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만든 배, 스팡(石舫 : 석방)

2012. 1. 28. 09:09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이제 이화원도 우리 형편에서는 거의 돌아보았습니다.

체력도 고갈되고 지치기도하고 이런 상태가 되면 보는 게 감명 깊지 않고 시큰둥해지는

시간이지만, 이번에는 이화원 서쪽에 있는 스팡(石舫 : 석방)이라고 부르는

돌로 만든 배가 있다 하여 찾아갑니다.

 

쑤저우에서 스팡을 찾아가는 길, 그곳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화쭝여우(畵中遊 : 화중유)라 부르는

누각이 있는데 만수산 서쪽에 세워진 정자식 누각으로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기 위한

전망대용으로 만들어졌다 합니다.

각각의 전각들은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중간에 8 각형 2층 누각이 세워져 있고

그 양쪽에 역시 8각형 정자가 서로 대치되어 있는데

각각 아이샨(愛山 : 애산)과 졔치우(借秋 : 차추)라 부른답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쿤밍호의 풍경은 비췻빛 물결과 쪽빛 하늘이 서로 맞닿아 어디가 물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이곳에 서 있으면 마치 그림 속 선계에 들어와 있는

착각에 빠진다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정말 환장할 일입니다.

세상에 말입니다.

신선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이 있습니까?

없으면서 신선을 입에 올릴 수 있답니까? 

 

화중유(畵中遊)라...

그림 속에 노니는 신선의 세상이 이곳에 있답니다.

정말 이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지었습니다.

어디 돈을 주고 철학관에라도 가서 지었나요?

 

그림 속에 노닐고 거울 속에 노닐면 어떻습니까?

이곳은 어디를 둘러봐도 모두 그림 같은 곳입니다.

세상은 모두 우리 마음속에 있거늘...

지금 여러분이 보시고 계시는 이 그림이 바로 그 그림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바로 여러분이 신선이 되신 겁니다.

佳人도 여행을 하다 보니 이런 풍경을 가끔 접하게 되니 그 속을 거닌다는 일은 바로 신선이 되어

즐기는 일이니 그럼 함께 걷는 울 마눌님은 자연히 선녀가 돼 옵니까?

 

서쪽에 있는 시티(西堤 : 서제)는 쿤밍호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긴 제방으로 호수를 동서로

양분하고 이곳 서제는 항저우의 소제를 모방해 지은 것이라 하네요. 

항저우의 '서호의 경관은 6개의 다리에서 극치를 이루는데 그 옆엔 버드나무와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있다. (西湖景致六條橋, 一株楊柳一株桃)라는 말처럼 이곳에도 서쪽 제방 남쪽에는

여섯 개의 다리가 있고 그 주변에는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스팡(石舫 : 석방)이라고 하는 돌로 만든 배 모형입니다.

다른 말로 청연방(淸宴舫)이라고도 하며 이화원 안에서 가장 독특한 수상 건축물인

셈으로 건륭제 때 만든 것으로 길이 36m나 됩니다.

혹시 이 배는 서태후가 군비증강을 위해 독일에 주문했던 배는 아니겠죠?

아닌가요?

이곳 이화원을 해군의 군사훈련을 위해 군비로 준비한 돈으로 다시 재건했잖아요.

 

흰 대리석으로 만들었으며 선미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있고 그 위로 전각을 올린

특이한 형태로 처음에는 배만 돌로 만들고 그 위는 목조로 지었으나 누각이 불에 탄 후 서태후가

재건하며 2층까지 석조로 올리고 내부 인테리어를 프랑스풍으로 꾸몄다고 합니다.

이 모양을 흉내 내 중국 어느 곳이나 뱃놀이하는 배의 모양은

바로 이런 모양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창문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하여 멋을 부렸다 하네요.

서태후는 이 건물은 특히 달이 뜨는 날 달을 즐기며 하는 연회를 열었다 합니다.

호사의 극치라 생각되네요.

정말 멋지게 한 평생을 살았던 아름다운 여인이었네요.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돌로 만든 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1년 전 구이린 여행 때 용호 공원에서 본 석주(石舟)입니다.

우리 생각에 물에 뜰 수도 없는 돌로 왜 배를 만들었을까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잖아요.

 

그 사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춘추시대 사상가였던 순자로까지 올라간다 하네요.

그가 했다는 말 한마디가 이렇게 호수에 배를 만들었다 하네요.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군주는 배고 백성은 그 배를 받치는 물이다."라는 말이랍니다.

어찌 보면 백성을 물로 보고 하는 건방진 생각 같지만,

백성은 편안할 때는 배를 받들어 주지만 화가 나면 그 배를 들러 엎어버릴 수 있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水能載舟, 亦能覆舟 : 수능재주, 역능복주)

세상의 역사는 대부분 이렇게 흘러왔습니다.

중국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백성을 물로 보지만 말고 무서운지 알라는 의미지요.

물론 청나라 황실이 반석 위에 올라서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강산이 수백 번 변해도

달라지지 않고 영원히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만든 석주이지만,

청나라는 결국 물로 보았던 민초에 의해 물 먹고 전복되고 말았습니다.

권력이란 이렇게 허망한 일이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배가 항구에만 머무는 것은 배의 본질은 절대로 아니잖아요.

 

중국의 최대 전성기를 이끈 건륭제는 넘치는 국가재정으로 더는 세금의 증가는 없다고

단언할 정도로 자신만만했습니다.

꼴값 떨고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사실 아마 이때가 그때까지 중국 영토가 가장 넓었던 시기가

아닌가 생각되며 그래서 건륭제가 생각하기에 물이 배를 엎는 불상사는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오만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천 년 황국을 꿈꾸며 옥쇄를 25개나 만들었습니다.

옥쇄 25개를 황제 한사람이 40년씩 사용하다 보면 딱 천 년입니다. 

세상에 신라처럼 천 년이나 오랜 세월을 지탱한 나라는 흔치 않잖아요?

더군다나 중국의 왕조는 2~300년을 주기로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지요.

 

그런 자신감이 이곳에 석주를 만든 게 아닐까요?

아니면 말고입니다.

그런 자신감도 서태후라는 여자의 등장은 예상하지 못했나 보네요.

자신감이 오만함으로 보일 때는 더는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자라고 정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말은 어불성설일 겁니다.

영국은 유사 이래 여왕이 집권했을 때 오히려 강력한 국가가 되었잖아요.

다만, 서태후는 그래서는 정말 안 되는 여인이었습니다.

 

처음 생각대로 배가 뒤집히는 일을 없었지만 이미 한쪽에 구멍이 생겨 배가 점차 가라앉고

있었던 것으로 풍랑이 배를 엎지는 않았지만, 그 배를 운행하는 서태후에 의해

저절로 가라앉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우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묻고 따지면...

순자에게 묻고 따지면 순자께서는 그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오리발 내밀 겁니다.

 

배가 물 때문에 사고가 생기는 일은 뒤집히는 일만 아니라 배를 운행하는 사람 때문에

서서히 물이 새서 가라앉는 일도 있습니다.

순자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요.

순자라고 다 옳았겠어요?

순자도 가끔 빠떼루를 받아야 합니다.

 

2층으로 이루어진 석방의 선실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끼워져 있는데 서태후가 이곳에 앉아

차를 마시며 비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곤 했다는데 청승맞게도

비를 무척 좋아했던 여인이었나 봅니다.

아마도 우뇌가 더 발달한 여인이 아니었을까요?

 

특히 이 석방의 지붕에는 4개의 배수로가 설치되어 지붕에 모인 빗물이 선체의 돌출 부분에 조각된

용의 주둥이로 뿜어져 나오게 설계했는데 그 광경은 자금성의 태화전의 천룡토수(天龍吐水) 못지않은

장관이라 하니 비가 오면 그 비로 아름다움을 연출한 석공의 지혜는 칭찬해야만 합니다. 

 

이제 아침에 들어올 때 찐 옥수수를 1개 3원에 팔았는데 여기저기서 2원을 부르면

시간이 많이 지나 파장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부부도 이제 나가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나 봅니다.

아침 8시 30분에 숙소를 나서 오후 4시가 넘어섭니다.

오늘도 보람차게 7시간 30분을 이화원 안을 돌아다녔습니다.

워낙 넓은 곳이라 아직도 발길이 머물지 않은 곳이 반도 넘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반은 혹시 다음 기회에 다시 올 때 찾아보렵니다.

 

원래 이곳을 보고 원명원을 볼 계획이었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 깨끗하게 원명원은 포기해야

하고 원명원은 혹시 나중에 다시 베이징을 찾아오게 된다면 찾아보렵니다.

이렇게 우리 부부의 여행은 무계획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제 이곳을 떠나 숙소에 가서 맡겨놓은 배낭을 찾아 베이징 서역으로 가야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군함을 살 돈으로 자신의 호화로운 생활을 위해 이화원과 여러 곳에 돈을 사용한

여인 서태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그런 행동이 이곳으로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이런 입장수입이라면 매일 입장수입만으로 군함 한 척을 건조할 수 있을 겁니다.

한 달이면 중국이 그렇게 간절히 소망하는 항공모함도 건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란 항상 정의의 편만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