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박물관이라는 에보라

2015. 6. 12.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에보라

에보라의 주요 볼거리는 대강 보았습니다.

버스 시간까지 이제부터는 여기저기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구경한 후

 터미널로 이동해 엘바스로 갈 생각입니다.

우리가 타고 갈 버스 출발 시각이 2시니까 1시 45분까지는 터미널에 도착해야 합니다.

 

9시 30분에 에보라에 도착해 3시간 반 정도만 구경해도 될 정도의 작은 마을입니다.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기에 지도를 보고 근처 공원이 있다고 해 찾아갑니다.

위치는 뼈 성당이라는 상 프란시스쿠 성당 남쪽에 있습니다.

 

그러나 공원은 원래 왕궁 정원이었나 봅니다.

왕궁은 폐허의 모습도 보이고 위의 사진처럼 아직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창문의 모습은 전형적인 이슬람 식이 아닌가요?

 

이곳 에보라를 유적의 박물관이라 합니다.

한때는 제법 큰 도시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중세 때 인구보다도 적다고 하니

한물간 도시라는 말이겠지요.

농경사회에서는 그런대로 규모의 도시였던 모양입니다.

오히려 이렇게 쇠약해지는 바람에 이런 유적이 개발의 바람을 비껴가지 않았나 추측됩니다.

정말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함으로 옛 모습이 사라져 버린

아쉬움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항해 시대를 맞이해 세상의 중심으로 행세했던 포르투갈이지만,

그런 도시는 대부분 항구를 끼고 있었던 도시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처럼 내륙 깊숙이 숨어있어 누구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아 왕따 아닌 왕따 생활을

했던 도시는 외면당했을 겁니다.

지금도 코르크나 올리브 나무 외에는 별 농산물이 없는 그런 땅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중세 때보다 인구가 줄어들었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이유로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지금은 유적 박물관이라는

말을 들으니 다행일까요?

정말 철저하게 소외당하고 살아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우선 조용한 공원이 보여 들어가 봅니다.

에보라 시립 공원(Jardim Público de Évora)이라고 해야 하나요?

공원도 점심시간에는 개방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은 공원 산책도 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는 배려인가요?

 

공원 안에 멋진 유적이 남아있습니다.

이 유적은 마누엘 왕궁(Palácio de Dom Manuel)이었나 봅니다.

지금은 옛 영화는 모두 사라지고 그 흔적만 남았네요.

 

지금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라 폐허로 보이지만,

한때는 무척 잘나가던 사람이 살았던 곳으로 생각되네요.

창문틀에 남은 아름다운 장식이 오히려 더 애처롭습니다.

 

그 옆으로는 제법 관리가 잘 이루어져 아직 싱싱한 모습의 궁전 건물도 보입니다.

전형적인 이슬람식 말발굽 형태의 창문이 아닌가요?

 

지금은 궁전터가 시민공원으로 개방되어 많은 시민이 찾아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생각되네요.

그때는 몇 사람만의 정원이었지 싶네요.

이렇게 멋진 정자를 정원 가운데 만들어 두고 차를 마시며 금수저의 행복을 느꼈을까요?

 

건물은 아랍풍으로 지은 듯합니다.

밧줄 모습이 가끔 보이니까 마누엘 양식도 보이고요.

이렇게 두 민족의 전통이 서로 혼재된 형태라 생각합니다.

 

부근에 시장이 보여 간식거리를 준비하러 들어갑니다.

시장에서도 놀라운 광경.

 

오래된 마을치고는 최신식으로 시장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건물 가운데 유리로 덮은 곳이 보이네요.

어디 유리 안을 들여다볼까요?

 

헉!!! 이게 뭔 일입니까?

시장 바닥도 유적입니다.

왜 에보라를 유적 박물관이라 하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시장 건물을 지으려고 땅을 파다가 발견된 유적을 그대로 보존했나 봅니다.

 

이 말은 빗자루로 마당만 쓸어도 유적이 나온다는 말인가요?

이게 로마 시대의 흔적이라고 하네요.

시장 전체가 로마 시대의 유적 위에 기둥을 박고 그 위에다가 지었네요.

 

오늘 이동 거리가 많고 구경하고 가야 할 것도 많기에 점심을 거르게 생겼습니다.

간단한 요깃거리를 미리 준비해 이동할 때 버스 안에서 먹어야겠습니다.

이런 유적 박물관을 돌아다니다 보니 잠시 앉아서

편하게 식사하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에보라를 흔히 유적 박물관이라고 부른답니다.

시내 곳곳에 로마 시대 때부터의 유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만약, 이 도시가 대항해 시대를 맞이해 황금이 넘쳐났다면 이 도시는 철저하게 파괴되고

다시 새롭게 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했을 겁니다.

오히려 가난했기에 손을 전혀 대지 않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