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묻어왔습니다.

2008. 10. 22. 09:25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길가에 차례 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밤의
못다 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 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이 막히던 더위와 세상의 끝날이라도 될 것 같던
그리도 쉼 없이 퍼붓던 소나기에

 

다시는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가로수의 매미소리 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상큼하게 높아진 하늘 따라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이왕 묻어온 가을이라면
촛불 밝히고 밤새 읽을 한 권의 책과
눈빛으로 마주해도 마음 읽어낼

 

열무김치에
된장찌개 넣어 비벼먹어도 행복한
그리운 사람이 함께 할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 좋은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