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7. 08:18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시월의 선물 / 하늘 신 영
여름내 울어대던 매미의 울음 자국
가을 나뭇가지에 깊은 문신을 새겨 놓고
홀연히 떠난 자리에는 그리움만 남았습니다.
여름 숲 속에서 놀던 메뚜기떼, 풀 개미 사슴벌레….
풍뎅이, 왕사마귀 여름을 그리워하는 날
매미의 울음소리 저 서쪽으로 멀어져 가고
귀뚜라미 귀뚤귀뚤 어둠을 뚫고 새벽을 울어댑니다.
하늘이 파랗고 구름이 하얗게 흐르는 날에는
바람 따라 내 임이 계신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저 들판의 들풀들이 가을이면 먼저 제 몸을 뉘이 듯
들꽃들이 아침 이슬에 젖어 바람에 몸을 털고 일어나 듯
이 가을이면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가벼움이고 싶습니다.
긴 기다림도, 아련한 보고픔도, 깊은 그리움도….
한 움큼씩 덜어내어 가벼워질 수 있다면 바람처럼, 구름처럼…
물처럼 흐르다 흐르다가 닿는 곳에서 만날
우리 작은 냇가에서 물장구치며 놀던 아름다운 기억들을
발가벗고 강가에서 멱감던 말간 그리움의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하늘에 띄워 조각구름이 되겠습니다.
꽃이 지는 시월에는 미치도록 사랑하고 싶고
열매 맺는 시월에는 견딜 수 없는 그리움에 젖습니다.
가을 나무 앙상한 가지 하나 둘 남아 가벼워질 때에는
내게 걸쳐진 옷가지들도 하나씩 떨어내면서
당신이 주신 시월의 선물을 감사히 받습니다.
말갛게 씻긴 몸으로 영혼으로 찾아오신 당신을 맞으며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아련히 남았던 보고픔의 기억을
묵은 그리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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