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후통을 얼떨결에 걸었어요.

2012. 12. 21.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2012년 10월 22일 여행 4일째

 

오늘은 첫 여행지 친황다오를 출발해 미리 예매해둔 기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갑니다.

베이징 역에 도착하면 우선 모레 업성유지로 갈 기차표부터 예매하고 대책란 거리로 가서 숙소를 정할 겁니다.

그 후 수도박물관이나 다른 박물관 구경을 가려고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계획이었고 박물관 구경은 포기하고

오후에 후통과 유리창 거리를 걸어서 돌아다녔습니다.

인간이란 이렇게 아침에 했던 계획조차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나 봅니다.

 

지난밤에는 저녁을 하러 나갔다가 비가 만났습니다.

여행 중에 맞는 비는 우리 마음을 울적하게 합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그쳤고 날씨마저 쾌청해 모처럼 맑은 하늘을 보여줍니다.

배낭을 챙겨 바로 버스를 타고 친황다오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탑니다.

 

기차는 빈자리가 간간이 보일 정도로 혼잡하지 않습니다.

잉쭤라고 하는 좌석은 앞자리의 승객과 서로 마주앉아 째려보며 가게 돼 있습니다.

그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미리 웃는 얼굴을 보여야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배낭에 챙겨간 커피를 꺼내 앞자리에 앉은 젊은이에게 먼저 권했습니다.

 

요즈음에 중국도 점차 변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커피문화가 확산일로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큰 일입니다.

중국인이 차를 버리고 커피에 맛 들이면 전 세계 커피값이 폭등해 커피전쟁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그랬더니 중국인은 원래 커피를 잘 먹지 않는 민족이라 사양하네요.

이번에는 자기네가 챙겨온 보따리를 풀어 우리에게 권합니다.

 

앞자리에 앉은 젊은 커플이 무슨 음식점을 정리해서 기차에 올랐나 봅니다.

긴 시간을 기차여행 하는 것도 아닌데 엄청난 먹거리를 들고 기차에 올랐습니다.

이 많은 음식을 두 사람이 먹으려 준비했단 말입니까?

우리가 먼저 커피를 권했다고 자기가 짊어지고 온 음식 보따리를 풀고 우리에게 권합니다.

이번 여행에 함께 간 친구는 약간의 음주가 가능하니 맥주를 사양하지 않고 얻어먹습니다.

 

기차는 베이징역에 도착합니다.

베이징은 딱 1년 전에 며칠 머물다 간 곳으로 특별히 구경할 생각은 없지만, 작년에 보지 못했던 원명원과 공왕부,

그리고 박물관 구경을 하려고 합니다. 

 

우선 베이징역에 도착해 먼저 모레 갈 예정인 본격적인 삼국지 기행의 첫 여행지인 업성으로 가기 위해

츠시엔(자현: 磁縣)이라는 마을로 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하니 하루 딱 두 번만 가는데 하나는

새벽 5시경에 출발하고 나머지는 오후 출발입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부근에 있는 큰 도시 한단이라는 곳으로 먼저 가 그곳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츠시엔으로 이동해보기로 하고 한단행 7시 26분 베이징서역에서 출발하는 기차표를 65원에 잉쭤로 예매했습니다.

5시간 15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베이징역에서는 베이징 서역을 출발하는 기차표도 추가 요금 없이 살 수 있네요.

 

베이징역은 중국의 심장 역이나 마찬가지죠.

외국인을 위한 영어서비스를 한다고 전광판에 글까지 흘리면서 16번 창구에는 직원도 없고

그 옆칸에는 영어도 통하지 않아요.

그냥 농담으로 글을 썼나 봅니다.

 

베이징역을 나와 전문으로 갑니다.

작년에 묵었던 그 빈관을 찾아가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그 빈관은 작년과는 다르게 유스호스텔로 변경해 방 대부분을 도미토리방으로 바꾸어놓았네요.

6인실 도미토리룸은 침대 하나에 60원/1일로 하고 2일을 묵기로 합니다.

2인실도 있었지만, 180원이라 합니다.

도미토리에는 이스라엘 청년 하나만 묵고 있었네요.

 

짐을 대강 내려놓고 일단 나옵니다.

시간을 보니 박물관에 다녀올 시간이 없네요.

그러면 또 계획을 변경해야죠.

그냥 무계획이 계획입니다.

무계획이란 그냥 동네구경 다니는 일이죠.

골목으로 들어가면 후통 투어요,  골목 몇 개 지나면 유리창이라는 거리입니다.

여행하다 자투리 시간은 동네구경이나 시장구경이 제일 좋습니다.

 

유리창 입구의 육교 옆에 커피숍이 있고 그곳에는 와이파이가 된다고 쓰여있어 일단 들어가 차를 마시며

지인과 아들에게 카톡으로 안부를 전했습니다.

이번 여행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이중으로 막아놓고 오직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만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카톡만 사용하였네요.

작년과 달리 중국도 이제는 저렴한 숙소라도 인터넷이나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 무척 많습니다.

 

유리창 거리에는 간다는 계획조차 없었지만, 숙소를 나와 골목길인 후통을 돌아다니다 보니

우연히 유리창이라는 거리더군요.

그냥 두리번거리며 다닙니다.

후통의 모습과 유리창의 풍경 사진 몇 장을 올립니다.

 

중국에서 어디나 볼 수 있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중국인은 글씨만 잘 써도 자부심을 느끼는 민족이지요.

글을 잘 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더군요.

그랬기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곳에서는 이런 사람이 꼭 있습니다.

자랑질 할 수 없는 사람이 한가한 곳에는 절대로 이런 사람이 없지요.

 

중원의 화려한 문화민족이라도 아직은 만주족인 청나라의 모습이 많이 보이네요.

다른 이민족에 지배를 받았는데 어떤 느낌이 들까요?

지금도 한족의 마음 깊이 만주족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을 겁니다.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것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지만, 다민족 국가에서는 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국제결혼이 결혼인구의 10%가 넘어가지 않나요?

언제까지 단일민족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우리도 이제는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할 듯합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새로운 다민족 국가로 탈바꿈 중인가 봅니다.

 

우리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입니다.

악기조차도...

이렇게 가까운 이웃 나라일지라도 모든 게 다른 나라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가 될까요?

 

그림자 연극에 쓰는 도구인가요?

 

이 집은 티베트 상품을 파는 가게더군요.

문 앞에는 타르초가 펄럭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독립을 외치며 분신한다 합니다.

더는 희생을 막기 위해 자치만이라도 하게 하면 어떨까 생각되네요.

 

유리병 안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정말 재주가 좋군요.

밖에다 그린다 해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제부터 후통의 모습을 몇 장 올려보겠습니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자 후통 안은 시끌벅적합니다.

오늘 저녁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저녁거리를 준비하려나 봅니다.

골목인 후통은 그야말로 삶의 현장이지요.

골목시장이 바로 생겨버립니다.

 

이런 모습이 민초가 살아가는 모습일 겁니다.

나라가 다르고 민족이 다르고 풍습이 다르지만, 이런 모습이 이웃의 모습이고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끔 후통 투어를 한다고 비싼 비용을 주고 인력거를 타고 다닌다 합니다.

굳이 인력거를 탈 필요가 있을까요?

이렇게 걸어서 사람 사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사람냄새 풀풀 나는 모습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걸요. 

 

어느 집 대문이 열렸습니다.

물끄러미 들여다보니 복 많이 받으라고 福 자가 쓰여있습니다.

佳人의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합원 양식의 집은 이렇게 대문에서는 절대로 내부를 볼 수 없습니다.

중국의 민족성이 속내를 감추고 살아가는 민족이기 때문이겠죠.

아마도 저 집도 혼자만 복 받으려고 생각했지만, 어쩌죠? 우리가 그만 福 자를 보고 말았습니다.

佳人이 찍은 사진 때문에 제 글을 본 모든 분이 보고 말았네요.

 

오늘은 코~ 자고 내일은 원명원부터 먼저 다녀오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후통이라는 골목은 중국만 있는 길은 아니지요.

세상 어느 나라나 이름만 다르지 후통은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도 피맛골이 바로 후통이 아닐까요?

말 타고 거들먹거리는 그런 자들이 보기 싫어 뒷길로 다니며 그 길이 골목길이 되고 후통이라 불렀을 겁니다.

그러나 그 골목에는 민초들의 삶이 아주 진하게 배어있어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그런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