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원의 쑤저우지에(蘇州街 : 소주가)

2012. 1. 27. 08:00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아름다운 해취원을 나서 이번에는 쑤저우지에(蘇州街 : 소주가)로 가렵니다.

소나무가 많은 숲길을 따라 산책하듯 걸어가면 됩니다.

이 길은 장랑처럼 많은 사람이 없어 아주 호젓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습니다.

소주가는 통표를 샀거나 아니면 별도의 입장 문표를 사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는 길에 인휘성관(寅輝城關)이 보입니다.

이화원 안에는 모두 6개의 성관이 있다고 하는데 인휘성관은 그중 하나라 합니다.

물론 처음은 건륭제 때 만들었다 합니다.

동쪽에는 여명이라는 의미의 인휘(寅輝)라는 글이 있고

반대편인 서쪽에는 시원하게 하다라는 의미의 읍상이라는 글을 써넣었습니다.

서쪽의 통원성관과 더불어 소주가로 들어가는 관문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옛날에는 이화원 안이라 하여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곳에서 왼쪽을 올려다보면 커다란 건물군이 보입니다.

티베트 양식의 절로 보이는데 장생원이라 합니다.

물론, 제일 위에 있는 건물은 아까 돌아본 지혜해라는 절입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힘도 들어 올라갔다 오기를 포기하고 소주가로 갑니다.

 

입구에는 패방이 보입니다.

제법 규모가 무척 크군요.

일종의 조형물인 패방은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어디서나 자주 만나는 것입니다.

그 크기와 재료 등은 모두 다르지만, 그게 의미하는 일은 모두 같을 겁니다.

 

소주가 위로는 긴 다리라는 의미의 장교(長橋)가 보입니다.

저 다리를 건너 곧장 가면 이화원 북문으로 연결됩니다.

돌로 만든 제법 큰 다리입니다.

 

바로 다리 아래 후호(後湖)라는 인공 호수가 있고 그 호수 주변을 역시 인공으로 상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들어가는 길은 다리 양쪽으로 계단을 만들어 내려가게 되었으며 통표를 산 사람과 이곳 입장료를 별도로 낸

사람만 들어갈 수 있으나 굳이 돈을 내고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크게 구경거리가 없는 곳이기에 통표를 사지 않은 사람은 굳이 들어가지 않으셔도 졸겠네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상가가 모두 다 보이기 때문입니다.

내려간다는 것은 호수 주변으로 난 길을 따라 상가를 한번 둘러본다는 것 외에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걸어보는 일에 돈을 쓴다는 것이지요.

중국은 이런 일에도 돈을 받고 피곤한 사람을 걷게 합니다.

 

위치는 만수산 북쪽에 후호(後湖)라 불리는 좁고 긴 호수가 있는데 이곳 경치가 마치 글자 그대로

수향(水鄕)이라는 쑤저우를 닮았기에 쑤저우 거리를 이곳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니 황궁 안에서 중국 안에 있는 제법 이름 난 곳의 일부를 만들고 소꿉장난한다고 보면 됩니다.

 

강남의 쑤저우 좋은 것은 알아가지고....

쑤저우는 중국인들에게는 낙원 같은 의미인가 봅니다.

쑤저우의 소(蘇)라는 글자는 풀 초(草)와 물고기 어(魚)와 쌀을 의미하는 벼 화(禾)의 합성어라 합니다.

 

그러기에 옛날 사람에게 풀이 풍부하여 옷감을 만들 수 있고 물고기와 쌀이 풍부했던 곳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입고 먹고 자는 곳이 인간이 살아가는 3대 문제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쑤저우(蘇州)라는 곳은 이런 조건에 아주 합당한 곳이라 의문의 여지가 없이

완벽한 곳이기에 이상향이 아닐까요?

 

건륭제는 쑤저우를 사랑한 나머지 재위 기간에 세 번이나 쑤저우를 찾았다 하니 쑤저우 스토커였나 봅니다.

물산이 풍부하여 항상 넉넉한 생활을 한다는 쑤저우는 글자 그대로 고기와 쌀이 풍부한 곳이잖아요.

청더에 피서산장을 꾸밀 때도 쑤저우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하니 건륭제는 쑤저우 마니아가 아니라

스토커 수준이었나 봅니다.

 

어디 건륭제만 쑤저우를 사랑했나요?

그 이전에 강희제도 풍교야박에 나오는 한산사가 있다는 쑤저우를 방문해 졸지에 별것도 없는 한산사를 일약

쑤저우의 대표선수로 키운 셈이 되었잖아요.

만약 풍교야박이라는 시가 강희제의 마음에 각인되지 않았다면 한산사나 쑤저우는

그저 그런 사찰이고 동네였는지 모릅니다.

 

그럼 강희제의 마음을 울컥하게 하였다는 풍교야박이라는 장계의 시나 한번 보고 갈까요?

 

月落烏啼霜滿天,(월락오제상만천)
달은 지고 까마귀 울고 찬 서리는 하늘에서 가득히 내리는구나.


江楓漁火對愁眠。(강풍어화대수면)
강촌교와 풍교에서 고기잡이 배의 불빛을 보며 근심 속에 잠을 청하는데.


姑蘇城外寒山寺,(고소성외한산사)
고소성 밖에 있는 한산사로부터.


夜半鐘聲到客船。(야반종성도객선)
한밤중 종소리가 여객선까지 다다르는구나.

 

아! 정말 좋구나~

 

위의 사진은 한산사 앞에 있는 풍교입니다.

혹시 장계가 이곳 풍교 아래에 배를 대지 않았을까요?

 

장계의 이 시를 읊었으니 佳人도 한마디 하고 가야지요.

 

해는 중천에 떠있고 오가는 사람만 가득하구나. 

장계의 시 한 수에 발길을 돌렸더니 

한산사 종소리는 어지럽게 들리는고

지독한 향 피우는 냄새만 佳人 코끝에 다다르는구나.

 

한산사에 있는 한산과 습득을 모셔놓은 한습전입니다.

사실 경항대운하로 황제가 쑤저우로 나들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이렇게 교통이 편리하면 아무래도 자주 찾게 되고 그곳이 널리 알려지지 않겠어요?

 

이화원의 쑤저우가는 상가로 꾸민 곳입니다.

무료한 나날이 지겨워 이곳에 저잣거리를 만들어 놓고 민초의 생활을 흉내 내고 살았던 곳이랍니다.

이렇게 베이징에 주민등록을 한 중국 청나라 황제들은 쑤저우의 거리를 만들어 놓고 이곳을 찾아 저잣거리에

들려 물건을 사며 값을 깎고 즐거워했다고 하니 쉽게 말하면 황제의 정신연령이 우리나라 수준으로 보면

아이들의 소꿉장난에 빠져 놀던 수준인가 보네요.

민초는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장사를 했지만, 황가 사람들은 놀이로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사람이란 황궁에만 살다 보면 민초의 생활이 그립기도 할 겁니다.

민초와 바꾸어 하루라도 살자고 했던 이야기가 가끔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태감과 궁녀들을 동원하여 가게 주인 역을 맡기고 황제와 신료들은 인공적으로 만든 쑤저우 거리를 다니며

물건을 고르고 값을 흥정하고...

아주 쉽게 이야기하면 가게 놀이하며 놀고 자빠진 겁니다.

 

사실 얼마나 궁에서만 생활하는 게 힘이 들었으면 이런 유치 찬란한 짓을 했을까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무척 심했을 겁니다.

어찌 생각하면 불행한 삶을 산 사람으로 여겨지네요.

 

이런 전통으로 생겨난 이 거리는 지금도 계속 가게가 이어져 일반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가게 주인이 태감이나 궁녀는 아니겠지만....

특이한 것은 옛날 건륭제 때 통용되던 건륭 통보를 모방한 전용화폐가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도 환전소까지 갖추고 있어 옛날 화폐사용을 장려하고 있다는군요.

 

지금도 가게에 일하는 사람은 청나라 복장을 하게 하여 마치 1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합니다.

황제가 되시기를 원하시면 한번 도전해 보세요.

이곳에서 물건을 사며 흥정한다고 황제가 되겠습니까?

그러나 황제의 그런 생각을 경험해 보는 일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우리가 흔히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이 손님을 왕으로 모신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젠장... 이미 옛날부터 이곳에서는 고객이 진짜 황제였으니 황제로 모셨습니다.

중국이 확실히 우리보다 앞서는 것은 손님을 황제로 모시는 마음가짐이 아닐까요?

말로만...

 

그런데 실제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 말이 전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일을 하든지 제복을 입고 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복이란 일하는 사람을 확실히 알려주기 위함과 그 사람이 그 옷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라는 의미일 겁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평소엔 멀쩡한 사람도 제복만 입으면 그게 버스 안내양이든, 기차 여객 승무원이든

무척 업무적으로 경직되어 행세하려 든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손님은 황제가 아니라 졸로 본다는 게지요.

 

사회주의 국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제복과 완장의 문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서비스업은 아직 선진화가 요원한가 봅니다.

중국이 선진국이 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제복을 입은 사람이 봉사하려는 마음이 없다는 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고객을 왕으로 모십니다.

보통 서비스 업계에서 하는 말이지요?

바로 이곳이 고객을 왕이 아니라 황제로 모신 곳입니다.

젠장, 황제가 깎아 달라고 하면 어찌해야 하나요?

덤으로 하나 더 달라고 하면?

바로 이곳이 고객을 하늘처럼 모신 현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