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펑린(万峰林) 둘러보기

2011. 1. 10. 00:05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10월 31일 여행 11일째

 

준마는 한창 힘을 쓸 때는 하룻밤에도 천 리를 달리지만,

늙고 한물가고 나면 게으른 말도 추월하지 못합니다.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디 준마만 그런가요?

 

 

권력도 레임덕이 오면 문지기도 쳐다보고 그냥 멀뚱 거리고 사회주의 국가도

나이 들고 병들어 비루먹은 망아지 꼴이 되니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자식놈 인정해달라도 사정하고 다닙니다.

 한 때 집안의 가장이었다는 희미한 기억 속에 살아가는 佳人..... Me too입니다.

오늘 이곳도 안개 때문에 희미하게 보입니다. 나 원 참!!!

 

 

젖은 낙엽세대가 되면 여름에 그토록 무성했던 시절도 꿈이 되고 가을에

가슴속으로 피멍처럼 붉게 물들였던 시절도 꿈입니다.

마지막 이파리가 되어 파르르 떨며 매달려 보지만 바람 한 번

휑하니 불고 나니 그저 볼품없는 낙엽입디다.

마지막 빗자루에 붙어 안간힘을 써보지만, 역시 젖은 낙엽은 그렇게 생을 마감합니다.

마눌님! 그렇다고 佳人이 젖은 낙엽 세대가 되었다는 말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보통 이곳에 오면 오전과 오후에 각각 완펑린과 마링허를

하루 만에 모두 보지만, 우리 부부는 그리 못합니다.

세월 이기는 사람 없습디다.

오늘은 완펑린(만봉림:万峰林)을 둘러보고 내일 마링허를 찾아갑니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천천히 살아갑니다.

 

 

어젯밤에 도착해 저녁을 먹으러 나와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미리 알아두었습니다.

1路 버스는 시짠이라는 서부터미널에서 터미널 건물을 등지고 왼편인 시내방향으로

몇 정거장 걸어 내려가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버스를 1원만 내고 타면 완펑린

경구 입구로 가고, 마링허를 가는 4路 버스는 서부 터미널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1원만 내고 타면 마링허 경구 입구로 갑니다.  

오늘은 저렴하게 왕복 버스요금 2.5원만 내고 완펑린을 돌아보겠습니다.

그 이유를 아시겠죠?

 

 

완펑린은 1번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1원) 가면 입구가 나옵니다.

아침에 안개가 많이 끼어 시계가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완펑린이라는 곳보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봉우리가 더 멋있습니다.

 

오늘은 만개의 봉우리가 제멋대로 솟았다는 만봉림이라는 완펑린(万峰林)을 둘러봅니다.

어제 수많은 봉우리를 푸저헤이에서 보았는데 또 봉우리를 보아야 합니까?

그곳에서 본 봉우리도 만 개도 더 될 터인데요?

그래도 워낙 유명한 곳이라 지나치면 안 되겠기에 들렸습니다.

 

 

이곳을 온 한국인 대부분 사진이 산 위로 난 관봉로를 따라 란처를 타거나 걸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라 우리 부부는 조금 다른 방법을 선택합니다.

1路 버스를 타고 입구에 내리지 않고 버스 종점까지 바로 가 그곳에서 걸어 나오며

봉우리보다 사람 사는 모습과 팔괘전(八卦田)이라는 곳도 들어가 보고 할 예정입니다.

직접 그 구덩이를 눈으로 살펴보기 위함입니다.

 

왜 우리 부부는 엉뚱한 생각을 할까요?

그런데 우리 눈에는 신주 팔괘라는 것이 신기해 보여도 카르스트 지역에서는

흔히 보는 모습입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규모는 달라도 그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7시에 숙소를 나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 정류장 앞 노점에서 파는 찹쌀떡을 아침대용으로

4원에 두 개를 삽니다.

중국은 시골일지라도 아침에 터미널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노점이 있고

이곳에서 파는 밥은 우리가 먹는 밥처럼 찰지기에 우리 부부는 무조건 이런 밥 종류를 샀습니다.

식당 밥은 냄새도 나고 콧김에도 날아갈 모양이라 먹기는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이제 아침 해가 떠오릅니다.

7시 25분에 버스가 출발하여 경구 대문에 7시 48분에 도착하여 8시에

따스판(大石板)이라는 종점에 도착합니다.

버스로 이곳까지 들어오면 완펑린 입장료 35원을 내지 않습니다.

란처(览车) 타는 비용 40원도 내지 않습니다.

1.5원과 돌아갈 때 1원으로 즐기는 완펑린 투어입니다.

 

1원을 내고 입구에 도착하면 관광객은 대부분 내리고 마을 사람만

그냥 타고 더 들어가는데 여기서 5 마오씩 더 받습니다.

버스는 완펑린 입구 매표소를 지나 아랫길을 따라 달립니다.

아침이라 안개가 많이 끼었습니다.

오늘 같은 날 돈을 내고 이곳에 온 관광객은 안개만 실컷 바라보다 가게 생겼습니다.

 

 

종점에서 버스 진행방향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면 만불사(萬佛寺)라는 절이 있습니다.

절 이름이 만불사 말고 만봉림 안에서 뭐라고 짓겠습니까? 만봉림사?

천불사라고 하면 속에 천불이 나지요.

너무 이른 아침에 왔나요?

이제 청소를 하고 있군요?

 

우리가 볼 수 있게 개발된 곳은 서봉림이라고 하며 여기까지입니다.

여기부터 동봉림이라고 하며 아직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곳이라는군요.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들어오며 오른쪽에 펼쳐진 수많은 봉우리를 보았습니다.

사실 우리 부부에게는 봉우리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곳까지 오며 열흘간 본 봉우리가 더 예뻤고 더 많은 봉우리를 보았는데

지금 이 봉우리 보는데 돈을 낸다고요?

 

 

이곳까지 왔는데 너무 일러 만불사 방향으로 내려가 보기로 합니다.

장엄 국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지금은 안개 때문에 아침에는 멋진 광경을 보기 어렵습니다.

 

 

앞에 사찰 표시를 한 깃대가 봉우리에 펄럭거리고 그 꼭대기에 절이 보입니다.

이게 뭡니까?

영화 아바타 찍은 곳입니까?

 

 

그 봉우리를 돌아가니 제법 규모가 큰 절이 동굴 속에 있습니다.

봉우리 하나에 커다란 동굴이 있고 그 동굴 안에 절이 들어앉아 있습니다.

절은 동굴을 지붕삼아 지었으니 건축비가 크게 들지는 않았나 봅니다.

 

 

이곳 만불동 대웅보전은 중국의 3대 동굴 절 중 하나라고 하는군요.

지금도 계속 건축 중에 있습니다. 

그냥 아래에서 쳐다만 보고 돌아 나옵니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곳에서 오르내리며 힘 뺄 이유가 없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마을은 무척 많은 돌을 쌓아놓았고 집은 대부분 돌로 지었습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습니까?

여기가 바로 돌보기를 황금같이 하는 부이족이 사는 마을입니다.

마을 안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갑니다.

 

 

이 마을은 부이(포의:布依)족 마을입니다.

물론 다른 민족도 이 지역에 살지만, 부이족의 텃세에 밀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살고 이 지역은 부이족이 모여 땅땅거리고 살고 있답니다.

 

 

구이저우의 최대 민족인 먀오족도 여기서는 "오메~ 기죽어~"하며 밀려나

산 넘고 물 건너 깊은 곳에 들어가 산다는군요.

사방에 이런 돌들이 지천이니 돌로 집을 짓고 사나 봅니다.

 

 

이상한 광경이 보입니다.

집집이 지붕에는 슬라브 형태로 집을 짓고 그 위에 물로 채워두었습니다.

이곳으로 오는 버스 속에서 마을을 지날 때 자주 보게 되던 모습이었지요.

 

 

궁금하면 물어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 통해야지요.

 

 

그래서 아낙을 데리고 와 지붕을 보여주며 "왜! 왜!"만 외치니 뭐라고 하는데...

서로 팅부동이지요.

그러면 웃고 맙니다.

우리가 알아듣지 못해 미치겠답니다.

우리요?

물론 알아듣지 못해 환장하겠습니다.

 

 

지붕의 비밀은 나중에 어린 소녀를 만나 직접 그 소녀가 시법을 보이며

용도에 대하여 알려주었습니다.

우리가 누굽니까?

모른다고 물러설 것 같아요?

佳人...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흐미! 올라오지 말라고 하는군요?

200-500원 준비되면 올라와도 좋다고 합니다.

바로 관봉로라고 산허리에 길을 만들고 그곳을 지나가며

아래 봉우리를 감상하는 길로 올라가는 도로였습니다.

이 길은 관망로에서 란처가 내려오는 길이랍니다.

이리로 올라가다 걸리면 벌금을 무려?

 

 

안 올라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마을로 내려가는 샛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죽은 자가 산 자들 틈에 끼어 지냅니다.

이 지역도 산은 돌산이라 죽어도 묻힐 장소가 변변히 없기에

이렇게 집 근처나 논밭 가장자리에 묻힙니다.

 

 

돌이면 뭐든지 해결되는 마을...

부이족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 개를 기르지 않는 집이 없을 만큼 모든 집이 개를 기릅니다.

동네 전체가 개판입니다.

개를 사랑해서 집집이 기를까요?

부이족의 최고의 선호 요리가 바로 개랍니다.

그러니 비상식량을 집집이 보관하고 있는 셈입니다.

 

 

집을 짓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역시 돌로 기초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마을 풍경은 무척 아늑해 보입니다.

그러나 佳人은 답답한 마음입니다.

앞으로 만개의 봉우리가 가로막고 있고 뒤로도 큰 산이 연이어 늘어서

트인 전망이 없기에 답답하다는 생각입니다.

푸저헤이는 그 봉우리 사이에 호수가 있어 무척 여유롭게 보였지만,

이곳은 답답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저기 보이는 밭도 팔괘전처럼 가운데가 꺼졌습니다.

많은 비가 오면 어찌 될까요?

 

 

북쪽으로는 이렇게 큰 산이 있어 마을은 큰 바람이나

태풍은 막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 허리를 무자비하게 잘라 현금이 생기는 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돌을 운반하면 현금수송차처럼 보호해야 하지 않나요?

부이족에게 돌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어디 돌뿐인가요?

개의 중요성도 세상에 부이족만큼 사랑하는 민족이 없을 겁니다.

 

 

장사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살아가는 모습만 다릅니까?

이렇게 죽어 있는 모습도 우리와는 많이 다릅니다.

 

 

안개가 아직도 심해, 먼 봉우리는 희미하게만 보입니다.

문표를 사고 관봉로를 따라왔더라도 이런 희미한 사진밖에 찍을 수 없었을

것이고 멋진 사진은 다른 분의 사진으로 감상하시고

오늘은 사람 사는 모습을 주로 보십시다.

 

 

그런데 여기에 이 많은 봉우리가 모두 이름이 있을까요?

왜 만개의 봉우리라고 했지요?

세어보고 만개라고 했을까요?

골치가 아픕니다.

길을 따라 걷다가 마을 안쪽으로 살짝 들어가

냇가를 바라보면 이런 폭포도 보입니다.

 

 

뒤돌아 보니 인제야 관봉로를 따라 첫 번째 란처가 지나가는군요?

오늘 안개 때문에 늦게 출발한 모양입니다.

지금도 별로 시야가 맑지는 않지만....

 

 

집집이 돌을 많이 쌓아두었습니다.

워낙 돌이 많이 나는 동네라 돌만큼은 흔한 동네입니다.

그런데 이 마을의 이 돌이 농사지으려고 논밭을 갈려고 하다 보면 저절로 생기지요?

모아 둡니다.

귀한 돌입니다.

자식이 분가하면 집 한 채라도 지어주려고요,

 

 

이 마을의 집을 살펴보면 역시 대부분 돌로 지은 집이 많습니다.

여기도 유채꽃이 피는 계절에 와야만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봉우리 밑에 봉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이 만든 품 속에 인간이 옹기종기 모여 동거를 합니다.

수많은 봉우리는 마치 인간을 품고 있는 듯합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요?

가옥은 돌을 이용하여 짓는다고 합니다.

그거야 주위에 널린 게 봉우리로 이런 돌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