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丈秋風(오장추풍)

2013. 4. 6.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제갈량 묘 경구 입구에 들어섭니다.

마당 한편에 멋진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심외무도(心外無刀)

아마도 공명의 속마음이 아닐까요?

 

가슴에 품은 것은 칼이 아니라 마음밖에는 없다고 하지만, 사실 이게 더 무서운 겁니다.

원자폭탄 만들었다고 맨날 불바다 만들겠다고 공갈치는 것보다 말입니다.

 

제갈량은 주윤발의 조상인 오나라 주유의 염장을 질러 더 빨리 죽게 했으며

그리고 뻔뻔하게 조문까지 갔더군요.

조문하러 온 공명을 오나라 장수들은 죽여야 한다고 난리 했지만, 노숙의 만류로 잠시 멈추었는데

그만 공명의 애통해하는 조문을 듣고는 공명을 요절내려고 오나라 장수들이 상복 안에 감추었던

칼을 모두 버리고 공명과 함께 대성통곡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칼이 있다고 공명의 위상이 달라질 게 없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공명은 칼보다 더 강한 세 치 혀를 갖고 있으니 칼이 무슨 소용이람...

 

부모가 죽어도 이리 애통해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장면은 삼국지에 나오는 여러 가지 장면 중 유비가 조조를 만나 영웅을 논할 때 천둥소리에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렸다는 젓가락 연기에 버금가는 장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때 문간에 있던 봉추 방통이 佳人보고 뭐라 했는지 아세요?

"쟤 지금 생쇼하고 자빠진거예요~"라고 했답니다.

이게 쇼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노숙과 방통과 바로 여러분들이십니다.

 

그때 조문을 하기 위해 떠날 때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유비는 걱정스러워 배가 떠나는 곳까지 따라와 배웅을 하고 공명은 조자룡만 거느리고

단신으로 오나라로 들어갑니다.

칼을 든 사람보다 더 날카로운 머리가 있었다는 말인가요?

하늘 우러러 아직 자신의 목숨이 다하지 않았기에 단신으로 적의 굴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겁니다.

 

죽은 후에도 호두교에서 휘하에 거느렸던 위연까지 죽인 사람이 공명이 아닌가요?

공명이 죽으며 양의에게 건넨 부드러운 비단 주머니 속에는 칼보다 더 무서운 미래에 대한

대비책까지 적혀있었습니다.

 "감히 나를 죽일 자 누가 있느냐!"

위연은 많은 군사 앞에 서서 그게 자기 목을 치라는 말인지도 모르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머리가 나쁘면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했나요?

위연은 다시 태어난다면 된장 구분법부터 먼저 배우고 전투에 나서야 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그림은 바로 땅바닥에 구르는 것은 위연의 머리요, 칼을 휘두른 자는 마대입니다.

미대가 탄 말이 땅바닥에 뒹구는 위연의 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이게 웬 머리통인가 의아해합니다.

아마도 말은 된장과 똥을 구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공명은 죽은 후에도 미래를 예상하고 걸림돌을 죽여버리는 일을 한 사람입니다.

칼도 없이 말입니다.

만약, 칼을 들었다면 어찌 죽은 후에 이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었겠어요.

 

공명은 무인이 아니기에 굳이 칼을 들 이유는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칼보다 더 무서운 계책이 가득 들어있었고 칼보다 더 강한 글과

세 치 혀도 지니고 있었던 사람이 아닐까요?

염장 질러 죽은 사람이 얼마며, 그의 계략에 걸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까?

차라리 칼로 싸웠다면 오히려 사람이 덜 죽었을지 모릅니다.

 

양의가 말한 대로 세 번을 외치자 위연의 뒤에서 갑자기 "감히 너를 죽일 자, 여기에 내가 있다!"라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 보니 얼마 전부터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백의종군하며 위연이 수하로 부리던

마대가 아니겠어요?

마대는 마대자루가 아니고 촉나라 장수였어요.

위의 사진이 바로 제갈량 묘 제일 앞에 있는 산문 입구의 오른쪽을 지키는 위연입니다.

위연은 이렇게 죽어서도 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에서만 지키는 찬밥입니다.

 

마대와 위연 두 사람은 서로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었나 봅니다.

위연이 지키는 산문 입구 왼쪽에 절묘하게 눈을 부라리고 마대를 세워놓았습니다.

위연은 마대 앞에는 죽어서도 고양이 앞에 쥐 신세였던 모양입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세월이 흘러도 제갈량 묘 앞에 서서 째려보고 있습니다.

위연의 자세가 조금이라도 이상해지면, 마대가 바로 "빠떼루!"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위연은 마대가 이렇게 앞에서 언제나 바라보고 있기에 자세를 흐트릴 수도 없고

눈알마저 함부로 굴리지 못하고 근무 중입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보렵니다.

우리가 매고 온 배낭은 문표 파는 곳에 무료로 맡깁니다.

문표는 35원/1인입니다.

입구를 들어서면 오른쪽에 종루가 보입니다.

물론 왼쪽에는 고루가 있지요.

학의 울음소리가 듣고 싶은 게요?

성문우천이라는 글이 보입니다.

저 글은 시안의 고루에 가면 뒤편에 쓴 글이지요.

 

정면을 바라보면 편액이 눈을 끄네요.

오장추풍(五丈秋風)이라...

오장원의 가을바람....

네, 참 멋진 말입니다.

공명의 마음을 꼭 집어낸 듯한 말이잖아요. 그쵸?

 

가을바람은 원래 서글픈 겁니다.

인생의 가을은 더 그렇고요.

佳人도 지금 가을이걸랑요.

삭풍이 불어오면 몸도 마음도 더 시릴 것 같습니다.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여기서 잠시 들어온 문을 뒤돌아 봅니다.

산문 입구를 중심으로 양쪽에 제갈량이 썼다고 하는 출사표가 전, 후로 나누어 돌에 새겨놓았습니다.

그런데...

온통 탁본을 뜨느라 종이를 붙여놓아 글을 읽을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탁본을 뜨지 않았어도 어려운 한자이기에 사실 전혀 읽을 수 없습니다.)

공명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명문장이라는 출사표.

 

속성으로 뜨기 위해 선풍기까지 틀어놓고 말리느라 난리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본 출사표는 악비의 글 외에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출사표를 악비가 쓴 것만 높이 평가한다는 일은 한족의 애국 마케팅의 진수라고 봐야 할까요?

 

악비의 글이 어디 여기만 있을까요?

이번 여행에서 열 곳도 넘게 보았지만 모두 악비의 글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악비의 글이라도 공명이 죽은 이곳에 있는 석각의 글이 가장 오리지널 취급을 받는 게 아닐까요?

여기 탁본이 제일 많이 팔리나 봅니다.

그러나 몇 곳은 악비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곳도 있습니다.

 

공명이 한 일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어떤 일이었을까요?

佳人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유비를 황제로 모신 일이 아니었을까요?

자신을 세 번이나 찾아와 삼고초려를 한 주군을 위해 주군을 황제의 자리에 올린다는 일은

무척 보람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위의 그림을 찍은 사진이 유비가 촉한의 황제에 오르는 날의 모습입니다.

 

황제의 앞자리 오른쪽을 보시면 학우선을 들었기에 100% 공명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기둥 뒤에 있는 저 녀석은 오늘 연회자리가 무척 궁금한가 봅니다.

빠끔이 내다보며 정신없이 구경합니다.

아마도 덜수가 분명할 겁니다.

관우와 황충, 조자룡, 마초는 찾았는데 장비는 또 술 마시고 어느 골방에 누워 코를 드르렁거리며 자나 봅니다.

공명의 앞에 엎드린 아이가 아마도 유비의 아들인 유선일 겁니다.

 

그 뒤로 바로 공명의 조상을 모신 사당이 있습니다

영명천고(英名千古)

아마도 공명을 칭송하는 말이지 싶네요.

 

장상사표(將相師表)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공자님은 만세사표(萬世師表)라 해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모든 사람의 스승이셨는데 공명도 동급인가요?

삼국지연의대로만 보면 정말 깨끗한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그 아들도 청렴결백해 죽을 때 남긴 글대로 재산이 정확했으며 그 후 하나도 늘지 않았다 하니

모든 정치인에게 귀감이 될만한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본인의 재산을 제대로 몰라 늘 빼버리고 적게 신고하더군요.

 

안에는 공명의 조상이 있습니다.

청나라 때 만들었다 합니다.

그러나 금칠을 해 너무 튀게 하였네요.

공명이 혹시 황금박쥐의 후예 골드 마스크였나요?

오히려 저런 모습은 공명을 욕보이는 짓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죽을 때도 무덤 안에 아무것도 넣지 말고 무덤의 담장도 세우지 말고

소박하게 장사지내라고 했던 사람이 공명입니다.

 

공명을 모신 사당 왼쪽 방에는 왕평과 관흥이 지키고 오른쪽에는 장포와 요화가 지키고 있네요.

관우와 장비의 아들이 지키는 게 특이합니다.

아비 덕을 톡톡히 보나 봅니다.

아닌가요?

대를 이어 촉나라에 충성한 아들들이죠.

 

누구는 공명의 좌우에서 따로 방을 만들어 있으라 하고 위연과 마대는 바람만 횅하니 부는 산문 밖에서 지키라 하고...

만약 위연과 마대의 아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섭섭하겠어요.

정말 이렇게 사람 차별해도 되는 겁니까?

 

그 옆에 삼국성이라는 흉가처럼 생긴 건물이 보입니다.

여기는 들어가려면 별도로 돈을 내야 한다고 해 들어가지 않습니다.

내일 더 구경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 오장추풍...

오장원에는 그날도 가을바람이 불었나 봅니다.

세월이 흘러 1.800여 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 사람인 佳人이 오장원에 올라보니

역시 가을바람이 부는군요.

 

가을바람은 이렇게 공명의 목숨만이 아니고 꿈마저 싣고 가버렸습니다.

가을바람 소슬한데 佳人은 여러분과 함께 오장원 언덕에 서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그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불어라~ 오장추풍이여~

 

오장원은 서안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삼국지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오장원은 한번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서안역에서 기차를 타면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기차도 자주 다니고 무척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죠.

오장원에 가셔서 공명을 붙잡고 대성통곡이라도 하고 오면 속이 확~ 풀어지실 겁니다.

오장원에 가실 때는 칼은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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