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리장을 떠나야 하네요.

2017. 2. 28. 09:00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16

리장 고성 안을 걷다가 본 앵무새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발에 쇠줄을 묶어 날아갈 수 없습니다.

자유를 잃은 새는 오늘도 이곳에 앉아 지나다니는 관광객만 바라봅니다.

지루했던 리장의 이야기를 오늘 끝내며 리장을 떠나며 佳人의 마음 한 조각을 이곳에 적어볼까 합니다.

 

리장 여행을 하며 밤낮으로 골목마다 돌아다니다 보니 대강 구경거리는 모두 본 것 같습니다.

이곳에 사는 주민이 아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더 찾아보면 또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겠지만, 이제 새로운 곳으로 다시 떠나야 합니다.

사실 이런 곳은 한 달 살기를 해도 좋을 곳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제가 올리는 여행기는 배낭여행 전문가가 하는 방법이 아니라

은퇴한 백수가 하는 아주 평범한 보통 여행자의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바로 여러분의 이웃이 여행하는 방법이지 싶네요.

 

직장은 정년이 있지만, 인생은 정년이 없습니다.

업무는 정년이 있지만, 여행은 정년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직장과 업무의 정년은 우리 자신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새로운 일이며 새로운 인생입니다.

그동안 가족부양이라는 부담에서 자식들이 성장해 홀로서기에 들어가 자립하며

우리에게도 자유로운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좌고우면 없이 열심히 일한 우리이기에 자신에게 스스로 보답할 시간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이곳 리장의 앵무새처럼 숨은 쉬고 있었지만, 묶여 있어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던 우리가 아닌가요?

정말 늘 꿈만 꾸던 여유로운 삶 중에 우리가 늘 그리워했던 것 중 제일 원했던 일이 여행이 아니던가요?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어냐고 묻는다면 단연 여행이라고 답을 할 겁니다.

그것도 누구의 속박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는 자유여행 말입니다.

자유롭다는 말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의미지요.

 

그동안 직장생활에 쫓겨 늘 짧은 휴가를 이용해 어쩌다 큰 마음이라도 먹고 패키지라도 쫓아다니다가

이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인 은퇴를 하게 되면 남는 게 시간뿐입니다.

그런 분 중 우리처럼 배낭여행을 꿈꾸시는 분이 상당히 많더군요.

갑자기 닥친 은퇴란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기도 합니다.

사실, 갑자기 닥친 은퇴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지만, 준비하지 못했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다 보니 자신감도 없고 또 어떻게 준비하고 떠나야 하는지 막막해 엄두를 내지 못하지요.

그러나 이제 배낭을 꾸립시다.

그리고 그동안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보너스라도 주면 어떻겠습니까?

그동안 나만 바라보고 내 뒷바라지했던 부인의 손을 맞잡고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보았지 직접 두 눈으로 보지 못했고

듣기만 했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으로 함께 떠나 보십시다.

중국어도 모른 체 무조건 배낭을 꾸려 떠나보았더니만, 시간이 지나니 집에 돌아와 있더군요.

 

그런 분을 위해 제 경험을 이곳에 여행기라고 올려보지만, 부끄러운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래서 여행기에 잡다한 정보라고 올리지만, 오히려 여러분에게 혼란만 드리고 심기를 흐리기도 하지요.

佳人의 글을 읽는 분의 선택과 버리는 지혜가 필요한 여행기가 바로 제가 쓰는 여행기입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추구하는 여행이 모두 다르기에 여행도 우리의 삶처럼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럭셔리한 여행도 좋지만, 경제적인 배낭여행도 좋습니다.

여행 자체를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면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여행을 추구해 절약한 돈은 다음 여행에 쓰고 싶습니다.

 

이제 직장도 없어 매월 들어오는 정기적인 수입이 없기에 경제적인 여행만이 백수의 여행 방법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으신 분은 굳이 그런 힘든 여행을 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절약하며 여행하다 보니 이렇게 굳이 다녀야 하나 의문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면 한 곳이라도 더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여태 그러고 다닙니다.

아직 더 가야할 곳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몇 년간 떠나보니 역시 세상은 넓고 구경할 곳은 점점 더 많아지더라고요.

 

그래도 여행을 좋아하기에 집으로 돌아가면 다음 여행을 또 꿈꾸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제적으로 다닌다고 여행의 품격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느낌은 절대로 싸구려가 아닙니다.

물질이 조금은 편하고 좋아 보이지만, 감정을 좌지우지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우리는 리장을 떠나 쿤밍으로 가야 합니다.

쿤밍으로 가는 교통편은 야간 침대 기차를 타고 갑니다.

이곳 리장에 도착한 첫날 오늘 밤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예매해두었습니다.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는 고성 남쪽에 있는 충의 시장 입구에서 18번 버스를(1원/1인) 타면 되네요.

버스 종점이 리장 역이니까 어디서 내려야 하나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당시의 리장 역 앞은 아직도 정비가 끝나지 않아 어수선합니다.

 

우리는 숙소에서 고성 밖으로 나오다가 충의 시장이 아닌 백룡 문화광장 부근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중호도협에서 버스를 타고 리장에 도착한 날 내렸던 그 버스 정류장이네요.

혹시 버스를 타고 리장 역으로 가실 분은 이곳에서 버스를 타시는 게 편리합니다.

 

다음 정류장인 충의 시장은 저녁 시간에는 너무 혼잡해 만원 상태이기에 배낭을 멘 우리가

버스조차 타기가 쉽지 않아 보이네요.

중국은 어느 도시나 러시아워가 되면 예전의 우리나라처럼 교통 지옥에 빠지지요.

버스는 30분 만에 리장 역에 도착합니다.

 

기차에 오르기 전 기차 안에서 먹을 과일과 심심풀이 정도는 미리 준비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밤 9시 10분에 출발하는 기차는 새벽 5시 30분 쿤밍역에 도착합니다.

머리를 지면과 수평을 이룬지 5분 만에 잠에 떨어지시는 신체조건이시라면 심심풀이는 전혀 필요치 않습니다.

기차는 밤새 달려가야 하니까 침대칸으로 했네요.

 

쿤밍역에 도착하며 잠시 쉬었다가 다시 8시 40분 싱이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합니다.

미리 리장에 도착한 날 모두 예매해 두었기에 이동하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겁니다.

배낭여행자에게 숙소와 이동만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잖아요.

 

우리 부부야 이런 여행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기에 크게 문제 되지는 않지만,

다만, 너무 오랜 시간 기차여행을 하기에 함께 여행하는 두 분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쿤밍에 하루나 이틀 머물며 싱이를 다녀오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표를 사는 김에 싱이까지 모두 사버렸네요.

나중에 쿤밍에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미리 도착해 여유롭게 보내다 떠나려고 바로 싱이부터 갑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같은 장소를 두 번 여행한다는 일은 또 다른 새로운 여행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그저 정신없이 돌아보고 왔다면, 두 번째는 같은 곳일지라도 보이는 것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곳은 변하지 않았겠지만, 佳人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겠지요.

여행도 이렇게 같은 곳을 다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러나 세상은 넓고 구경할 것은 많은데 왜 갔던 곳을 또 가야 하는지...

그 해답은 직접 다녀오셔서 각자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상이 변해 해외여행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이 오고 말았습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은퇴라는 인생 2막뿐 아니라 또 다른 복병이 숨어있었네요.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