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라의 대성당과 동네 골목 구경

2015. 6. 15.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에보라

저런 마차를 타고 편히 시내 투어를 한다면 그 또한 멋진 느낌이겠지요?

에보라는 마을 자체가 유적 박물관이니 박물관 안을 마차로 돌아다니는 그런 느낌이잖아요.

오늘 이야기는 대성당을 찾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원래 에보라 대성당은 1186년에 건설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당으로 들어가는 문 위에는 1692년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네요,

한번 문제가 생겨 다시 건립한 해를 기록했나 봅니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문 양쪽에 십이 사도의 모습이 보입니다.

파사드의 장식은 보이지 않습니다.

유럽 성당 앞에는 꼭 선업을 베풀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당뿐 아니고 규모가 큰 슈퍼마켓 앞에도 남은 잔돈을 적선하라고 하더군요.

 

대성당은 마치 뿔이 돋아난 것처럼 두 개의 탑이 우뚝 솟아있는 모습입니다.

원래 이 자리는 무어인의 모스크가 있었던 자리였다 합니다.

무어인을 물리친 후 그들의 신이 싹을 피우지 못하도록 어디나 성당을 건설했나 봅니다.

 

그러니 모스크를 부수고 그 위에 그들의 신이 다시 범접하지 못하도록 성당을 세웠을 겁니다.

그때가 1186년이라고 하니 거의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성당이 되었네요.

성당 앞마당에서 고개를 돌리니 성당보다 500여 년이나 더 늙은 디아나 신전이 보입니다.

이 마을은 이렇게 천 년이라는 세월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마을인가 봅니다.

 

성당 앞마당은 에보라 관광에 유용한 탈 것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툭툭이라고 부르는 꼬마 삼륜차는 물론 마차 투어의 출발점도 여기랍니다.

 

이 성당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바스쿠 다 가마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겠죠.

그는 1497년 첫 인도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출발하기 전 바로 이 성당에서 미사를 올렸다 합니다.

그러니 이곳 에보라 대학을 졸업하고 이곳에서 대항해를 시작하기 전 성공을 기원하는 미사를 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랬나요?

이 성당의 미사가 대단한 효과를 발휘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동진하며

인도 항로를 개척하는 경사가 생겼잖아요.

그때 바스쿠 다 가마는 항해에 성공하고 돌아와 첫마디가 "따봉!"이라고 외쳤을 겁니다.

그것도 세 번이나 항해에 성공했다지 뭡니까?

 

그동안 유럽의 변두리 동네에 산다고 눈칫밥에 서럽도록 괄시받았지만,

향료는 물론 도자기와 비단 등 아시아의 보물 같은 물건을 배를 이용한 대량 수송으로

본격적인 국제무역의 리더가 되어 국제사회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효시가 되었겠지요,

 

공원에 해시계가 보입니다.

시계가 없던 시절에는 이런 게 바로 시민을 위한 시계탑이 아니겠어요?

이런 시계탑이 있는 에보라의 중세는 무척 부유했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로마는 이곳을 요새로 만들기 위해 성벽을 쌓았다는데 그 길이가 6km로 한 바퀴 돌아보려면

한 시간 반이 더 걸리겠네요.

걸어보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 참아야 하겠지요?

이곳에서 숙박했다면 틀림없이 성벽을 따라 걸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다른 도시를 향해 걸음을 옮겨야 하는 여행객이 아니겠어요?

그렇다고 굳이 성벽 길을 걸을 필요는 없겠네요.

 

이번 여행 초반에 로마 시대에 건설한 히로나(Girona)를 들렸던 적이 있습니다.

이미 그때 로마 시대에 쌓은 성벽 위를 걸어본 적이 있기에 그냥 눈으로만 바라봅니다.

 

에보라는 대성당, 성 프란시스쿠 성당, 그리고 디아나 신전이 가장 큰 구경거리였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수도교도 있고 마누엘 궁전도 있습니다.

세고비아 수도교를 최고로 치고 여기는 세고비아만 못하지만,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습니다.

 

어디 그뿐이겠어요?

에보라의 중심 광장인 지랄두 광장의 분수도 볼만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들렸던 시기는 분수 가동이 멈추었던 시기였네요.

 

디아나 신전은 로마 제국이 건설한 도시마다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은 신전일 겁니다.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에 세운 것으로 원래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예전의 규모와 위용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사람의 뼈로 지은 성당이 유명하지요.

일명 해골 성당이라고 부르는...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람의 뼈를 모아 성당 안을 장식했네요.

세상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 무척 많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이 마을에서는 코르크나무 껍질을 이용한 공예품이 무척 많습니다.

지갑, 모자, 가방 등.

우리가 아는 코르크는 와인 병뚜껑만 만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곳을 떠나 스페인으로의 힘든 행군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제부터 우리의 목적지는 스페인 땅 바다호스라는 곳입니다.

오늘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바다호스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경 마을인 엘바스로

먼저 버스로 이동해 그곳에서 국경을 버스를 타고 넘거나 없다면 걸어서 넘어가야 합니다.

터미널로 돌아와 맡겨두었던 배낭을 찾고 오후 1시 45분 출발하는 엘바스행 버스표를 12.5유로/1인에 삽니다.

내일은 국경을 넘어간 이야기를 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런 역사적 유산으로 에보라는 구도시 전체가 1986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네요.

혹시 시간이 나면 에보라를 꼭 다녀오시라 추천합니다.

리스본에서는 차편도 많고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로 편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차편은 하루에 열 편 이상 다니는 곳이기에 굳이 숙박하지 않으셔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