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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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기취(諧奇趣). 원명원의 폐허
오늘은 서양루 안을 더 자세히 살펴보렵니다. 그 이유는 그냥 둘러보면 폐허로 변한 유적뿐입니다. 그러나 그냥 땅 위에 뒹굴고 있는 그 돌조각 하나하나는 모두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무나 밟고 지나가는 돌이지만, 어디 처음부터 그랬겠어요? 걷다가 우두커니 바라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물어보기도 하렵니다. 서양루라는 이름에서 알듯이 바로 서양풍의 유적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덕수궁은 서양식 건물이지요? 같은 서양식 건물이지만, 덕수궁은 우리의 조선 황제가 잠시 거처했고 여기도 청나라 황제가 잠시 거처했기에 비슷하지만, 보존은 다르네요. 바라보아 더 시리도록 아름답고... 생각하면 더 아리도록 가슴 아프고... 파란 하늘과 하얀 백옥의 조화가 오늘은 무척 곱습니다. 이런 곳이 사흘 밤낮으로 불에 타 ..
2012.12.26 -
베이징 후통을 얼떨결에 걸었어요.
2012년 10월 22일 여행 4일째 오늘은 첫 여행지 친황다오를 출발해 미리 예매해둔 기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갑니다. 베이징 역에 도착하면 우선 모레 업성유지로 갈 기차표부터 예매하고 대책란 거리로 가서 숙소를 정할 겁니다. 그 후 수도박물관이나 다른 박물관 구경을 가려고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계획이었고 박물관 구경은 포기하고 오후에 후통과 유리창 거리를 걸어서 돌아다녔습니다. 인간이란 이렇게 아침에 했던 계획조차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나 봅니다. 지난밤에는 저녁을 하러 나갔다가 비가 만났습니다. 여행 중에 맞는 비는 우리 마음을 울적하게 합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그쳤고 날씨마저 쾌청해 모처럼 맑은 하늘을 보여줍니다. 배낭을 챙겨 바로 버스를 타고 친황다오 역으로 가..
2012.12.21 -
여행... 그 소중한 기억들.
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날까요? 보고 싶은 곳이 그곳에 있기 때문일까요? 그곳으로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일까요? 우리와 다른 곳을 찾아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공감할 수 있으며 무엇이 같은가 확인하기 위함일까요? 여행에 답이 어디 있나요. 그냥 떠나고, 그리고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닐까요? 여행은 떠나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일인가 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이번 여행에 그 마지막 이야기를 계속하렵니다. 10월 28일 이른 아침에 후커우 폭포를 보고 린펀을 거쳐 허우마에서 진청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캄캄한 밤에 베이류라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내려 황청샹푸로 걸어 들어가는 도중에 다행히 빠오처를 타게 되었습니다. 중국을 다니며 처음 칠흑 같은 밤에 마을을 찾아 걸어보았습니다. 후커우 폭포의 위용은..
2012.08.08 -
베이징에 부는 바람
이제 우리는 베이징을 떠날 때가 거의 되었습니다. 베이징이라는 이름은 10세기 이전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연경(燕京)이라 불렀다는군요. 금나라에 이르러 中都라 불렀고 원나라에 이르러는 大都 또는 칸발릭으로 불렸다는군요. 그러니 북경의 지배는 거의 만리장성 너머에 살던 오랑캐라고 무시했던 북방민족이었네요. 늘 북방민족에게 지배를 당하던 중국의 한족이 이제 힘 좀 써야 하지 않겠어요? 드디어 한족의 희망인 명나라가 원나라를 멸망시키고 대도라는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며 평정했다는 의미로 北平이라고 개명했다는군요. 얼마나 철저하게 부숴버렸으면 이름조차 평평하게 폈다고 북평이라 했을까요? 한이 많은 이름처럼 들립니다. 그 이유는 한족의 처지에서 오랑캐라는 몽골이 도읍으로 삼았다는 생각에서 더 그렇게 파괴했을지도 모..
2012.01.30 -
돌로 만든 배, 스팡(石舫 : 석방)
이제 이화원도 우리 형편에서는 거의 돌아보았습니다. 체력도 고갈되고 지치기도하고 이런 상태가 되면 보는 게 감명 깊지 않고 시큰둥해지는 시간이지만, 이번에는 이화원 서쪽에 있는 스팡(石舫 : 석방)이라고 부르는 돌로 만든 배가 있다 하여 찾아갑니다. 쑤저우에서 스팡을 찾아가는 길, 그곳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화쭝여우(畵中遊 : 화중유)라 부르는 누각이 있는데 만수산 서쪽에 세워진 정자식 누각으로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기 위한 전망대용으로 만들어졌다 합니다. 각각의 전각들은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중간에 8 각형 2층 누각이 세워져 있고 그 양쪽에 역시 8각형 정자가 서로 대치되어 있는데 각각 아이샨(愛山 : 애산)과 졔치우(借秋 : 차추)라 부른답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쿤밍호의 풍경은 비췻빛 물결과 쪽..
2012.01.28 -
이화원의 쑤저우지에(蘇州街 : 소주가)
아름다운 해취원을 나서 이번에는 쑤저우지에(蘇州街 : 소주가)로 가렵니다. 소나무가 많은 숲길을 따라 산책하듯 걸어가면 됩니다. 이 길은 장랑처럼 많은 사람이 없어 아주 호젓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습니다. 소주가는 통표를 샀거나 아니면 별도의 입장 문표를 사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는 길에 인휘성관(寅輝城關)이 보입니다. 이화원 안에는 모두 6개의 성관이 있다고 하는데 인휘성관은 그중 하나라 합니다. 물론 처음은 건륭제 때 만들었다 합니다. 동쪽에는 여명이라는 의미의 인휘(寅輝)라는 글이 있고 반대편인 서쪽에는 시원하게 하다라는 의미의 읍상이라는 글을 써넣었습니다. 서쪽의 통원성관과 더불어 소주가로 들어가는 관문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옛날에는 이화원 안이라 하여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게 아니었..
2012.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