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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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뚫고 까미노를 걸어 아르수아(Arzua)로.
점차 빗줄기가 강해집니다. 아무리 방수가 잘된 신발이나 옷이라 선전해도 줄기차게 내리는 비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점차 빗물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적십니다. 쉬지 않고 걸으니 비에 젖더라도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비가 퍼부어도 잠시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갑시다. 이런 길을 걸으며 훠이훠이 그냥 그렇게 지나친다는 일은 너무 각박한 일이잖아요? 어찌 생각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시골길이지만, 멀리서 이 길을 걷기 위해 여기까지 왔잖아요. 길은 같은 길일지언정 그 느낌은 다르지 않겠어요? 걷다가 힘이 들면 동행하는 사람을 위해 뒤돌아보며 미소 한번 지어주세요. 미소란 미소를 짓는 내가 알 수 없기에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미소란 바로 상대를 위한 배려입니다. 비록 작은 배려지만, ..
2015.02.16 -
순례자의 길. 현실의 길. 그리고 까미노
요즈음 여행기랍시고 글을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자꾸 걱정이 앞섭니다. 사진만 주욱 나열하고 내용이 없는 여행기는 성의도 없고 영혼도 없는 것처럼 생각되고... 그렇다고 글을 올리자니 내용이 변변치 못해 읽는 분이 지루해하실 것 같고... 그래서 사진과 글을 함께 올리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제일 중요한 것은 글을 쓰더라도 정확한 용어 선택부터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제대로 맞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볼 때 가끔 맞춤법조차 제대로 맞지 않게 쓴 글을 볼 때 佳人의 글도 저렇겠지 하는 걱정이 앞서고 그 글이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한글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천박한 글로 비치기 때문이죠. 佳人이 쓴 글이 바로 그런 부류의 글이 아닐까 생각하니 계속 써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
2015.02.13 -
까미노 길에서 비를 만나다
출발 때부터 내리던 비가 이제는 제법 굵어집니다. 이베리아 반도의 특징이 우리와는 다르게 가을부터 우기가 시작된다 하네요. 특히 북부인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이라서 늘 습도도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끼가 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갈리시아 지방을 걷다 보니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눈에 띄는 이상한 형태의 건축물이 자주 보입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무슨 건물로 보이시나요? 다락방인가요? 아니면 일종의 장례 풍습은 아닐까요? 우리나라와 멀지 않은 중국 여행을 하며 우리와는 다른 모습의 장례풍습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 의미는 죽은 자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라는 의미로 지역마다 모두 같지만, 그 모습은 무척 다양한 모습이었습니다. 세상 어디나 그 의미는 모두 같겠지만, 그 방법은..
2015.02.12 -
뿔뽀의 고향 메리데를 향하여 (까미노 네 번째 날)
메리데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뿔뽀(PULPO)라는 문어요리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우리의 문어숙회라 보시면 됩니다. 문어란 우리에게는 익숙한 음식이고 또 이곳의 뿔뽀는 한국인의 입맛에 아주 잘 맞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한국인은 누구나 뿔보요리를 맛보고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인 뿐이겠어요? 까미노를 걷는 모든 사람이 여기에 들러 문어요리를 먹고 갈 겁니다. 메리데는 바닷가 마을은 아니지만, 바다가 멀지 않고 수송이 쉬운 곳에 있기에 예전부터 문어요리가 발달한 곳이라 합니다. 그게 어디 메리데뿐이겠습니까? 문어 요리는 갈리시아 지방에서는 어느 곳이나 쉽게 맛볼 수 있지만, 메리데가 까미노에 있기에 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에 의해 여러 나라 사람에게 널리 알려졌겠지요. 지난밤에는 우리가 머문 3..
2015.02.11 -
별들의 들판 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Santiago는 성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 Compostela는 별들의 들판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에 세워져 성 야고보의 유골을 안치한 성당은 예루살렘과 로마에 이어 가톨릭 세계 3대 성지가 되었고, 이때부터 유럽의 각 지역으로부터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를 향한 순례길에 나서게 되었고 덕분에 도시 이름도 별들의 들판의 야고보라는 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되었다네요. 이때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지나던 스페인 북부지역은 이베리아 반도를 거의 점령한 이슬람 세력과 북쪽으로 밀린 원주민인 아스투리아스 등 가톨릭 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곳으로써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순례길의 탄생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사실, 이 말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
2015.02.10 -
까미노의 상징 조개(가리비), 지팡이 그리고 표주박.
우리는 까미노(Camino)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까미노라는 단어는 스페인어로 영어로는 Way라는 의미라 하네요.우리 말로는 그냥 길이라는 말이지만,지금은 고유명사처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을 의미하는 말이겠지요?.또한 길을 걷다는 동사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합니다.이 까미노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답니다.세상에 그냥 시골길을 세계문화유산이라고요? 모든 길은 로마로 이른다 했나요?스페인에서는 로마로 가는 길은 없고 모든 길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뿐인 듯합니다.그러니 산티아고에 이르는 까미노는 무척 많습니다.그 많은 길 중에 지금 우리가 걷는 길이 가장 많은 사람이 걷는 길일 겁니다.원래 프랑스 생장이라는 곳에서 출발해 이 길로 들어서서 가게 됩니다. 어디서 출..
2015.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