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0.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무지개를 만드는 후커우 폭포를 뒤로하고 다음 여정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우리는 후커우 폭포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후커우를 바라보는 시간은 고작 1시간도 되지 않습니다.
이곳을 찾기 위해 투자한 시간에 비해 너무 허망합니다.
세상 일이 늘 그렇지 않겠어요?
그래도 후커우가 보여준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보아온 폭포 중에 후커우 폭포는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세상은 정말 다양한 모습의 얼굴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여러 가지 모습을 만나기 위해 이 멀리 찾아다니나 봅니다.
아침 햇살을 받아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만든 영롱한 일곱 색깔의 무지개는 아마도 쉽게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후커우 폭포를 빠져나오는 길에 황하 기슭에 동상이 하나 보입니다.
그곳에는 거북 조각상이 있고 그 위에 할배가 하나 올라가 있네요.
큰 소리로 불러 봅니다.
"댁은 뉘시우?"
이 할배가 중국에서는 최초로 국가라는 하(夏) 나라를 세우고 치수에 목숨을 걸고 책임진다는 우왕(禹王)이랍니다.
그러니 우왕의 힘을 빌려 황하가 난리를 치지 않기를 바라는 생각이죠? 그쵸?
동상 하나 세웠다고 황하가 조용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년 황하의 범람이 뉴스를 통하여 우리에게도 전해지더군요.
치수의 달인이라는 우왕도 별수 없나 봅니다.
그럼 여기에 세운 우왕이 직무태만이란 말인가요?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아참! 제 인증사진 한 장 올려도 야단치지 않으시겠죠?
후커우 폭포의 멋진 모습이 이 사진 한 장으로 퇴색될지언정...
잘난 사람은 배경을 살려주지만, 못난 佳人은 오히려 배경을 죽여버립니다.
압니다. 저도 알아요.
너무 힘들게 찾아왔기에 그만....
그러나 뒷모습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사실, 오늘은 고민이 많은 날이었네요.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시안으로 넘어가 시안(西安)의 몇 곳을 둘러보고 동쪽으로 일직선으로 놓인
황하 물줄기 아래 있는 삼총사인 뤄양, 정저우, 카이펑을 돌아보려고 계획했지만, 여행 중 얻은 정보로는
작은 마을이 있다는 곳이 자꾸 마음이 당깁니다.
지난번 면산 가는 길에 만난 남매가 자기 집이 황청샹푸(皇城相府 : 황성상부)가 가까이 있는 진청(진성)이라고 하며
이번 여행길에 꼭 들려보라고 했기에 말만 듣고 찾아가 보렵니다.
우리가 타고 온 빠오처는 후커우 폭포를 보고 지시엔으로 돌아와 약속대로 버스 터미널까지 태워 줍니다.
버스 터미널은 외곽으로 이전해 멀리 떨어져 있군요?
혹시 우리 부부처럼 여행하실 분은 미리 계약할 때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주는 조건으로 하세요.
그리고 돈도 터미널에 도착한 후에 주는 것으로 하시면 서로 간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1시 5분에 도착한 터미널은 그냥 벌판에 임시로 만들어 놓았고 매표소나 터미널 건물도 아직 만들지 않았네요.
그러니 철조망으로 부지만 만들었고 버스 몇 대만 서 있고 요금은 버스에 오르면 안내양이 받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후커우 폭포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함께한 젊은이와 헤어지고 우리 부부만 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우리의 원래 계획이었던 시안(西安)을 과감히 포기하고 황성상부라는 곳으로 찾아갑니다.
사실 시안은 제일 처음 중국 여행을 시작할 때 여행사 단체여행으로 따라온 적이 있어 대충 둘러보았고
또 다음 여행에서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곳이기에 과감히 방향을 틀어버렸습니다.
이런 이유인가요?
정말 다음 해에 삼국지 기행이라고 한답시고 오장원을 찾아가기 위해 시안을 가게 되었답니다.
만약 아침에 생각이 바꾸면 어찌 될지 또 모르겠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도중에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한번 바꾸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황청샹푸(皇城相府 : 황성상부)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곳이었습니다.
황성상부를 소개한 아가씨는 이곳 지시엔에서 린펀(临汾 : 임분)을 거치지 않고 허우마(候馬 : 후마)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여 우리 부부는 교통편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있기는 있되 하루 딱 한번 있으며
그것도 아침 5시 30분에 출발하는 한 대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더는 볼 곳도 없는 지시엔에서 머무르며 1박을 더할 필요도 없기에 직접 허우마로 찾아가렵니다.
허무마는 지금까지 중국을 드나들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도시로 그곳을 가야만 황청샹푸(皇城相府 : 황성상부)로
들어가는 입구 도시인 진청으로 간다고 하네요.
허우마로 가는 방법을 간신히 물어보고 일단 린펀으로 다시 나옵니다.
린펀행 버스에서 기사에게 물어보니 터미널에서 내려 바로 그곳에서 허우마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합니다.
아주 잘 되었습니다.
중국은 큰 도시에는 터미널이 동서남북으로 나뉘어 이번처럼 서쪽에서 남쪽으로 갈려면 또 다른 터미널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있는데 이번에는 한 군데서 차를 바꿔 탄다고 하니 행운이지요.
이렇게 쉽게 연결되면 오늘 중으로 운이 좋으면 혹시 진청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린펀에 있는 야오먀오 터미널로 올 때는 어제 갈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덜 걸립니다.
그 이유는 어제는 터미널을 나와 승객을 호객하느라 터미널 앞길에서 몇 번 유턴하며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터미널이 있고 그곳에서 버스를 타지만, 이렇게 쓸데없는 일을 하기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시간상으로 낭비요, 버스 기름값만 더 드니 국가적으로도 손해 나는 일이 아니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세상의 석유를 모두 빨아들이는 빨대를 꼽고 사는 중국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미리 거리만 보고 시간 계산을 한다는 일은 큰일 날 일입니다.
버스가 걸리는 시간은 며느리는 물론 하늘을 읽었다는 제갈량도 모른다 합니다.
어제는 4시간, 오늘은 3시간... 11시 5분에 지시엔을 출발해 허우마에 오후 2시에 도착합니다.
중국의 운행시간이란 이렇게 다르네요.
야오먀오 터미널에서 허우마(侯馬)행 버스를 바로 연결하여 탑니다. (21원/1인)
나중에 돌아와 지도를 통하여 허우마의 위치를 살펴보니 린펀이라는 도시의 남쪽에 있더군요.
그리고 우리 부부가 가야 할 목적지인 진청은 허우마에서 동쪽이고요.
허우마행 버스에 올라 기사에게 진청을 가는 버스를 허우마에서 탈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터미널에 내리면
바로 진청행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터미널로 이동하지도 않고 바로 탈 수 있다는 일은 중국에서 도시 간 이동에 있어 무척 다행입니다.
오늘 버스 연결은 콧노래를 절로 나오게 하는 환상 그 자체입니다.
버스가 허우마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4시 10분경입니다.
린펀의 야오먀오 터미널에서 2시간 정도 걸렸네요.
버스 기사는 모두 내리는데 우리 부부를 내리지 말라고 합니다.
치커우에서 리스라는 곳으로 나와 핑야오 고성으로 갈 때도 모두 내릴 때 우리 부부에게 내리지 말라고
한 적 있어 터미널까지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우리 부부를 그냥 버스 터미널 안의 정차장 입구에 내리게 하고 바로 들어가라고 합니다.
그때 정차장 입구를 지키던 경비가 우리를 제지합니다.
그러자 기사가 경비에게 뭐라고 하고는 정차장에 선 버스를 가리키며 가서 무조건 타라고 하네요.
그 버스 앞 유리창에는 진청(晉城 : 진성)이라는 글이 쓰여 있습니다.
일단 승객이 하나도 없는 버스에 올라 진성으로 가느냐 확인하니 그렇다고 합니다.
배낭을 버스에 두고 울 마눌님이 터미널 건물로 들어가 표를 사려니까 이미 터미널 마감시각인
4시가 지났다고 표를 팔지 않네요.
할 수 없이 그냥 돌아와 버스 기사와 안내양에게 다시 확인합니다.
우리 부부는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탄 셈입니다.
원래 오늘 어디까지 갈지도 몰랐고 가능하면 진청 가까운 곳까지 가 그곳에서 하룻밤을 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슬아슬하게 진청행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있으니 진청까지는 갈 수 있다는 말이 되겠네요.
그런데 우리 부부의 행색을 보더니 어디를 가느냐고 묻네요.
목적지는 황청상푸(皇城相府 :황성상부)라고 하자 진청까지 가지 말고 베이류라는 곳에서 내리랍니다.
버스가 그곳으로 지나가니까 내려주겠다고 하네요. (50원/1인)
이렇게 또 귀한 정보를 얻습니다.
베이류라는 곳에 내려 3 公里(3km)만 걸으면 황성상부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3km라고 하면 우리 부부에게는 눈감고도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길이잖아요.
베이류에서 황청샹푸로 가는 차를 타도 3원이라고 알려줍니다.
세상에 여행을 하다 보니 이렇게 친절한 버스 기사와 안내양을 만납니다.
중국에서 택시 기사는 믿지 못해도 버스 기사는 지금까지 100% 정직했습니다.
물론 우리 부부가 중국어는 못하지만, 이렇게 글로 써서 주면 대강은 알아볼 수 있습니다.
못 알아보는 게 더 많지만....
이놈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이곳 중국의 시골인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곳에까지...
나 원 참!!! 환장하겠습니다.
우짜면 좋겠습니까?
한국에서는 수준 이하의 몰골에다 이미 중국 여행이 20일이 가까워지니 수염도 깍지 못하고
거지 중 상 거지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렇게 아직은 "OPA"라 해도 되지 않겠어요??
아름다운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는 중국의 이름도 생소한 시골의 초저녁,
버스 터미널에서 오빠와 함께 사진도 찍자고 난리를 치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인기란 독약과 같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좋아서 佳人 오빠도 그만 헬렐레하고 좋아 죽습니다.
내가 아직 이리도 인기가 있었더란 말이더냐?
내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마라!
너무 멀어지지도 마라!
아직도 오빠가 그리도 좋으냐?
정녕 네가 오빠에게 바라는 게 고작 팔짱 끼고 사진 한 장 찍는 일이더란 말이냐?
말하라!
오빠에게 모두 말하라!
네가 바라는 게 무엔지 모두 말하거라!
오늘 佳人 오빠가 마눌님에게 맞아 죽는다면 네가 오빠를 평생 책임질 수 있겠느냐?
그렇다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라!
아주 더 가까이....
정녕 네 모든 것을 오빠를 위해 다 바칠 수 있다면 말이다.
넉넉한 오빠 품에 안겨보니 그리 좋더란 말이냐?
세상을 살며 꿈 하나 이루는 그런 느낌이더냐?
오늘 로또라도 맞은 그런 기분이더냐?
오빠와 함께 자기 휴대전화기에 사진도 찍고 싶답니다.
물론 우리 카메라에도 그 흔적을 남겼습니다.
아~ 佳人 오빠는 어디를 가나 인기 때문에 너무 힘이 듭니다.
저요?
이렇게 행복한 사내랍니당~
끄~ 하하하~~
죄송합니다.
잠시 제가 후커우 폭포의 요란 소리에 아직도 취해서 정신이 몽롱하여 헛것을 보았나 봅니다.
글을 쓰고 보니 무척 부끄럽고 송구합니다.
여러분의 어떤 야단도 모두 달게 받겠습니다.
버스 안에는 승객이 우리 부부 포함 네 명밖에는 없어 통하지도 않는 말로 시끄럽게 지껄이며 달립니다.
원래 우리 부부는 알지도 못했던 곳을 찾아가다 보니까 어디서 자야 할지 또 교통 연결편도 몰라 면산에서
만나 우리에게 황성상부를 알려준 아가씨의 말만 듣고 진성이라는 도시로 가려고 계획했지요.
이제 버스는 출발하고 잠시 주변에 있는 다른 도시의 터미널에 잠시 섰다가 가네요.
이 도시는 방금 우리가 린펀에서 허우마로 올 때 거쳐온 곳입니다.
아까는 남으로 내려왔고 이제는 다시 북으로 잠시 올라가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마냥 달립니다.
한 시간이 지나자 땅거미가 지기 시작합니다.
이거 캄캄한 곳에서 이름 하나만 알고 찾아가는 황청샹푸(皇城相府)가 두려워지기 시작합니다.
조금 전 샤오지에와 사진 찍고 헬렐레~ 하며 놀 때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때는 속없는 佳人도 천하를 모두 얻은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캄캄한 밤길을 달리니 천하를 모두 잃은 듯합니다.
완전히 어두워진 시각에 버스는 진수라는 마을을 지나며 국도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합니다.
이거 또 고속도로 가다가 고속도로 옆에다 내려주는 거 아닙니까?
1년 전 여행 때 싱이에서 황궈수 폭포를 갈 때 고속도로에 내려 톨게이트를 걸어서 빠져나와
차를 탄 적이 있기에 중국이라는 나라의 시외버스는 가끔 이런 짓을 서슴없이 하거든요.
그때는 대낮이었기에 두려움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이미 캄캄한 밤이 되었습니다.
동서남북 구별도 되지 않고...
버스는 캄캄한 밤에 고속도로를 신이 나게 달립니다.
입에서는 "쿵짝 쿵짝 쿵짜짝 쿵짝 네 박자 속에~"라는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이윽고 베이류(北留 : 북류)라고 쓴 톨게이트에 이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고속도로에서 내리라 하네요.
이거 정말 캄캄한 밤에... 우짜면 좋겠습니까?
여러분은 중국이라는 머나먼 나라에서 대낮도 아니고 캄캄한 밤에 알지도 못하는 동네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앞에 내려보셨수?
우리 부부 내려 봤수.
순간 당황 지수가 급상승합니다.
조금 전까지 흥얼거렸던 네 박자가 도대체 몇 박자인지 생각조차 나지 않습니다.
"나 집으로 돌아갈래~~"
내일은 캄캄한 중국 시골길을 걸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듯하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햇빛 때문에 그림자가 생기고 언덕 때문에 골짜기가 생깁니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바가지를 쓰고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화가 나고 재미가 없습니다.
사랑 때문에 미움이 생기고 욕심 때문에 괴로움이 쌓입니다.
여행하기가 짜증이 난다는 것은 내가 그곳을 좋아하고 좀 더 나은 조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여행을 무지무지하게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때문에"가 아니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길...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
그게 바로 여행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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