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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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귀마개가 있었던 산티아고
일단 우리가 이틀 동안 묵을 숙소부터 찾아 배낭을 내려놓고 가볍게 다녀야겠습니다. 원래 산티아고에서는 하루만 자고 이동하려고 했지만, 까미노 시작하는 날 바로 출발했기에 하루가 늘어졌고 몬테 도 고소에서 머물고 다음 날 산티아고로 들어오려고 했다가 바로 오는 바람에 이틀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산티아고에 하루 더 머무르고 포르투에서 하루 더 머물다 가려고 일정을 변경했습니다. 비는 까미노를 걸을 때 그렇게 내리더니만, 이곳에 도착하니 내리다 마다를 계속하네요. 사흘 내내 비를 맞으며 걸었지만, 이상한 것은 까미노 중에는 그렇게 퍼붓다가도 숙소에 도착만 하면 그친다는 점입니다. 누구를 탓하겠어요? 모레는 포르투갈의 포르투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혹시 매진되면 갈 수 없기에 미리 표를 사기 위해 ..
2015.02.27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몬테 도 고소의 언덕에 서서 산티아고를 바라보니 비가 계속 내리며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날씨만 좋았다면 여기 언덕에 서서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을 바라보며 감상에 빠질 텐데... 처음 우리 계획은 오늘 여기서 잠을 자고 약 5km 가까이 떨어진 산티아고에는 내일 들어가려고 했지만,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모든 순례자가 계속 걸어 산티아고로 가네요. 우리도 그냥 산티아고에 들어가렵니다. 다시 한인 민박에 연락해 지금 출발해 들어가겠다고 알리고 다른 순례자와 함께 들어갑니다. 이 시기는 비수기라서 한인 숙소가 여유가 있어 아무 때나 와도 된다고 합니다. 조형물을 세운 언덕 아래 작은 예배당이 보이고 그 안에 들어가 여기까지 무사히 도착한 것에 감사 기도를 드리기도 하고 크레덴시..
2015.02.26 -
까미노의 종착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위의 사진을 보시면 건물 사이로 종탑이 보입니다. 저 종탑이 바로 우리의 까미노 목적지인 산티아고 카테드랄입니다. 이렇게 길게는 한 달을 걸었고 짧게는 일주일을 걸어온 모든 순례자가 이제 마지막 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어디서 출발했든지 모두 바로 저 종탑이 보이는 대성당입니다. 한 달을 걸었든 일주일을 걸었든 순례자는 그 느낌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체력이나 역량에 맞게 걸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까미노는 경쟁도 아니고 시합도 아닙니다. 명상의 길이고 느낌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까미노를 걸어오며 혼자 걸어온 사람도 제법 많았지만, 순례자 대부분은 친구, 가족 그리고 부부가 함께 걷습니다. 일행이 함께 제법 긴 시간을 걷는다는 의미는 서로 마음이 맞기 때문일 겁니다. 아무리..
2015.02.25 -
까미노 마지막 날, 산티아고를 향하여...
오늘이 까미노 마지막 날입니다. 처음 계획은 오늘은 몬테 데 고소까지 16km 정도를 걷고 내일 아침에 4km 정도 떨어진 산티아고에 여유롭게 들어가려고 생각했지만, 비를 맞으며 걷다 보니 몬테 데 고소에 도착할 즈음 비가 그치기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내처 걸어 산티아고로 바로 들어갑니다. 佳人은 이렇게 오늘 일도 제대로 계획하지 못하면서 100년을 계획하며 살았습니다. 이럴 경우 계획과는 다르기에 먼저 숙소의 방을 확인해야 합니다. 카톡으로 한인 민박에 연락하니 비수기라 방이 비었다고 바로 와도 된다고 합니다. 만약 방이 없었다면, 까미노 도중 만났던 호객하는 할배네 집에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는 잔뜩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습니다. 사흘 내내 출발할 때는 오..
2015.02.24 -
따끈한 물 한 그릇의 감동 (페드로우소에서)
비를 흠뻑 맞으며 걷다 보니 따끈따끈한 온돌방이 생각납니다. 요리 지지고 저리 지지고... 한국인에게는 이런 날씨가 되면 생각나는 게 따뜻한 온돌이 제1 순위가 아니겠어요? 비가 계속 내리니 방수의 제왕이라고 선전하던 옷도 신발도 모두 비가 스며듭니다. 그런 것은 적은 비에는 방수 효과가 있나 모르겠지만, 종일 비를 맞고 걸으니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同行은 同幸이라 했습니까? 그렇다면, 평생을 함께 가는 사람은 평생을 함께 행복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요? 아니... 그렇게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렇게 살아야 짧은 인생 그나마 만족한 삶이 아니겠어요? 오늘도 우리 부부와 함께 행복한 까미노 산책을 하실까요? 이런 곳에 오면 혼자 걷기보다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제게는..
2015.02.23 -
그리고 우리는 다시 까미노를 걸었습니다.
오늘은 이런 노래가 듣고 싶습니다. 기교도 부리지 않고 살아온 삶의 진솔함이 배어 나오는 그런 노래 말입니다. 노래 듣기를 원하시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통과하셔도 누가 뭐라 하겠어요? 그러나 잠시 시간을 내셔서 들어보세요. 내리는 비도 진솔한 노래로 말미암아 지나는 행인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NdZy4ewG2s&feature=youtu.be 오늘처럼 비가 오시는 날에는 첼로의 선율이 그립습니다. 마치 하늘에 낮게 드리운 구름처럼 묵직하게 마음을 누르는 그런 소리 말입니다. 그러나 구름만이 아니라 오늘은 비까지 퍼붓습니다. 여행길에서 마주한 비는 야속하기까지 합니다. 오늘같이 비 오시는 날에는 그냥 온종일 게으름이라도 피고 싶습니다. 손가락도 ..
201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