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키타는 한 지붕 두 가족입니다.

2016. 2. 11.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코르도바

위의 사진은 지금까지 보았던 메스키타의 모습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성당의 모습입니다.

그것도 메스키타 안에 일부를 허물고 성당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메스키타 일부를 헐어 이곳에 성당을 지었다고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

메스키타도 사실은 로마와 서고트족의 교회터를 허물고 그 위에 지었으니까요.

이곳은 여러 민족이 지배할 때마다 그들이 믿는 신으로 모신 아주 영험한 장소였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타일이 당시 교회터로 그 교회를 헐어버리고 메스키타를 지었다는 말이겠네요.

그 지하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바닥에 유리를 깔아 조명을 밝혀두었습니다.

기둥 사이로 보이는 아치는 색을 칠한 듯하지만, 실은 붉은색의 돌과 흰색의 돌을

번갈아 짜 맞추어 만든 것이라네요.

 

다시 안으로 들어가면 우선 보이는 게 원주의 숲이라고 부르는 기둥의 숲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있는 기둥이 모두 850개라 합니다.

그러나 일부를 헐고 카테드랄을 지었기에 원래 기둥은 천 개였다고 합니다.

기둥 하나에 사연 하나씩 부여한다면 천일야화라도 만들려고 그랬나요?

 

기독교 성당인 카테드랄을 한 가운데다 만들어 놓아 1가구 2 주택이 되었습니다.

한 지붕 두 가족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완성까지는 240년이나 걸렸기에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여러 형식의 건축양식이 함께 있는

건축물이 되고 말았는데 바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이곳으로 들어온 기독교 세력이 모스크 일부를

헐어버리고 그들의 성전을 지었다는 의미인가요?

 

후일 이곳을 찾은 카를로스 5세는 이 모습을 바라보며 "어디에도 없는 것을 허물고

세상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을 만들었도다."라고 한탄했다고 했나요?

스페인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래서 스페인은 여러 문화가 서로 공존하며 발전하나 봅니다.

원래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부수고 성당을 짓겠다는 대주교의 결정에 이곳 사제단이 반대했지만,

결국 대주교의 결정대로 모스크를 허물고 지었다나요.

 

그래도 반대라도 했으니 이만큼이라도 남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 모스크 안에 성당이 있는 셈인가요?

좌우지간 두 개의 성전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원래 이 자리는 서고트 왕국이 교회당을 세웠던 자리이기에 서로 누구의 신이 더 힘이 센가 내기하는 듯하네요.

그러나 가톨릭 세력이 이곳을 점령하고 천하 평정을 하고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라고 개명했지만,

세상은 이곳을 메스키타라고 아직 부릅니다.

 

그렇다면 이슬람의 신이 제일 센가요?

이런 세력 간의 싸움 때문에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메스키타는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스탄불에 가면 성 소피아 성당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성당이 아니고 박물관이 되었지만...

그 건물은 동로마 제국 시절에 성당으로 만든 건물로 후일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그곳에 주인이 된

돌궐족의 튀르크 민족이 터키를 세웠지만, 이 성당은 헐지 않고 모스크로 개조했더랬지요.

 

그래서 안에 들어가 보면 제단은 정면에서 약간 틀어진 모습입니다.

바로 정확한 메카 방향으로 미흐랍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차라리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 옆에다 새롭게 성전을 지었다면 어땠을까요?

비교당하면 창피해서일까요?

이런 싸움 때문에 세상의 유적 하나가 훼손당했다 생각합니다.

 

창피한 역사도 역사의 한 줄기가 아니겠어요?

때로는 그런 역사도 인정하고 그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일은 단지 이상에 불과한 어린 생각일까요?

요즈음 우리의 경우를 보면 말입니다.

 

메스키타 안에서 또 혼자 생각합니다.

무슨 생각이냐고요?

물론, 쓸데없는 생각이지요.

 

이렇게 인간들은 남의 신은 무조건 끌어 내리고 자기들의 신만 모시려고 합니다.

처음 지은 종교건물 그 옆에 따로 지으면 안 되나요?

물론, 인간의 역사도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기운이 생겨 천하를 두고 싸움질에 몰입하지요.

민족 간, 문화 간 그리고 종교 간의 투쟁은 인류 역사의 투쟁과 궤를 함께하나 봅니다.

 

이웃과 영원히 함께 즐겁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요?

원래 천하의 기운은 한곳으로 모이고 모인 그 기운은 다시 여럿으로 나뉘는 게 천하의 이치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전체적으로 건물에는 850개나 되는 기둥이 있고 그 모습 때문에 열주의 숲이라는 명칭을 붙였나 봅니다.

빨간 벽돌과 흰돌을 조합해 만든 아름다운 말발굽 모양의 아치가 천장을 받들고 있습니다.

규모에 놀라고 아름다움에 반할 그런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