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 금마방

2009. 12. 7. 00:08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09

 

멀리 쿤밍 시내가 보이고 쿤밍의 서쪽에 있다고 하여 이름이 서산이라는 산.

미인이 누워 있는 모습처럼 부드러운 산,

그러나 깎아지른 절벽에 이들은 길을 만들어 놓고 즐기고 있습니다.

 

 

그곳에 길을 만들고 龍門을 만들어 있지도 않은 용을 불러들였습니다.

용이란 중국에서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만날 수 있고 생활 깊숙이 들어와

민초의 반려 동물처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용으로 살아간다는 일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래도 그런 모습이 더 멋진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내려오면서 늦게 출근한 하늘에 걸린 달도 쳐다봅니다.

이제 며칠 후면 보름달이 뜨겠지요

우리 부부처럼 걸어서 내려오는 중국인들도 많이 있습니다.

 

어설픈 몇 마디로 그들과 대화도 나누며 그렇게 걸어 내려옵니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오잉? 구름이 전혀 보이지 않네~~

 

 

우리 부부는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같은 길을 걸어 내려옵니다.

제법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오며 무수히 많은 말을 하고 살아왔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듣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방금 올라갔던 서산도 아쉬워 다시 한번 돌아보며 카메라에 모습을 담습니다.

밑에는 또 절벽이다.

 

 

바위에는 곳곳에 많은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벽해(碧海)라...

푸른 바다... 좋은 모습이지...

하지만 녹조를 보고 이런 말을 이곳에 새기지는 않았겠지요?

만약 옛날부터 이랬다면....

얼라리요? 그렇다면 녹조가 생긴 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말인데?

벽해라고 쓴 이곳도 아래로 내려다보면 글자처럼 얼굴색이 파래집니다.

 

 

아침 안개와 이슬은 해가 뜨면 그렇게 자취를 남기지 않습니다.

부부간의 갈등과 미움도 아침 안개처럼 자취를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슬처럼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다툼은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에서 입니다.

 

이긴다고 세상에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고 진다고 달라지는 것은 무엇입니까?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지는 아침 이슬 같은 미움이 아니겠습니까?

이기려 하지 마세요.

부부간에 이기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걸어 입구까지 내려왔는데 아직도 하지 못한 말들이 있습니다. 

또 함께 제법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오늘 처음으로 울 마눌님이

고소 공포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부부간에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죽는 그 순간까지 상대를 안다는 게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직도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하긴... 꾀돌이 제갈공명도 "사람의 속처럼 알기 어려운 일이 없다"라고 이실직고했잖아요.

 

 

이런 숲이 울창한 길을 걸으면 숲이 해충을 막기 위해 내뿜는

피톤치드로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유황함량이 높은 경유를 사용하기에 자동차가 한 번 지나가면

절대로 신선한 공기가 아닙니다.

 

 

내려오다 보니까 태화사라는 절로 올라가는 곳이 보입니다.

그러면 아직 버스 타는 곳까지 4.3km 남았다는 말이 되는군요.

 

 

5시경에 올라올 때 꼬마 버스를 내렸던 가오야이까지 걸어 내려왔습니다.

현판에 걸린 글.... 띠앤츠 호수의 밤에 달이 뜨면.... 그래~ 우짤 낀데?

지금 대낮인데도 달이 우리 부부를 계속 따라왔습니다.

띠앤츠의 달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스토커 달이란 말인가요?

하긴 달이 뜨면 호수의 녹조가 더 찬란해지겠지요.

 

 

1위안 내고 94번 버스를 종점에서 타고 민족촌까지 내려오다 반대편 종점까지 가 보기로 합니다.

우리 부부는 늘 이런 일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합니다.

 

 

5시 35분 바로 민족촌 정류장에서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종점이 있었고

그곳에는 해경 공원이라는 공원이 있더군요.

위에서 내려다보았던 녹조화 현상의 극치를 보여주던 죽은 호수 공원....

겨울이 되면 많은 갈매기가 녹조 청소하러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나요?

 

 

서산의 기슭에 제비집처럼 집을 짓고 길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즐기게 하였습니다.

삶에 지친 사람을 위해 쉬어갈 수 있고...

소원을 빌고 행복하게 살게 해 달라는 사람을 위해 희망을 주는 사찰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같은 종점에서 44번 버스를 타고 시내 금마방이라는 거리로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 서산 용문 다녀온 길입니다.

이제 여러분도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佳人 부부처럼

서산 용문에 다녀오실 수 있으시죠?

 

 

버스 내리는 정류장을 몰라 지나치고 쿤밍 기차역까지 와버렸습니다.

 진드기처럼 그냥 버스에 앉아 버텨보기로 헸습니다.

제까짓 게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는 버스가 아니겠습니까?

쿤밍 역을 출발해 2번째 정류장에 내려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시내를 걷습니다.

도중에 과일가게에 들려 과일도 사고....

 

대부분 과일은 1kg 단위의 가격을 적어 놓아 과일 사는데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우리 부부는 늘 과일을 많이 사서 배낭에 넣어두고 걸어 다니며 먹습니다.

무척 저렴하기도 하고 맛도 좋습니다.

그게 우리 부부처럼 초보 여행자가 외국에 나오면 곤란을 받는

변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6시 20분 드디어 불을 밝힌 금마방이라는 거리가 나오는군요.

이곳에는 금마방(金馬坊)과 벽계방(碧鷄坊)이라는 두 개의 패방(문짝 없는 문)이

서로 마주 보고 동쪽과 서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동쪽에는 금마방, 서쪽에는 벽계방이 동서로 아무 말 없이 서로 째려보고 서 있는데....

이곳 금마방과 벽계방이 있는 거리를 만든 이유는 옛날 아름다운 호수 기슭에

황금빛 말이 있었는데 이곳의 말과 교배를 한 후 하루에 500리를

달릴 수 있는 새끼를 낳았답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가 타던 적토마는 1.000리를 달리는 데 쿤밍의 말은 능력이 딱 50%....

(그렇게 청렴하고 강직한 관우는 그때 왜 조조를 떠나 유비를 찾아갈 때 千里走單騎하며

조조가 준 적토마는 돌려주지 않고 타고 야반도주했을까요?

사람의 속내란 關帝라고까지 제왕의 반열로 추앙받는 관우마저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했습니다.)

 

이 황금말이 가끔 쿤밍의 동쪽 소나무 숲에 나타나 아름다운

금빛 자태를 뽐내었기에 금마라고 불렀답니다.

원래 잘난 녀석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게지요.

 

 

장 씨가 아닌 강 씨 형제가 한다는 유명한 쌀국수인 미시엔 집...

그곳은 식사하기 위해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냥 지나쳐 걷습니다.

부부는 이렇게 함께 금마방과 벽계방처럼 마주 보고 또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더라도 아직은 더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습니다.

 

 

한편, 방금 다녀온 서산 기슭에 푸른 옥과 같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봉황이 살았는데 벽계라고 불렀답니다.

그 봉황도 가끔 나타나 자기도 봐달라고 칭얼거렸다고 하여 이곳에 말과 봉황을

기리기 위해 패방을 두 개 세우고 그 이름을 금마와 벽계방이라고 한다고 하네요.

 

젠장... 그러면 그 먼 옛날에 살았다는 봉황도 띠앤츠 호수의

녹조를 먹고 푸르게 변질하였다는 말인가요?

사람도 감귤을 많이 먹으면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오호 애재라~~ 불쌍한 봉황이여~~

너도 푸르뎅뎅하게 착색되었구나....

 

이곳에는 금벽교휘(金碧交輝)라는 말이 있는데 황금빛과 오묘한 푸른빛이

서로 엇갈리는 현상을 말한답니다.

지는 석양이 벽계방을 비추면 그림자가 동쪽의 금마방쪽으로 기울고 이때 달이 떠

금마방을 비추면 금마방의 그림자가 벽계방쪽으로 비추어, 지는 해와

뜨는 달이 한 데 어울려 두 패방의 그림자가 일직선에 놓이는 현상을 말한다네요.

이러한 현상을 금벽교휘라고 하는 데 자주 있는 일은 아니고

60년 만에 한 번 있는 일이라고 하니....

그럼 그날 날씨가 흐리면?

패스~

 

 

우리는 그 거리를 걷다가 주변에 있는 다른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문 앞에서 식권을 팔고, 식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가 주방에 식권을 제시하면 음식이 나옵니다.

음식 이름과 가격이 붙어 있기에 적당한 가격의 음식을 가리키면

식권을 살 수 있어 별도의 말도 필요 없습니다.

 

 

식당 안에 있는 아무 자리나 앉아서 먹으면 끝~~

우리가 먹은 쌀국수인 토지미시엔이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고 먹습니다.

다만, 깨진 그릇에 담긴 미시엔을 먹을 뿐입니다.

 

깨진 그릇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장사가 잘되는 집의 상징이라고 하네요.

우리와는 다른 문화....

그곳에 가면 늘 깨진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닭고기를 뼈 채 빠셔 버려 잘못하면 입천장 구멍 내겠네~~ 

 

 

저녁을 먹으면 오늘의 일과는 끝이 납니다.

베이징로로 걸어가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처음으로 중국이라는 나라에 와 부부 둘이서 시내버스를 타고

서산 용문과 시내를 돌아다녔습니다.

아침에는 약간 두려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오늘 다녀보니 중국이라는

나라를 여행하는 일도 별게 아니라는 오만한 생각이 듭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부부에게 중국을 배낭만 짊어지고 다닐 수 있는

용기를 준 대단한 날이었습니다.

 

 

내일은 지우시앙(九鄕)동굴을 갑니다.

땅 위에 스린, 땅 밑에 지우시앙... 오늘은 하늘길이 있는 서산 용문....

쿤밍에 가면 산전, 수전에 지상전, 지하전 그리고 공중전까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나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옆지기를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그게 얼마나 허황한 생각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부부란 이렇게 영원히 서로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佳人은 아직도 옆지기를 더 알아야 하기에 사랑할 수 있는 여백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