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7. 11:07ㆍ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매년 10월만 되면 여행에 대한 욕망이 열병처럼 생깁니다.
결국, 올해도 5년째 그 병을 이기지 못하고 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10월에 길을 나섰습니다.
10월이면 날씨마저 좋고 여행 비수기에 접어들어 모든 비용이 저렴합니다.
날씨마저 좋다는 말을 취소하겠습니다.
올해에는 제가 허를 찔렸습니다.
10월 하순에 웬 태풍이랍니까?
메기... 정말 매운탕에 딱인데...
펑황꾸청(봉황고성:凤凰古城)에서 새벽 물안개 피어오르는 모습도 때로는 보기 좋습니다.
그래도 여행자는 태풍을 뚫고라도 움직여야 의미가 있지요.
오늘부터 그 34일간 로드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우리 부부의 엉뚱한 여정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겠습니다.
다큐라고 하지만, 사실은 예능입니다.
틀리는 것도 많고 어리바리하게 다녔으니까요.
특히 중국인과의 대화 내용은 순전히 자의적인 혼자만의 해석입니다.
그 이유는 제가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눈을 보고 마음을 읽었기에 오히려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살며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끼리도 오해하고 잘못 알아듣는데
외국인과는 오죽하겠습니까?
중국이 분단국가입니까? 왜 통일조국을 하자고 하지요? 혹시 광저우가 다른 마음을????
여행을 준비하며 다른 분의 여행기를 몇 편 읽어보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필요한 자료는 사실 찾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모두 같은 곳을 다녀왔지만,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중국의 남서부는 여행기마저도 많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직접 찾아가는 배낭여행은
버스 시간과 이동거리, 여행지의 정보, 요금 등을 찾기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도 직접 물어 찾아가고 몸으로 부딪히는 여행을 했으며 그렇게 다녀도
크게 문제 되는 점은 없었습니다.
이제 이곳 광저우도 벌써 어두워졌습니다.
모두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우리 부부는
낯선 땅에서 여행의 첫날을 시작합니다.
버스는 우리를 태우고 드디어 난닝을 향하여 출발입니다.
광저우 버스터미널을 21시에 출발하여 겨우 770km 떨어진 난닝을 향하여
밤을 꼬박 새우며 달릴 겁니다.
우리 부부는 잠을 자도 운전기사는 교대로 계속 핸들을 잡고 달리겠지요.
2층 3열로 된 침대 버스입니다.
미국은 동서 간 4.500km의 거리에 4개의 시차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보다 더 긴 5.200km인데 우리와는 한 시간의 시차로 중국은
전국이 단일 시간을 사용합니다.
인민 모두가 평등해야 하는 사회주의라 시간마저 동일한가 봅니다.
우리나라와 하노이와는 2시간의 시차가 있는데 하노이보다 더 서쪽에 있는 라싸는
하노이보다 오히려 한 시간이 더 빠릅니다.
중국의 이야기는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중국은 중국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는 중국이니깐...
여행의 첫날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시작합니다.
우리 부부는 이런 것에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여행의 첫날 숙소 문제까지 완벽히 해결했는데요 뭘...
삐끼에게 시달리지 않고 숙소를 해결했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울 마눌님은 이렇게 다녀도 그냥 행복하다는데 우짭니까?
버스 안에서 옆에 누워가는 중국인과 통하지도 않는 말로 대화합니다.
그들 눈에는 장거리 야간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한국인인 나이 든
우리 부부가 신기한 모양입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중국어도 하지 못하는 이방인인 걸요.
사실 중국어를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이 중국에 가면 장애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중국의 표준어라는 푸퉁화(普通话)도 별로 잘 통하지 않는 지역이고
대도시가 아닌 곳은 더 심하다고 하니 우리 부부는 표준어만 사용하는 중국사람과 같아집니다.
왜? 여기는 중국이니깐...
실제로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팅 부동!"이라고 하면 그들은 우리가 푸퉁화를 하는지
오해를 하고 자기가 푸퉁화를 알아듣지 못해 "팅 부동"이라고 하며
미안해하는 사람도 여럿 만났습니다.
세상에.... 그러고는 서로 얼굴을 보며 크게 웃습니다.
골짜기에 들어가면 같은 중국인 간에 언어가 통하지 않아 표준어를 배우는
어린 학생이 통역한다 합니다.
그러나 대화란 어디 말로만 하는 겁니까?
그림도 그리고 글씨로도 하고 눈치로도 하고 몸으로도 하며 눈을 통한
마음으로도 하는 게 대화가 아닌가요?
더군다나 산전수전 공중전에 지하전까지 겪은 우리 세대는 눈치 하나로 통합니다.
이 또한 여행의 한 부분이고 즐길 수 있는 일이기에 좋은 침대에서
편안한 잠보다는 못하지만 즐겁습니다.
가난한 배낭여행자이기에 숙박비도 절감되고 아침을 새로운 도시에서 시작할 수 있어 좋습니다.
달리는 버스가 흔들리는 요람이라 생각하면 마음마저도 훨씬 편안합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잠을 청해봅니다만, 역시 잠을 잔다는 일은 쉽지 않은 높은 기술이군요.
佳人은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나 쉬 잠이 들지 못하는 것을 봐서는 아직 멀었습니다.
버스는 출발한 지 2시간 만에 휴게소(?)로 보이는 곳에 잠시 정차합니다.
중국의 휴게소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릅니다.
사실 잠시 쉬어가면 그게 휴게소이지 무슨 격식이나 규범이 필요한가요?
버스 안은 목소리 큰 중국인이 쉬지 않고 떠들기에 무척 소란합니다.
원래 목소리가 큰 민족이라 전혀 불만이 없고 자장가라 생각하면 참을 만합니다.
그래서 MP3를 귀에 끼고 잠을 청합니다.
그래도 이제 중국도 버스 안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습니다.
얼마나 좋아졌습니까?
"여보~ 중국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변했어요~"
이 말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냥 취소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잠이 들었나 봅니다.
눈을 뜨니 유리창 밖으로 드디어 여명이 밝아 옵니다.
새벽이 되니 큰 도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행의 첫 번째 도시인 광동 성 광저우에서 두 번째 도시인 광시좡족자치구의
난닝에 드디어 들어왔습니다.
버스는 리우난고속도로가 끝나고 민주(民族)大道가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랑동(琅东) 버스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베트남 국경과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더티엔(德天)폭포를 보기 위해 난닝으로 왔습니다.
터미널에 염소수염 할배가 그려진 KFC는 24시간 영업 중입니다.
이 집이 좋은 점은 화장실이 무료라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들어가 만나 본 적이 없는 흰머리 염소수염 할배집에
제가 들어갔다 왔습니다.
물론 나올 때 무척 시원했습니다. 할배! 고마워요~
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이 도로를 무조건 서쪽으로 달리면 난후(南湖)공원을 관통하여
남북으로 난 도로인 차오양(朝陽)로와 만나서 북으로 올라오면 바로 난닝 역이라고 합니다.
버스 정류장을 물어 찾아갑니다.
우리 부부는 가능하면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어떤 사람이 여행 중에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는 숙소에 일하는 종업원을 의심하고 그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걸음걸이를 보았습니다.
그가 마치 지갑을 훔친 것 같았습니다.
얼굴빛을 살폈습니다.
그의 눈빛 하나하나가 모두 지갑을 훔친 사람 같았습니다.
그의 행동도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친절을 가장한 지나친 접근마저도 내 지갑을 훔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의 목소리, 웃음소리마저도 남의 지갑을 훔치려는 사람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불 켜진 저곳이 랑동터미널이고 사진 찍는 자리에 시내버스 종점이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자신의 방 침대 밑에서 그가 잃어버린 지갑을 발견했습니다.
알고 보니 자기가 옷을 갈아입다가 떨어뜨린 것이었습니다.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근무하는 바로 그 종업원을 보았습니다.
걸음걸이도 살펴보았습니다.
전혀 지갑을 훔칠 사람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얼굴빛을 보았습니다.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도대체 지갑을 훔칠 사람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가 내게 보내는 친절은 손님에 대한 진정성이 가득한 친절이었습니다.
그의 목소리, 웃음소리는 손님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와 정성이 깃든 소리였습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혹시 여행 중에 불편한 일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일을 내 부주의로 생겼는데 그들을 의심하고 비난하지는 않았습니까?
혹시 우리가 그들보다 경제적으로 조금 잘 산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습니까?
사회여건이 열악하다고 그런 감정을 갖지는 않았습니까?
사는 관습이 우리와 다르다고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까?
삐끼를 따라간 사람은 난데 삐끼에게 속았다고 그 사람만 나무라지 않았습니까?
혹시 그런 불편한 일 대부분은 나 때문에 생겼는데 비난은 그들에게 하지는 않았습니까?
(6번 버스를 타면 난닝 기차역으로 갑니다.)
세상 어느 나라나 공항에서부터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어리바리한 고객일 뿐입니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여행자인 우리에게 제일 먼저 웃음을 보내는 사람이
바로 삐끼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삐끼란 생소한 곳에 도착하면 우리를 웃음으로 반기고 대강의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자의 정보원입니다.
그들의 몸속으로 흐르는 피도 나와 같은 붉은 색깔에 온도도 같은 36.5도입니다.
체온이 더 높으면 뎅기열이고 사스가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피해야 편안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잡아야 살아갑니다.
우리나라요?
공항뿐 아니라 이태원에도 있고 명동에도 있고 남대문 시장에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같은 나라 사람이기에 접근하지 않고 당하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삐끼와 부대끼며 여행해야 하는 그런 일이 바로 여행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조금 덜 서운할 것 같습니다.
마음의 색안경을 벗지 않으면 아무리 보아도 내 마음대로만 보입니다.
佳人도 내 마음의 색안경은 쓰고 보니 다 내 마음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작은 우월감 때문에 아름다운 그들의 삶을 색안경을 통하여 바라보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이제 오늘부터라도 佳人은 색안경을 벗는 노력을 하고 여행을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오천 년의 세월 중 요즈음처럼 중국이 우리나라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나요?
그런데 중국은 중국사람들마저 겁을 내는 소매치기의 천국이며 짝퉁의 본산이라고
중국인이 조심하라고 귀띔합니다.
그렇다면 부처님도 이곳에 배낭 메시고 여행 오신다면 소매치기당하시고
화가 나셔서 돌아앉으신단 말입니까?
아! 부처님~ 우리 부처님....
예수님은 오른 주머니가 털리면 왼 주머니를 열어주실까요?
순자가 옆에서 한마디 거듭니다.
"내가 뭐라든? 사람의 본심은 원래 악한 게야!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지..."
순자님~ 그때는 중국사람만 보셔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런 좋지 않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도 모두 책임질 행복한 가정이 있을 것이고
그들도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꿈꾸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문제의 해결은 내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잠옷을 입고 대로를 활보하고 러닝셔츠를 벗고 식당에서 식사해도 말입니다.
이런 기이한 경험은 우리 관습과 나만의 잣대로 재단하기에 이상한 게 아닐까요?
편견이란 바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나만의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내가 양분을 주고 물을 뿌리며 키운 나의 분신이 바로 편견이란 녀석입니다.
오늘 제가 베드신을 찍었습니다.
그 사실적인 사진을 이야기 뒤에 보여 드리겠습니다.
대부분 한국인은 난닝은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갈 때 들리는 중간 도시로 생각합니다.
이곳은 허커우(河口)에서 베트남 라오까이(老街)로 이어지는 국경 통과와 비슷한 곳입니다.
이번 여행은 주로 폭포, 협곡, 소수민족 그리고 고성을 돌아보게 되는군요?
일정이야 정해보았지만, 여행이란 우리의 삶과 같은 것이라 처음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좋은 곳은 하루 더 머무르고 계획에 없던 곳도 들려보고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그냥 통과도 하며 다니느라 그리되었습니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그냥 바람처럼 구름처럼 그리 다녔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도 기웃거리고 우리와는 다른 모습도 구경하면서 말입니다.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그곳과 교감하는 일입니다.
그곳을 바라보고 빙그레 미소 지을 수 있고 고개를 끄덕이면 그게 참다운 여행이 아닐까요?
의무적으로 행군하듯 다니는 여행보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말입니다.
이번에도 배낭만 둘러메고 구글에서 지도를 복사하여 대강 방향만 정하고 돌아다닐 겁니다.
이번 여행도 많은 사진을 찍으며 다닐 예정입니다.
저요? 사진 참 잘 찍습니다.
그거 무척 쉬워요. 자동으로 설정하고 그냥 셔터만 누르면 되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꺼내보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그래도 사진과 함께 여행지 모습을 하나씩 뒤적거려 보겠습니다.
제 여행기에 실린 사진을 쿡~ 하고 클릭하시면 대부분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 블로그에서만 입니다. 아무 곳에서 쿡~ 찌르지는 마세요.
그리고 사진은 대부분 특정 사실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대부분 佳人 혼자만의 생각이고 아주 가끔 진실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남방항공 특가요금을 이용해 광저우로 들어가면 삼십만 원/1인으로 무척 저렴합니다.
항공권이 늘 있는 게 아니라 수시로 있다, 없다 하더군요.
원래 계획은 베트남 몇 군데를 들려보고 베트남 국경도시 라오까이(老街)에서 육로로 걸어서
허커우(河口)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난닝에서 다시 베트남으로 넘어오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베트남 하노이 천도 1.000년을 구경하고 베트남과 중국 국경에 있는 더티엔(德天)폭포를
베트남 까오방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으나 경비를 줄이기 위해 광저우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위에서 말씀드린 베드 신 장면입니다.
베드 신?
그거 별거 아닙니다.
대단한 경지에 오르고 도를 득해야 찍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은 보통사람도
언제든지 찍을 수 있는 간단한 일입니다.
그냥 침대를 찍으면 그게 베드 신이 아닌가요?
그 침대가 호텔 침대이든 도미토리에 있던 버스나 기차의 베드 사진도 찍으면
베드 신이 되는 게 아닌가요?
침대를 찍으면 베드 신이고 나쁜 것 찍으면 배드 신이 되고요.
그래도 빠르게 움직이는 베드 신은 다른 맛이 있지요?
어두워 흔들린 침대버스 사진도....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제가 여행기에 쓰는 지명은 어쩌다 정확하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내용도 어느 정도 가끔 정확하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도 글의 내용과 관계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용 대부분은 佳人의 마음대로입니다.
'중국 여행기 > 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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