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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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루시아 그라나다에서 코르도바로
어두운 밤에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았던 풍경입니다. 하얀색을 칠한 담장에 그린 그림 한 폭. 하얀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나무에 핀 꽃 그림일까요? 아니면 나무 잎사귀를 그린 그림일까요. 마치 설중매라도 본 듯 아름답게 느꼈습니다. 이곳은 코르도바 유대인 거리의 골목 풍경이었습니다. 이곳에 살았던 유대인은 사실은 이슬람이 지배했을 때 이곳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그런 사람들이죠. 그라나다뿐 아니라 코르도바에 살았던 사람도 마찬가지였지요. 워낙 이재에 밝고 회계나 관리에 철두철미했기에 왕실의 재정관리마저도 이들에게 맡겼다고 하지요. 그러나 이 도시가 가톨릭 왕국에 이양되고 난 후 추방령이 내려져 모두 떠나버렸다고 하며 그 일로 가톨릭 왕국은 한때 암흑기에 접어들기도 했다고 하니 이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
2016.01.26 -
아름다운 론다의 저녁과 숙소 이야기
저녁에 아름다운 노을이 지면 론다의 바위산은 그 아름다운 빛을 받아 더 아름답게 빛납니다. 밤을 위해 조명까지 밝히면 금상첨화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밤에 누에보 다리에 조명을 밝히는 일은 1년 12달 늘 있는 일은 아니라 합니다. 어떤 때는 조명을 밝히지 않고 그냥 밤을 맞는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 야경을 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은? 론다 시내 구경을 하기 위해 한 바퀴 돌아보고 숙소로 잠시 들어왔습니다. 낮에 도착했을 때 내일 미하스로 가기 위한 표를 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목적지 미하스까지 바로 가는 차편이 없다 하여 일단 푸엔히롤라라는 곳까지 가서 그곳에서 차를 바꿔 타고 가야 한다네요. 터미널에 도착해 우선 푸엔히롤라로 가는 버스표를 예매해 둡니다. 혹시 내일은 표가 매진..
2015.11.10 -
까미노에서의 행복한 순간 그리고 긴 공포
어제 이야기는 곤사르의 공립 알베르게에 숙소를 정한 이야기였습니다.공립 알베르게는 저렴한 대신 이불이 없기에 미리 침낭을 준비해오셔야 합니다.모든 공립 알베르게가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그리고 간혹 베드 버그라고 하는 벼룩 때문에 고생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까미노를 생각하시는 분은 미리 대비하셔야 합니다.워낙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까미노가 행복한 길이라고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요?우리는 그런 환상을 지니고 이 길을 걷지만, 까미노는 현실입니다.다양한 나라의 많은 사람이 함께하기에 즐겁고 재미있는 일도 많지만, 힘든 일도 많이 생깁니다.이상과 현실 사이에 갈등도 있게 마련입니다. 어제저녁에 우리가 가장 먼저 숙소를 정하는 바람에 제일 안쪽 자리를 선점..
2015.02.03 -
포르트마린을 지나 까미노는 계속되고...
까미노 길을 걷다 보면 500m마다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말 반가운 표식이죠. 내가 지금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과 거리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방향만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나 가리비는 수시로 나타나고요. 컥!!! 이 녀석은 피곤한 모양입니다. 아주 자빠져버렸습니다. 인생의 길에서 좌절이라도 했답니까? 마치 佳人의 젊은 시절 한때 방황하며 지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이정표란 우리처럼 다른 나라 낯선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단비처럼 반가운 존재입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길에서도 이런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현실은 이런 도움을 받는다는 일이 불가능하지요. 내가 처음 가는 길에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살아가는 길에서도 지침이..
201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