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3. 09:00ㆍ동남아시아 여행기/베트남 2019
땀꼭에서 우리는 삼판 배를 탈 게 아니라면 그냥 자전거로 주변이나 돌아다녀 볼까요?
그런데 도로가 비포장이라 자전거 타기에는 그리 썩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곳에서 자전거로 돌아본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겠어요?
그래서 아까 항무아에 올라 내려다보았던 그 길을 찾아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로 삼고 갔다가 오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두서없이 다니기도 합니다.
우리가 구경하고 있는 이곳에서 북쪽으로 5km 정도 올라가면 짱안(Tràng An)이라는
또 하나의 생태 관광지가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여기처럼 삼판 배를 타고 동굴 속을 드나들며 한 바퀴 돌아오는 곳이지요.
다시 그곳에서 5km 정도 또 북으로 올라가면 호아루(화려:花閭:Hoalu)라는 곳이 나옵니다.
인근에 있는 호아루는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며 970년 딘보린(丁部領:
Dinh Bo Linh)이 최초로 나라를 세운 곳으로 당시 연호를 타이빈(太平)이라고 정했다네요.
그는 추후 딘 띠엔 호앙(丁先皇:Dinh Tien Hoang)이라고 불리며
베트남 최초의 독립국의 왕이 되었다네요.
그런 정 씨의 나라는 아들 사이에 바로 암투가 생겨 왕과 아들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사태가 나며 그중 살아남은 6살짜리 둘째 아들이 왕위에 오르자 선왕에 의해 십도장군
(十道將軍)에 지명된 레 호안(黎桓:Le Hoan)이 섭정을 하게 되었다네요.
이렇게 되면 당연히 권력은 물 흐르듯 레 호안으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요?
레 호안은 하늘에서 복이 굴러떨어졌다고 연호를 띠엔 푹(天福)이라고 바꾸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새로운 레 왕조를 열게 되었다네요.
호아루에 가면 위의 사진에 보이는 두 개의 연호를 적은 깃발이 걸려있습니다.
태평하게 살고 싶어 연호를 태평이라고 정했지만, 자식 세대에 이르러 권력 싸움을
죽 쒀서 개 줬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일이 이곳에서 벌어졌으니 려(黎) 서방께서는
권력이 저절로 굴러왔으니 천복이라는 연호를 정했을까요?
그러나 이번에도 레 호안 아들 사이에 또 분란이 일어나고 다섯째 아들인
레롱딘(黎龍鋌)이 최후의 승자가 되어 권력을 잡게 되었답니다.
그는 지금으로 말하면 사이코패스와 같은 성격이었나 봅니다.
많은 사람을 죽이는 과정에 우리가 아는 중국의 달기가 했던 잔인한 형벌을
그대로 답습하며 많은 사람을 처형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누워서 보며 즐겼다고 합니다.
왜 누워서 보았을까요?
로마인처럼 누워서 음식을 먹고 즐기기 위해 그랬나요?
그는 치질이 워낙 심해 앉아서 있을 수 없어 늘 누워서 지냈다고 하여 자빠져
정사를 본 왕이라는 의미로 와조(臥朝)라고 불렀다네요.
그러니 그의 최대로 즐거움 중 하나였을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역시 누워서 보며 즐겼겠지요.
우리가 흔히 역대 왕의 3대 엔터테인먼트를 사냥, 음주 가무에 주색잡기라고 하지만,
와조는 여기에 하나 더 있었네요.
많은 사람에게 천복을 내리려고 그런 성질에 명은 짧아 즉위 4년 만에 죽자
그의 아들이 겨우 열 살이라... 이에 문무백관이 나서서 근위대장이었던
리 꽁우언(李公蘊)을 추대해 새로운 나라가 다시 태어났다네요.
이렇게 리 꽁우언은 후일 리 타이 토(李太祖)가 되어 Ly왕조를 열며 도읍을 이곳
호아루에서 탕롱인 지금의 하노이로 옮기니 그때가 바로 1010년이라...
2010년이 바로 하노이 천도 천 년이 되었다고 대대적인 행사를 했잖아요.
우리나라 화산 이씨의 시조인 이용상이란 사람은 리꽁우원의 7대손으로 당시 나라가
멸망해가는 과정에 우리나라로 망명해 황해도 옹진군 화산면에 정착했던 사람이죠.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자전거를 달리다 보니 벌써 아까 항 무아 꼭대기에 올라서
내려다보았던 바로 그 삼거리까지 왔습니다.
저 산 정상에 보이는 곳은?
맞습니다.
지금 저 산 위로 올려다보니 바로 아까 올랐던 항무아 정상이 확실히 보입니다.
정자며 용 조형물이 확실하지요?
아까 이곳을 내려다보았던 사진입니다.
오후가 되니 오히려 운무가 걷히며 날씨가 좋아졌네요.
위의 사진에서 삼거리로 보이는 왼쪽의 길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아까 항무아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며 궁금했던 곳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의 궁금증을 풀었으니 이제 돌아가야겠지요?
이곳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넘었습니다.
이곳부터 숙소까지가 얼마나 걸릴지 정확히 모르니까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숙소 부근까지 오니 아침에 보이지 않던 장이 섰네요.
과일가게가 보여 망고와 부처손을 샀습니다.
부처손을 산 이유는 어느 곳이나 부처손을 팔고 있기에 또 궁금증 때문입니다.
부처손이라는 것은 처음 보기도 했거니와 맛이 어떨까 하도 궁금해 샀네요.
그런데 다른 과일은 그냥 파는데 부처손은 상할까 봐 종이 포장으로 한 번 더 싸서 줍니다.
이 시기에 베트남 어디를 가나 과일가게를 장식하고 있는 부처손.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일입니다.
이것을 먹겠다고 우리는 칼로 잘랐습니다.
그러나 맛이 하나도 없네요.
그래서 사진을 찍어 하노이 지인에게 보내며 이게 무슨 과일이냐고 물어보았더니
부처손은 먹는 과일이 아니라 제사상에 올리는 멋 내기 용이라고 합니다.
이때가 음력설이 며칠 남지 않았기에 부처손을 많이 팔더라고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망고는 3만 동을 주었는데 부처손은 1.5배나 더 비싼 45.000동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부처손을 사는 우리를 보고 과일가게 여자가 자꾸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며 웃는 겁니다.
먹지 못할 것이라면 진작 이야기하지...
이것을 먹겠다고 부처님 손을 난도질했으니 이제 우리 부부는 부처님에게 미움을 받아
극락 가기에는 이미 글렀습니다.
부처님! 부처님!!! 우리 부처님~~
정말 극락 가기에는 글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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