비타는 마을에 사는 주민도 대부분 이주시켜 버렸고
겨우 10여 명의 주민과 식당이나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만이
지금 마을에서 지내고 있답니다.
여기는 꼭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아야겠네요.
그냥 눈으로 보고 마음에 차곡차곡 담는 일만 해야겠어요.
무엇을 해야겠다는 것은 이곳에서는 탐욕입니다.
이곳은 있는 그대로 보고 그냥 느끼면 되는 곳입니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며 마음에 담기만 하면 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 담아 두었던 그 기억을 하나씩 꺼내어
다시 느껴보면 되는 곳입니다.
이렇게 쌓아둔 여행은 우리의 추억으로 남아 영원히 기억되지 싶습니다.
이제 나이가 드니 예전에 다녀온 곳에 대하여 사진을 통해
하나씩 다시 들추어 보게 됩니다.
다시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더 마음에 담아두고 싶습니다.
내 마음에서 더 희미해지기 전에 말입니다.
사라져 가는 것은 무엇이고 잊혀가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이 작은 마을은 사람보다 고양이가 무척 많습니다.
아마도 수백 마리는 족히 되지 싶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니 잊히고 싶지 않은 고양이는 수반 위에
냉큼 올라가 요염하게 앉아있는 치비타입니다.
무슨 자신이 꽃이나 되는냥...
세상은 늘 그렇게 여러 가지 기가 모여 하나의 氣가 되었다가
세월이 지나 하나로 뭉친 기가 쇠하면 사라지고 말지요.
그러나 사라진 후에 또 다른 기가 여러 곳에서 생기니
새로운 기가 생기면 또 다른 것이 세상을 채우게 됩니다.
혹시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이곳은 다녀오시기를 추천합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그런 멋진 곳입니다.
제법 근사한 곳으로 오래도록 우리 마음에 남아있을 곳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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