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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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안에서 쯔위엔으로 갑니다.
11월 17일 여행 28일째 아! 가을비가 내립니다. 아침부터 제법 많은 비가 내립니다. 여행 중에는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이 또한 여행의 한 부분이기에 즐겨보렵니다. 오늘도 역시 아침부터 안개가 가려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숙소에 머무르기도 그렇잖아요? 출발시각까지 그냥 숙소 안에만 있다는 것은 여행자의 참모습이 아닙니다. 떠나려는 佳人이 아쉬워 더 있어 달라는 이슬비입니까? 아니면 가라고 내리는 가랑비입니까. 창 밖을 내다봅니다. 풀잎에 이슬방울이 조롱조롱 맺혔습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 쪼르르 미끄럼을 탑니다. 우리 부부는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섭니다. 산책길에서 만난 길섶의 들꽃이 아침 이슬을 흠뻑 머금고 마치 울음이라도 금방 터뜨릴 것 같습니다. 이곳에도 가을의 막바지인가요? 나뭇..
2011.03.26 -
이제 용의 허리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우리 부부... 아무도 없는 길을 걸어 칠성반월에서 구룡오호로 이어진 멋진 산책길을 걸어갑니다. 이곳을 가시는 분은 꼭 이길을 걸어보세요. 아주 멋진 산책길입니다. 핑안춴에는 산 위에는 쫭족이 살고 산 아래는 야오족이 산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던 제일 높은 쉼터인 구룡오호 관경대에 야오족 여인 몇 명이 있었고 그 관경대로 올라온 사람에게 헤어 쇼를 해주겠답니다. 국군의 날 에어 쇼는 보아서 알지만, 헤어 쇼는 금시초문입니다. 그곳에는 야오족 아주머니가 진을 치고 자리 잡고 '헤어 쇼를 하겠다.' 합니다. 그러니 쉬운 말로 귀신 놀이하겠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사례를 해야 하는 일이겠지요. 네... 바로 그런 일이었습니다. 야오족의 긴 머리를 풀어 빗질하고 다시 감아올리는 모습을 관광객에게 ..
2011.03.25 -
핑안(평안:平安)의 하늘길
별은 바라보았습니다. 너무 먼 하늘에 있었습니다.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구름에 가려 언듯 언듯 보였습니다. 해를 바라보았지만, 너무 밝아 바로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바람을 느껴보려고 하였지만, 그냥 佳人을 외면하듯 언제 지나갔는지 지나쳐버렸습니다. 구름마저 산허리를 돌아 나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금방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랑논을 돌아보는 모든 길에는 궂은날에도 다니기 편하게 돌을 깔아 석판로(石板路)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석판로를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길옆으로 난 작은 계곡으로 물이 흐르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제 용척 위를 타고 올라갑니다. 나 아직 괜찮습니다. 이제 용척을 딛고 올라섰습니다. 나 아직 힘들지 않습니다. 이제 용척을 뛰어넘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걸어가나 봅니다. 인간의 삶이란 ..
2011.03.24 -
핑안의 칠성반월(七星伴月), 땀이 만든 황금의 다랑논입니다.
오늘 글이 아마도 이번 여행에 99번째 이야기일 듯합니다. 무슨 대하소설도 아니고, 전문 여행작가도 아니고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너무 오래 썼나 봅니다. 그러나 아직도 남은 이야기가 조금 있습니다. 재미도 없고 싫증이 나시겠지만, 이제 우리 부부의 여행도 거의 막바지를 향해 가는 듯합니다. 여기까지 달려온 힘의 바탕은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격려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행길에도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핑안춴은 마을에서 숙소를 구하거나 아니면 바로 올라가도 됩니다. 많은 사람이 핑안춴을 구경 와 칠성반월이라는 관경대를 올라 바라보고 인증사진 한 장 찍고 내려갑니다. 우리 부부는 우선 숙소를 정하고 마을 뒤로 난 외길을 따라 올라가면 그곳이 2호 뷰 포인트인 칠성반월(七星伴月)입니다. 그곳으로 올라..
2011.03.23 -
세상 어디나 만만한 삶은 없나 봅니다.
11월 16일 여행 27일째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봅니다. 역시나 바로 건너편에 있는 쫭지에(장계:壯界)라는 마을이 안개가 내려앉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 계절에 중국의 내륙은 늘 안개로 덮이는가 봅니다. 아~ 하늘이시여~ 하늘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안개마저 우리를 버리려나 봅니다. 아침 일찍 천층천제와 서산소악을 올라가 다랑논을 보려고 계획했던 우리의 꿈은 안개가 그만 삼켜버리려나 봅니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려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면서요. 지난밤에 정전까지 되어 우리가 가지고 다니던 전기장판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겁니다. 조각루라는 소수민족의 집은 정말 춥습니다. 문틈이 제대로 맞지 않기에 환기 하나는 끝내주게 잘됩니다. 봉황고성에서 산 전기장판을 지금까지 잘 사용하며 ..
2011.03.22 -
누구나 비밀 하나 정도는 지니고 살아갑니다.
젊은이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다랑논을 걸어 내려옵니다.서로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다랑논을 내려다보는 정상에서 일어났습니다.세상은 이렇게 우리가 예기하지 못했던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게 됩니다.아마도 전생에 서로의 깊은 연을 맺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그러기에 사는 동안 서로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야오족 여인이 다랑논 가운데 서서 하염없이 아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무슨 생각을 저리 하실까요?마치 넋이 나간 여인 같습니다.조각상을 세워 놓은 듯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있기에 佳人도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봅니다. 가만히 서서 생각해 봅니다.佳人은 저 여인의 생각을 알 것도 같습니다.저 나이 여인의 마음을....처녀시절 옆집에 살던 만득이가 대..
201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