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는데 진핑(錦屛)에서 하루를.

2011. 2. 28. 00:22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세상을 살아가며 누구나 조금씩은 다른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아마도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만약, 인생의 열매가 있어 수확한다면, 사람에 따라 달콤한 열매도 있을 것이고

쓰디쓴 열매도 있을 것입니다. 

행복의 열매도 있고 그저 그런 열매도 있겠지요. 

어떤 열매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열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열매는 사실은

내가 지금까지 마음속에 심고 가꾸어 온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고 살아온 그 자체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는 세상을 내가 가꾼 마음으로 판단하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이 불편하면 찡그리고

내 마음이 기쁘면 얼굴에 미소를 보입니다.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내가 만든 것입니다.

 

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내가 만든 길 위로 걸어야 합니다.

자갈길을 만들어 놓고는 꽃길이기를 바래서는 안 됩니다.

 

 

자갈길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꽃길로 살아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 마음에 달렸습니다.

 

예상치 못한 고마운 중국 꽁안의 도움으로 무사히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 살아갈 만한 곳이란 생각입니다.

 

 

비가 제법 내립니다.

여행 중에 내리는 비는 별로 반갑지 않습니다.

아직 가야할 곳이 많이 남았습니다.

오늘 어디까지 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또 부지런히 배낭을 챙겨 길을 나서야겠습니다.

 

10시 50분 출발하는 유핑행 버스는 미니버스입니다.

25원/1인 내고 작은 버스를 탑니다.

산수이로 가는 버스가 바로 연결되는 게 없기에 유핑행을 타고 간 후에 

그곳에서 또 산수이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라고 조언합니다.

 

 

유핑까지는 72km이군요.

비는 계속 내립니다.

아직 봉황의 위수 지역인 모양입니다.

통런은 모든 도로 표지판에 한글을 병기했습니다.

여기도 옥병을 옥평으로 잘못 써놓았습니다.

 

 

1시간 50분 걸려 12시 40분에 유핑에 도착합니다.

터미널 매표소에서 우리 부부가 가야 할 곳의 도시를 지도로 보여주니

매표원 아가씨가 표 파는 것을 중단하고 뒤로 돌아 나오더니만 우리 부부를 버스까지

안내하고 버스 기사에게 우리 부부를 다음 버스에 연결할 수 있게 부탁한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그들이 인신매매범처럼 자기들끼리 사람을 넘기는 듯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부탁한 것이었습니다. 

유핑에서 첸콩 가는 버스가 12시 50분에 바로 연결되기에 5원/1인 내고 바로 버스를 탑니다.

여기서 우리가 가야 할 지도를 보여주니 산수이까지 가지 말고 첸콩으로 가서

그곳에서 티엔주로 가는 버스를 타라 합니다.

 

 

1시 15분에 어느 도시에 접어들자 우리를 태운 미니버스 기사는 앞에 가는

버스를 추월하고 그 버스를 서게 합니다.

그리고는 우리 부부를 큰길에서 그 버스에 옮겨타게 해 줍니다.

 

 

이건 마치 숨 막히는 작전을 하듯 계속 우리 부부는 버스에서 버스로 연결하며 가는 바람에

밥도 먹지 못하고 비상용 초콜릿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요기를 대신합니다.

정말 정신없이 버스에서 버스로 이동하며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봉황에서 멀어지니 이제 봉황의 눈물도 그쳤습니다.

아마도 봉황의 위수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나중에 버스가 기름 넣을 때 내려서 보니 티엔주(천주:天柱)로 가는 버스였습니다.

버스요금은 그냥 버스 안내양에게 30원/1인을 냈습니다.

 

 

1시 15분에 첸콩을 출발한 버스는 3시간이 지난 4시 15분 티엔주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120km를 3시간이 걸려 도착했습니다.

정말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이곳까지 단숨에 달려온 듯합니다.

 

 

여기서 다음 이동할 곳을 결정합니다.

진핑으로 가는 버스가 제일 먼저 출발하는군요.

 

 

일단 진핑(錦屛)행 표를 사고 그동안 곡기를 입에 대지 못하다가 무얼 좀 먹어야겠기에

과일부터 샀는데 밥은 입이 까칠해 먹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버스에서 버스로 계속 이동하며 왔기에 밥도 먹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곳에서는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 얼른 과일을 삽니다.

 

 

버스 안내양은 매표창구 입구에서부터 서서 우리가 표를 사는 일을 도와주고 빨리 타라고

재촉하는데 중국의 버스는 출발 시각이 정해져 있지만, 가끔 늦게 출발할 수도 있고

먼저 출발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순전히 운전사 마음입니다.

 

 

버스 안에 튀김 빵을 들고 올라와 파는군요?

그래서 2원 주고 사서 버스 안에서 먹습니다.

오늘 처음 입으로 이런 음식이라도 먹어보는군요.

 

 

또 우리를 태운 진핑행 버스는 5시에 65km 떨어진 진핑을 향하여 18원/1인에

강을 따라 한없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지금 우리가 어디쯤 가고 있으면 언제 도착할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강을 따라 길이 있고 그 강가에는 오래된 집들이 즐비합니다.

만약 시간이 있다면 이런 곳에도 들려보고 싶지만...

중간에 한 번 서는 작은 마을은 무척 오래된 마을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숙소가 보이지 않는군요.

 

 

헐!!!

그런데 이게 또 뭡니까?

 

 

산에서 흙이 계속 무너져 내립니다.

 

 

내려서 보니 산 중턱으로 새로운 도로를 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도로가 완공되면 지금 우리가 달리는 길은 훨씬 단축되겠지요.

우리 버스는 마냥 기다립니다.

기다림도 여행의 한 부분이겠지요?

날은 점점 어두워집니다.

알지도 못하는 길 위에 우리는 마냥 기다립니다.

오늘 이러다가 버스 안에서 잠을 잘지도 모르겠습니다.

 

 

1시간 가까이 서서 대기하다 다시 버스가 출발합니다.

여기부터 도로는 길이 아닙니다.

비포장인 것은 그렇다 하지만, 도로가 파이고 솟구치고...

게다가 날이 어두워 오니까 빨리 달리지도 못합니다.

버스는 칠흑처럼 캄캄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건들거리며 휘청 거리며 아주 천천히 달립니다.

어느 모퉁이를 돌아서자 갑자기 "서프라이즈~"하며 밝은 불이 켜진 마을로 들어섭니다.

 

 

드디어 진핑이라는 낯선 도시에 7시 40분에 도착합니다.

65km를 2시간 40분 걸려 왔으니 시속 20km로 달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까?

환장하겠습니다.

버스는 이곳에 섰고 모든 승객을 내리라 합니다.

버스 터미널은 이미 불이 꺼져 닫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가 가야 할 곳은 아직 더 가야 하는데 어찌합니까?

 

 

오늘 가고자 했던 자오싱은 지도에서 보이지도 않습니다.

거리상으로는 먼 거리가 아니지만, 중국은 도로 사정으로 말미암아 중간에

공사 때문에 서 있는 시간이 있기에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오싱은커녕 리핑까지도 가지 못하고 진핑(錦屛)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하루를 묵고 가야 합니다.

 

 

터미널의 불은 꺼졌고 그래도 예쁜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 부부에게

주숙하겠느냐고 다가옵니다.

해야지요.

버스도 끊어졌고 오늘은 갈 곳이 없는데...

예전에 리보에서 산지앙으로 갈 때 수이족 마을인 산두에서 날이 저물어

하루를 머물고 간 적이 있는데요 뭘...

갑자기 카메라를 꺼내 찍느라고 흔들려버렸습니다.

 

 

하룻밤에 40원이라는데 웃으며 애교 한 번 부리니 30원에 하기로 하고 따라갑니다.

숙소는 터미널 앞에 있는 자기 아파트입니다.

凱萊旅社라는 상호는 붙어 있습니다.

저녁을 먹고 시내를 한 번 둘러보고 다시 들어와 마흔 살의 예쁜 아주머니와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음보가 터진다는 고등학교 다닐 때

구이저우 용주(龙舟) 대표선수였다고 하네요.

와우~ 그러면 팔뚝 힘이 세다는 말이 아닙니까?

 

 

아주머니와 이야기 도중 기왕 자고 가니까 이 도시에 아침에 돌아볼 만한 고성이나

뭐 그런 것 있겠느냐고 물어보니 있답니다.

위의 사진처럼 아주머니가 우리 부부에게 써준 롱리라고 하는 고성입니다.

뭐라고 물어보았느냐고요?

"아줌마! 밍티엔 칸칸 꾸청?"이라고 했더니만,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글을 적어주었습니다.

우리 부부와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이렇게 한자로 쓰면 의사소통이 조금은 가능합니다.

중국사람과 의사소통? 까이꺼 별거 없데요.

눈치 빠른 사람만 만나면 금방 알아듣습니다.

우리는 서로 웃고 떠들며 함께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롱리 꾸청은 이곳 진핑에 있는 게 아니고

리핑 가는 중간에 있어 내려서 구경하고 다시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리핑으로 갈 수 있답니다.

이거 횡재한 기분입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왔지만, 이렇게 새로운 곳을 알게 되고 구경까지 하게 되다니...

웃는 모습이 예쁘고 애교도 많았던 먀오족 아줌마~ 고마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은 12시간을 버스만 타고 이동했습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버스 속에서 비포장도로를 흔들거리며 진핑이라는 낯선 곳에 왔습니다.

여행은 이렇게 정보가 없어도 가끔 좋은 곳을 소개받기도 합니다.

뭐... 산다는 게 모두 그런 게 아니겠어요?

내일 롱리 고성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