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바스 그리고 포르투갈을 떠나며

2015. 6. 16.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에보라

위의 문 이름은 푸에르타 데 빠르마스(Puerta de Palmas)라고

야자나 종려의 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과디아나 강을 가로질러 놓인 옛 다리를 건너 바다호스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그러니 저 문의 의미는 스페인 땅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의미가 아니겠어요?

 

바로 우리가 오늘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선택한 루트가 포르투갈에서 바로 저 문을 통과해

스페인 바다호스로 들어가는 일정입니다.

일반 교통을 이용하여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지만...

 

에보라 구경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우선 엘바스라는 국경 마을까지 갑니다.

엘바스라는 마을을 들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스페인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에보라에서 바로 바다호스로 바로 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래서 바다호스에서 가장 가까운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인 엘바스로 가는 겁니다.

 

엘바스와 바다호스 두 도시는 서로 마주 보고 있지만, 다른 나라이기에 국경 통과

국제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에보라에서는 바다호스로 직접 가는 버스가 없기에 국경 가장 가까운 마을인

엘바스로 무작정 표를 끊고 갑니다.

교통편에 대한 정보가 없기에 이번 여행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을 한 곳입니다.

 

잠시 후 닥칠 생고생은 알지 못하고 차창을 스치는 풍경에 정신을 빼앗깁니다.

이 지역은 산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에 에스트레마두라라는 지역의 여러 도시를 다니며 느낀 점은

산을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작은 돌 언덕만 보이면 그곳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멀리까지 경계가 가능하기에 작은 언덕만 있으면 기어 올라가

집을 짓고 마을을 형성하며 살았나 봅니다.

 

어디 마을뿐인가요?

언덕 꼭대기는 무조건 단단한 돌로 성을 짓고 외부와 등을 돌리고 살았더군요.

지금에야 왕래가 잦아야 더 발전하고 번창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끼리끼리

남과는 등을 돌리고 살아갔나 봅니다.

그게 그때는 삶을 연장하고 행복하게 사는 최선의 방법이었을 겁니다.

 

또 이 지역은 광활한 대지이지만, 우리나라처럼 황토가 섞여 농사짓기 좋은 토질이 아니라

돌이 부서져 흙이 되었기에 물을 머금지 못하는 그런 쓸모가 별로 없는 땅으로

농사가 되지 않는다 합니다.

게다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이라 하네요.

산이 없고 땅만 광활하면 뭐합니까?

광활한 지역을 바라보며 부러워했지만, 실상을 알고 나니 안쓰러운 지역이었네요.

 

에보라에서 엘바스로 오는 도중 버스는 여러 마을을 들리며 승객을 태우고 내려줍니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은 지역이기에 완행버스처럼 마을마다 들렀다 가네요.

에보라를 출발한 지 1시간 15분이 지나니 엘바스에 도착하네요.

그리 먼 곳이 아니라는 말이겠죠.

버스 안에 승객은 우리 외에는 열 명도 되지 않습니다.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화물칸에 실렸던 배낭은 내가 챙기는 동안 울 마눌님은 터미널 매표소로

뛰어들어가 버스 편을 확인합니다.

그러나 버스 대합실은 불이 모두 꺼졌고 창구 모두 닫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금 시각이 오후 3시경으로 한창 대낮이 아닌가요?

 

터미널에는 우리가 타고 온 버스 한 대뿐이고 이 버스가 잠시 후 에보라로 돌아가는 막차일

것이고 여기가 포르투갈의 끝이고 내륙으로 돌아가는 버스 편은 있지만,

국경을 넘어가는 버스는 없다는 말입니까?

순간 코딱지만 대합실에서 고민에 빠집니다.

이곳 엘바스도 엄청난 높이의 수도교가 보이고 언덕 위로는 성채가 보이네요.

 

여기도 중세 시대에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라는 의미가 아닌가요?

벌써 울 마눌님에게는 택시 기사가 붙어 어디로 가느냐고 달라붙습니다.

바다호스라고 하니 100유로를 내면 데려다주겠답니다.

 

비싸다고 하니 국경을 통과해야 하고 돌아올 때는 빈 차로 와야 하기에 그렇다고 합니다.

100 유로면 여기서 하루를 쉬고 내일 아침에 천천히 걸어가도 되겠습니다.

이곳 숙박비는 미리 앱을 통해 알아보았지만, 50유로가 넘지 않더군요.

 

난감해하는데 잠시 후 터미널 안으로 여성 세 분이 따라 들어옵니다.

그 여성 중 가장 젊은 여성에게 창밖을 가리키며 저 멀리 까마득한 곳에 보이는 도시가

바다호스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맞는다고 하네요.

바로 위의 사진에 저 멀리 보이는 도시가 바다호스랍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바다호스로 갈 거냐고 하네요.

 

사실 저 정도라면 4-5시간만 걸으면 금세 도착할 듯합니다.

더군다나 중간에 산도 없고 완만한 내리막으로 보이네요.

다만 그늘이 없어 걷다가 일사병에 걸리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중간에 국경선이 강을 따라 있고 두 도시 간 거리가 20km가 되지 않은 거리입니다.

이제 우리 부부는 어찌해야 할까요?

 

포르투갈의 색은 한마디로 바로 아줄레주였습니다.

아줄레주는 포르투갈의 영혼이고 그들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의 색깔입니다.

많은 사람이 아줄레주는 아름답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관리가 잘된 아줄레주는 아름답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창 잘 나갈 때의 포르투갈의 모습은 관리가 잘된 아줄레주처럼 생각되고

지금의 모습은 관리가 부실해 지저분한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한때는 해양대국으로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경영하며 세계화에 앞장선 포르투갈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변두리 국가로 전락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며 유럽 내에서

그리스와 더불어 귀찮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저렴한 물가로 말미암아 여행자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 포르투갈입니다.

오늘까지 이번 여행기 2부 포르투갈의 이야기였습니다.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은 스페인 남미 정복의 주역인 에르난 코르테스나 피사로의 고향이기에

정복자라는 의미인 콩키스타도르의 고향으로 알려진 곳이라네요.

이제부터 스페인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을 여행하며 보고 느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제 스페인 땅으로 들어가려니 버스가 다니지 않습니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상상하기도 싫었던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 겁니다.

갑자기 에보라에서 보았던 뼈 성당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립니다.

그 크고 많은 공동묘지 하며 길가에도 이상한 석관에 든 시체 모습 하며...

혹시 우리 뼈 중 아무거나 하나를 기부하지 않고 왔기에 우리를 그냥 보내지 않으려고 그럴까요?

"나 집으로 돌아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