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1. 00:05ㆍ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11월 14일 여행 25일째
아침에 자오싱을 떠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자오싱은 버스 터미널이 없고 큰길 중간지점에 커다란 주차장이 있고
그 입구 길에서 버스를 타고 내립니다.
그런데 아래쪽에서 한 아가씨가 무척 반가운 듯 손을 흔들며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중국 하고도 아주 외진 자오싱에서 누가 우리 부부를 안다는 말입니까?
佳人이 이제 중국에서도 유명인사가 되기라도 했답니까?
이게 누굽니까?
혹시 佳人의 여행기 중 쩐위엔에서 만난 한국을 사랑하는 중국 아가씨를 기억하십니까?
세상에 이 시골구석에서 또 만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중국이 넓다고요? 인구가 많다고요?
만날 인연이 되는 사람은 이렇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佳人이 이런 경우는 운명이라 핑계 대고 그녀에게 프러포즈라도 할 일이 아닙니까?
아니라구요? 마눌님에게 맞아 죽는다고요?
지금은 그렇지만, 만약 총각 신분으로 여행 중이었다면 말입니다.
이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 필연을 가장한 우연일지...
정말 사람의 인연은 알 수 없습니다.
혹시 압니까? 이 글을 읽으시는 분과 낯선 곳, 낯선 시간에 세상 어느 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지...
그 길 건너편에는 늘 작은 시장이 서고 이 부근이 자오싱에서는 가장 번화한(?) 곳이기도 하지요.
비록 작은 동네이지만, 그곳에도 아침에는 다른 중국의 도시처럼
아침을 파는 거리 음식이 있습니다.
우선 밥과 그 안에 야채와 고기를 넣어주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고기 굽는 석쇠가 눈에 익지 않습니까?
자세히 한 번 더 가까이 볼까요?
사진은 그 옆에 있는 다른 집의 사진입니다.
푸~ 하하하~ 그렇습니다, 바로 선풍기 안전망입니다.
얼마나 재활용을 충실히 하는 나라입니까?
중국의 선풍기 안전망은 고기 굽는 석쇠도 된다는 사실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자오싱에서는 대부분 선풍기 안전망에다가 고기를 굽습니다.
우리나라 솥뚜껑에 삼겹살 굽는 거랑 난형난제입니다.
세상은 원래의 목적보다 오히려 다르게 사용될 때 더 유용할 때도 있나 봅니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아침에 뜨끈뜨끈한 빵을 팔기도 합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넣지 않은 이런 빵이 담백하고 좋습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빵(3원)도 사고 안전망 석쇠에 구운 고기를 넣은 밥도 사서
(밥은 2원, 고기 한 점에 1원이며 그냥 간이 된 채소만 밥에 넣으면 2원만 받습니다.)
아침 요기를 합니다.
안전망에 구운 고기라 안전할까요?
안전망에는 도금이나 뭐 이런 것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맛나게 아침식사를 해결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곳이 원래 그 도시에서 제일 번화한 곳입니다.
그곳에는 이렇게 작은 골목시장도 섰습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그리고 여러 가지 채소를 팝니다.
오늘 자오싱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우연히 그곳에서 본 통 큰 치킨에 대하여 말하려고 합니다.
통 큰 치킨 이야기 하나.
자오싱이라는 동족마을에서 다음 여행지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 골목에는 사진처럼 장터가 있었고 제일 앞쪽에 생닭을 파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중국은 산 닭을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 파는 모양입니다.
조용한 거리에 갑자기 닭장 속에 닭들이 퍼드덕거리며 난리가 났습니다.
좁은 닭장 안에 갇혀 팔려나가는 신세인데....
아마도 닭들 간에 영역 다툼에 서열 다툼을 하는 가 봅니다.
이제나저제나 손님이 와 닭을 달라고 하면 바로 끌려나와 죽을 목숨인데 서열 다툼을 합니다.
좁은 닭장 안에 싸움이 벌어졌으니 퍼드덕거리는 소리와 쪼고 물고 무척 시끄러웠지요.
닭대가리로는 당장 죽음은 생각하지 못하고 좁은 닭장 속에서 영역 다툼과 서열 다툼을 하더군요.
죽음의 번호표를 이미 받아 든 닭들인데....
그러자 닭을 파는 아줌마가 닭장을 열더니 한참 싸움에 열중한 한 마리를 꺼내
바로 그 자리에서 도살해버립니다.
그리고는 뜨거운 솥에 닭을 집어넣더니 그 곱디고운 색깔의 털 코트를 여지없이 벗겨버렸습니다.
아~
그 아름다운 털 코트를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좌판 위에 냉큼 올려졌습니다.
사실 조금 먼저 가느냐 아니면 잠시 후에 가느냐의 차이겠지만,
닭은 제 명 단축하는지 모르고 서열 다툼을 했습니다.
하기야 닭대가리로 무엇을 고민하고 슬퍼하고 생각했겠습니까만...
그 모습을 우두커니 쳐다보다 보니까....
'우리 인간이 저 닭과 무엇이 다른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을 살며 언제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갈지 모르는데 탐욕으로 가득 차 명예나 얻으려고
기웃거리고 모두 가지고 갈 수도 없는 돈을 움켜쥐기 위해 남을 속이고..
아귀다툼에 거짓말에 권력마저 동원하여 겁박하며 돈을 벌어 재산을 축적하고
더러운 뒷돈으로 명예를 얻고 자랑스러워하는 일부의 인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요?
정말입니까?
한 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인간이 과연 이 세상의 주인입니까?
금방 영역 다툼에 서열 다툼을 하던 건장한 닭은
위의 사진처럼 창피하게도 옷도 모두 벗고 뜨거운 물에 목욕하고 두 다리를 쭉 벗어
싱크로나이즈드 경기하듯 아름다운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청문회에 나온 성공한 사람도 벗겨보면 닭보다 더 추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통 큰 닭 이야기 둘.
자오싱에서 본 닭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좁은 닭장 속에서 금방 팔려나갈 닭들 간의 서열 다툼으로 사납게 굴던 한 마리가
그 자리에서 바로 도살당하고 펄펄 끓는 솥으로 들어가 바로 털 코트를 벗어버리고
좌판 위에 벌거벗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닭장 주변을 맴도는 아주 잘 생긴 닭이 있습니다.
그 닭은 잠시 후 팔려나갈 닭들이 갇혀 있는 닭장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아직 잡혀 죽을 닭이 아니라 자유롭게 살아가는 거리를 오가며 산책까지 즐기는 닭입니다.
사진처럼 아주 카리스마가 느껴지고 멋진 털 코트로 오빠를 연호하는
암탉까지 대동하고 나타났습니다.
햐~ 이놈 보게~
오늘 애인까지 데리고 산책 나왔습니다.
그 녀석은 닭장 주변을 맴돌며 눈치를 흘낏거리며 살피다가
닭장 안에 있는 모이통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늘 오빠를 연호하며 옆에 따라다니는 암탉을 향해 흘낏거리며
"자! 오빠 봐라~ 오늘 아침식사는 오빠가 책임진다."라고 합니다.
모이는 이제 세상을 하직할 번호표를 이미 받아 든 닭들에게 마지막 은혜를 베풀기 위한
최후의 만찬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지요.
세상에 욕심부릴 일이 따로 있지 마지막 가는 길에 먹을 모이를 욕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이제 세상을 하직할 순서만 기다리는 닭들이 그 자유로운 닭이
모이통의 모이를 먹으려고 다가서자 닭장 속에서 소리를 지르고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다 먹어보지도 못하고 금방 죽을 목숨인데 모이를 지키려고 소리칩니다.
우리 인간의 삶 속에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며 돈을 버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 든 노인을 상대로 또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을 상대로 사기행위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 사람의 생각이나 닭대가리에서 나오는 생각과 무엇이 다릅니까?
옷만 멋지게 입고 명품으로 휘감으면 명품의 삶이 되는 겁니까?
명품으로 가리지 말고 내면을 명품으로 가꾸는 게 우선이 아니겠습니까?
또 금방 죽을 사람이 가지고 가지도 못할 자기 재산 때문에
고통스러운 소리를 지르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지킨다고 언제까지 지켜질 것 같습니까?
보이십니까?
방금 조금 전까지 퍼드득 거리며 닭장 속에서 보스 역할을 하던 닭이
아낙의 손에 이끌려 뜨거운 솥에서 목욕하고 나오는 미끈한 닭의 다리 모습이...
어느 영화가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자유로운 닭이 죽음의 초대장을 받아 든 닭의 마지막 만찬을 욕심내던 모습을...
또 닭장 안에서는 다가오는 불청객에게 경고의 소리를 질러대던 닭의 모습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랑하는 우리 인간의 삶...
여기서 바라본 닭처럼 살지는 말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이상은 자오싱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佳人 눈에 비추었던 몇 가지 소소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부부 자오싱을 떠나 청양으로 갑니다.
그러나 자오싱에서 청양 마안짜이로 바로 가는 버스는 없습니다.
우선 산지앙(삼강:三江)이라는 곳으로 가 그곳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들어가야 한다고 하네요.
청양 마안짜이라는 마을도 자오싱과 같은 동족의 마을입니다.
그러나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볼만한 풍우교가 있는 곳이랍니다.
1916년에 건설된 위의 사진 속의 청양 영제교라는 풍우교는 길이가 64.4m에
너비가 3.4m이고 높이가 10.6m의 대단한 건축물입니다.
9시 20분에 산지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갑니다.
자오싱에서는 버스 터미널이 없어 아침 일찍 출발하는 버스 편이 없고 다른 곳에서
자오싱을 거쳐 가는 버스를 타야 하기에 이게 첫차인 셈입니다.
40원/1인을 냈지만, 버스에 따라 금액이 다른 나라입니다.
버스는 동쪽 산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그 산에는 무수한 다랑논이 펼쳐져 있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정상 부근에 다른 동족마을 탕안동짜이(당안동채:堂安侗寨)라는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카메라를 든 한 중국 사내가 탕안 입구에서 내려 마을로 걸어 들어갑니다.
이곳 정보가 없어, 그냥 지나쳤는데 혹시 자오싱을 방문하시려는 분이 계시면
지저분한 자오싱 보다 이곳으로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자오싱에서 버스를 타고 산지앙 방면으로 산길을 올라 정상 부근에 마을 입구가 있습니다.
걸어서 들어가도 별로 멀지 않은 곳처럼 보였습니다.
산지앙으로 가는 길에는 산에서 나무를 벌목한 현장이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벌목한 나무를 가공하고 보관, 운반하는 장소도 무척 많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통 큰 치킨이란 인간의 처지에서는 가격 파괴한 닭이라고 하겠지만,
닭의 세상에서는 죽음을 불사하고 서열 다툼에 몰두했던 저 닭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죽어가며 아낙에게 "나의 죽음을 서열다툼을 했던 라이벌 닭에게
알리지 마라!"라고 부탁하며 뜨거운 솥단지로 들어가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I'll be back~"이라고 한 저 닭이야말로 통 큰 치킨입니다.
통 큰 치킨이란 터미네이터 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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