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 소중한 기억들.

2012. 8. 8. 08:00중국 여행기/산동성(山東省)

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날까요?

보고 싶은 곳이 그곳에 있기 때문일까요?

그곳으로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일까요?

우리와 다른 곳을 찾아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공감할 수 있으며 무엇이 같은가 확인하기 위함일까요?

여행에 답이 어디 있나요.

그냥 떠나고, 그리고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닐까요?

여행은 떠나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일인가 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이번 여행에 그 마지막 이야기를 계속하렵니다.

10월 28일 이른 아침에 후커우 폭포를 보고 린펀을 거쳐 허우마에서 진청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캄캄한 밤에 베이류라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내려 황청샹푸로 걸어 들어가는 도중에

다행히 빠오처를 타게 되었습니다.

중국을 다니며 처음 칠흑 같은 밤에 마을을 찾아 걸어보았습니다.

 

후커우 폭포의 위용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바라보는 폭포를 보기 위해 너무 멀리 그리고 많은 시간이 걸려 찾아가야 한다는 게

힘든 일이기에, 폭포를 보는 일은 좋았지만,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은 길입니다.

 

10월 29일 진정경이라는 사람이 살았다는 황청샹푸, 꾸어위촌을 구경했습니다.

밤에 고생하며 찾아온 보람이 있을 정도로 멋진 곳이었습니다.

황청상푸는 베이징의 자금성이나 미엔산 근처에 있는 왕가대원보다 더 멋진 곳이었습니다.

꾸어위촌은 지저분하고 냄새마저 심했지만, 과거의 중국을 볼 수 있고 후통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마을단위로 어떻게 외부와 경계하며 살았나를 제대로 보여주는 박물관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10월 30일은 윈타이산 담폭협을 보았습니다.

처음으로 운대산 산적처럼 생긴 기사의 택시를 타고 윈타이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 관광지로는 무척 잘 꾸며 놓은 곳입니다. 

 

10월 31일 홍석협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이었습니다.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협곡은 우리에게도 이런 자연 하나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윈타이산 관광에 백미는 홍석협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추천할만한 곳이었습니다.

 

11월 1일 정말 우연히 오기로 궈량촌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전날 운대산에서 약속한 빠오처 기사가 우리를 남겨두고 아침 일찍 떠나버려 오기가 생겨

직접 버스를 여러 번 바꿔 타며 찾아간 곳입니다.

아직 한국인에게는 관광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이지만,

이런 곳을 찾아 구경하는 재미는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부근을 지날 기회가 있으시면 꼭 들려보시라고 추천해 드립니다.

 

인간의 작은 힘이 얼마나 위대한 역사를 만드나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11월 2일 그들이 만든 절벽장랑이라는 길을 걸으며 처음으로 중국 사람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절벽장랑을 걸어 내려와 후이시엔을 거쳐 중원이라는 문명의 발상지인 뤄양까지 이동하였습니다.

 

11월 3일 뤄양에서는 용문석굴과 고묘박물관을 오전과 오후에 각각 돌아보았습니다.

중국의 3대 석굴의 하나라는 용문석굴은 대단한 곳이었습니다.

고묘박물관이 있는 자리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북망산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백제의 마지막을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11월 4일 정저우에서는 박물관을 구경했습니다.

중화문명의 발상지라는 중원의 유물이라 관심 있게 구경했습니다.

중국의 박물관은 여느 관광지와는 다르게 살인적인 입장료에서 자유롭기에 더 좋았습니다.

더군다나, 중원의 유물을 전시하였기에 옛 문명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정저우 박물관에서 보았던 청명상하도라는 그림..

다음 날 정말 놀라서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그림 속에 갓을 쓴 사람은 우리 선조의 모습이 아닐지라도 그리 믿고 싶었습니다.

그림을 들여다보며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나 모르실 겁니다.

 

11월 5일 카이펑은 날씨만큼 우울한 곳이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보았던 포청천의 모습은 없었고 다만, 민속촌과도 같은 그런 곳으로 꾸민 곳이었지요.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부서지고 깨지고... 

카이펑의 개봉부는 돈을 벌기 위한 요지경 같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실망스러웠던 기억만 남아있네요.

 

11월 6일은 만세사표이신 공자님이 계셨던 취푸를 찾았습니다.

2.500여 년간 여기에 잠든 공자님을 뵙고 인사도 드렸습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들었던 성현의 이름이라 낯설다는 느낌도 없이 돌아다녔습니다.

 

천하의 공자님도 끈 떨어진 갓처럼 민초로부터 상갓집의 개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며

출세를 위해 주유천하 했던 자신을 돌아본 계기가 되어 제자들에게 "돌아가자! 이제 돌아가~ 진정 내가 필요한

곳으로!!!"라고 하며 만세사표로 후대에 길이 남을 일을 한 곳이 바로 살구나무 아래인 행단이었습니다.

그 행단에 서서 그때를 잠시 상상해보기도 했지요.

 

11월 7일 취푸에서는 공자만 생각하며 다녔습니다.

왜 공자님이 중국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더 존경을 받나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만세사표..

세상의 스승이라는 공자는 우리에게는 성현의 모습으로 남아 있지만,

취푸에서는 관광자원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후대에 문명을 남기기 위해 진시황이 저질렀던 반문명적이 분서갱유를 웃음거리로 만든 노벽을 보았습니다.

단지 초라하고 볼품없는 담벼락이었지만, 그 안에 숨은 의미는 인류문명에 지대한 공을 세운 그런 곳이 아닐까요?

11월 8일은 취푸에서 톈진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우리 부부의 한 달간 여행이 저물어 가듯 톈진역 광장 앞을 흐르는 하이허의 야경도 곱게 물들었습니다.

11월 9일 톈진 탕구항이 가까운 곳으로 왔고 11월 10일 탕구항에서 출발하는

천인호 페리를 승선해 인천항으로 출발했습니다.

드디어 11월 11일 인천항에 도착함으로 이로써 우리 부부 두 사람만의 32일간의 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무척 짧은 여행이지만, 정말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고 싶고 추억으로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있을 겁니다.

이로써 우리 부부는 또 한 권 인생의 책을 제일 마지막 뒷장까지 마무리합니다.

우리가 사는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이제 한쪽을 마무리했다는 생각입니다.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요?

사람이 목표한 일이 이루어졌을 때 행복은 정점에 이를 겁니다.

그러나 반대로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사람은 낙담하고 슬퍼집니다.

 

행복의 방정식을 수치로 나타낸다면 아마도 그 공식은 의욕과 성취의 상관관계에서 결정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슬퍼하기보다 먼저 정한 목표를 낮추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용기가 때로는 탐욕이 되어 달성하기 무척 어려운 곳에 목표를 두면 결국, 실망하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게 아니겠어요?

아직 다 살아보지 않았기에 남은 시간도 사랑하며 살아가렵니다.

 

오늘까지 비록 재미도 없었고 정보도 없는 여행기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여행기를 썼습니다.

행여나 佳人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걸으며 후행하려는 분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시는 분들에게

작은 대리만족이라도 드렸다면, 이 또한 즐거울 것입니다.

 

마지막 글을 올리면 잠시 쉬어야겠습니다.

아무리 내용이 부실한 글일지라도 거의 매일 같은 분량의 글을 사진과 함께 올린다는 일은

佳人에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읽는 분은 불과 몇 분 만에 읽는 분량이지만, 이 정도의 글을 올린다는 일은 아마추어에겐

매일 대 여섯 시간이 소요되더군요.

더군다나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도 아니기에

더 힘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잠시 쉬며 이번 10월에는 어디로 갈까를 두리번거려야겠어요.

 

여행이란 또 하나의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자유여행이란 기획부터 코스를 정하고 무엇을 볼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니

온전히 내 인생을 스스로 기획하는 일과 같지 않겠어요?

 

그리고 여행을 하는 동안은 살아가며 느끼고 겪을 수 있는 것을 모두 경험할 수 있잖아요.

책에서 배운 지식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고 몸으로 부딪히는 살아있는 지혜 말입니다.

여행사 단체여행은 그냥 여행사에서 정한 코스를 따라 가이드의 지시에 순응하기만 하면 되지만,

자유여행이란 그야말로 우리의 인생처럼 주인공이 되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움직여야 하잖아요.

 

젊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앞으로 살아갈 지혜를 배우는 일이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는 지난 일을 회상하며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일이지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 현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누구나 불안한 마음이 먼저 들 겁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우리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은퇴란 바로 나 자신을 위해 주어지는 마지막 축복의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고생한 나 자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일, 일, 일...

너무 일에만 쫓기며 살지는 않았나요?

나 자신이 어디쯤 있었나 알 필요도 없었고 시간조차 없지나 않았습니까?

그게 격동의 세월을 정신없이 살아온 우리 세대의 삶이 아니었나요?

보릿고개라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개를 넘으며 우리 세대는 살았습니다.

가족을 굶기지만 않으면 그게 최선의 아버지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이념논쟁도 몰랐고 다만, 민주화라는 생각만 하며 살아왔습니다.

 

나를 위해 살지 못했고 나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이 시간에 매어 허덕이며 살지나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바로 은퇴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축복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나 자신과 나를 위해 평생을 동고동락한 여보를 위해 이제 시작하십시다.

외국으로 여행한다는 일이 두려우시다고요?

맞습니다.

우리 부부도 처음 두려운 마음으로 떠났으니까요.

그러나 일단 출발하시면, 돌아올 시간이 되면 아쉽고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게 되실 겁니다.

 

우리 부부의 한 달간 여행은 한 권의 책일지 모릅니다.

누군가 우리 여행기를 따라간다면 그 또한 우리 부부에게는 행복한 일일 겁니다.

먼 훗날 우리 아들이 여기에 쓴 여행기를 읽으며 그대로 따라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더 큰 행복이 아닐까요?

비록 지금은 함께하지는 못한 여행길이었지만, 세월이 흐른 뒤라도 함께 한 여행이 될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내일부터는 또 떠나고 싶어 들썩거릴 텐데 말입니다.

그때는 사랑이 다시 움트기 시작할 테니까요.

돌아서면 늘 등 뒤에 따라오는 그리움처럼 말입니다.

이제 올가을에 다시 배낭을 챙겨 떠나보렵니다.

 

다음 여행 때부터는 여행보다 몇십 배나 더 힘든 여행기는 다시 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글에 공감해주시며 격려해주신 분도 계시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고 야단하신 분도 계시니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동안 얼마나 지루하셨습니까?

재미도 없는 글을 읽으시느라 정말 인내하시며 잘 참으셨습니다.

이제 오늘로써 이번 여행기를 그만 끝낼까 합니다.

그동안 성원을 아끼지 않고 토닥거리며 격려해 주신 분에게 넙죽 절을 올립니다.

지금까지 모두 여행기를 끝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댓글과 격려의 힘입니다.

혹시 다음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