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서성(67)
-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제13 굴로 갑니다. 제13 굴은 문수보살동(文殊菩薩洞)이라는 별칭이 있는 곳입니다. 지혜의 화신이라는 문수보살이 안에 계신가요? 그런데 앉은 모습이 불편해 보이고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 석굴과 문수보살을 만든 사람은 우리와는 달리 좌식 문화를 이야기로만 듣고 만들다 보니 어색하고 조화롭지 못하게 만들었지 싶습니다. 그런데 창문 너머로 내다보고 계신 불상은 미륵보살입니다. 밖의 모습이 무척 궁금하신가요? 문수보살께서는 미륵보살에게 집을 맡기고 잠시 외출하셨나요? 요즈음 부쩍 외출이 잦아졌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미륵보살께서 밖의 일이 무척 궁금하신가 봅니다. 창문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것을 아주 유심히 보시려 기웃거리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집을 봐달라고 한 문수보살은 오지 않지요..
2012.02.24 -
入佛知見이라는 현판이 걸린 문을 이미 넘었습니다.
화려한 제9 굴을 지나 바로 옆에 있는 제10 굴로 갑니다. 제10 굴은 비로불동(毗盧佛洞)이라고 하네요. 전체적인 모양이 제9 굴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여기도 정말 화려한 곳입니다. 환장하리만치 화려한 곳입니다. 지금 이게 정녕 돌을 쪼아 석굴을 만들고 돌을 다듬어 색을 입힌 석굴의 모습이란 말입니까? 이 사람들은 돌을 떡 주무르듯이 하는 기술이라도 지녔단 말입니까? 마주 보이는 전실 북벽의 창문 아래와 출입문 위의 사이인 상인방을 보면 층층이 정상으로 이어지는 신들의 산이라는 수미산이 보이고 산허리쯤에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무슨 짓을 하는지 얽혀있습니다. 얼핏 보면 마치 불륜의 현장처럼 보입니다. 이게 어찌 수미산이냐고 묻고 따지신다면 佳人도 할 말이 없지만, 수미산으로 보셔야 보시는 여러분께서..
2012.02.22 -
세상이 모두 부처입니다.
오늘은 제4 굴부터 보려고 합니다. 4 굴은 너무하네요. 볼 게 없습니다. 얼마나 많이 망가져버렸으면 석굴 이름마저 없고 그냥 넘버 4입니다. 아무리 못났더라도 이름이나 지어주지 너무한 것 아닙니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으면 나와보라 하세요. 세상에 태어나 이름조차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겠어요. 하물며 부처도 잘나야 대접받는 세상인가 봅니다. 이곳은 관광객마저 외면하고 그냥 지나칩니다. 그래도 우리 부부야 그리할 수 없지요. 혹시 다 부서져버렸을지도 모르는 부처라도 만나면 손이라도 잡아드리렵니다. 하나의 출입문에 양쪽으로 두 개의 창문을 만든 곳입니다. 부처란 그래도 멋을 부려야 사람이 찾아오고 주변에 얼쩡거리지 여기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숨어 있으면 중생마저 무시하고 그냥 지나칩니다. ..
2012.02.20 -
윈강석굴의 부처와 만남은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入佛知見이라는 현판이 걸린 문으로 들어왔습니다. 열고(開), 보여서(示), 깨닫게(悟) 하신 다음 들어가게(入) 하셔서 부처의 지혜를 배우라는 말이 아닐까요? 이미 문을 통과했으니 시작이 반이라고 반은 지혜를 배운 듯합니다. 그러니 지금 佳人은 속세에서 부처의 세상으로 발을 들이민 셈입니다. 이미 佳人의 삶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입니다. 저기 나뭇가지 너머로 미소를 머금은 부처가 佳人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네요. 지금 부처와 佳人의 만남은 이미 1500년 전에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처음 석불을 만든 사람은 1500년 후 佳人과의 만남을 알고 있었고 또 여러분께서 佳人이 올린 사진과 여행기를 통해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모든 인연이란 이렇게 시공을 초월해 예정되어 있기에 운명적으로 만..
2012.02.18 -
어느 가을날의 윈강스쿠(云岗石窟 :운강석굴).
윈강석굴(云岗石窟 : 운강석굴)은 중국의 3대 석굴 중 하나이며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록되어 있으며 3대 석굴 중 이곳과 뤄양의 롱먼(龍門 : 용문)석굴은 모두 북위 시대의 작품으로 아마도 북위 사람들은 석굴 파는 재주가 취미생활의 하나인지, 생활의 일부분이었는지 좌우지간 남달랐던 모양이네요. 그러나 나머지 하나인 둔황 막고굴의 불상들은 이곳과는 달리 흙으로 빚어 만든 소조불(塑造佛)이라는 게 다른 점이라네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후손에 물려주어 유물로 보존하게 하면 그게 정답이지요. 오늘부터 며칠동안 佳人과 함께 어느 가을날 아름다운 가을의 전설을 들으러 운강석굴로 가 보시렵니까?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은 佳人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뤄양의 용문석굴보다 훨씬 뛰어난 곳이었습니다..
2012.02.17 -
다통(大同 : 대동) 구룡벽
다통(大同)이라는 곳... 무엇이 그렇게 크게 같았을까요? 이 도시는 산서성에서는 북쪽에 자리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오래된 도시라고 해봐야 번데기 앞에 주름잡기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다퉁은 398년 북위의 도성이 되며 북방의 중심도시로 발달하게 된 곳이라 봐야 하며 그러다 보니 볼 게 많은 곳이지요. 우리가 이번 여행을 생각하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게 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다통은 가장 중국스러운 여행지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절벽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걸려있는 현공사라는 절... 자비로운 부처님의 미소가 있다는 윈강석굴... 그리고 북위가 수도로 삼으며 건설했다는 평성... 우리 부부의 눈을 휘어잡아 버렸지요. 또한, 북경에서 멀지 않고 더군다나 북경에서..
201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