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테레사의 고향 아빌라

2015. 1. 12.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아빌라

아빌라에서 성벽 위로 걷는 성벽 투어는 낮에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성벽 위로 올라가서 걷는 것은 그냥 올라가는 게 아니라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야 합니다.

이런 성벽 길을 좋아하시는 분은 올라가서 걸어보는 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 말고도 히로나에서도 성벽 길을 걸었고 앞으로도 여러 곳을 걷기 때문에

굳이 아빌라에서 성벽 위로 올라갈 이유가 별로 없어 보여 포기했습니다.

 

대신 성벽 안팎으로 걸었고 낮에도 밤에도 걸었기에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멋진 풍경을 보려면 성벽 위보다는 구시가지 성벽의 서문으로 나와

아다하 강을 건너 조금 걸어가면 사각의 틀 안에 십자가를 세운 곳이 있습니다.

쿠아트로 포스테스(Los Cuatro Postes)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쿠아트로 포스테스란 네 개의 기둥이라는 의미로 기둥 네 개를 세우고

그 가운데 십자가를 만들었네요.

가만히 바라보니 마치 신전의 형태로 보입니다.

무척 단순한 모습이지만, 느낌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아빌라 성벽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뷰 포인트네요.

아빌라 고성은 동쪽이 가장 높고 서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었기에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제일 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빌라에서 조금 외곽으로 걸어와야 합니다.

제법 한참을 걸어야하지만, 그 정도의 노고는 멋진 풍경으로 보상받고도 남습니다.

 

그곳에 서서 바라보는 아빌라 상벽의 모습은 장관입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남아있는 성벽도 흔치 않은 일이죠.

낮에는 낮대로 또 밤에는 밤대로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죠.

이렇게 같은 장소일지라도 시간대를 달리하면 느낌 또한 다르잖아요.

 

밤에는 어두워 이곳까지 걸어오는 일이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은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관광객이 걸어가면 따라가면 되고 또 시내버스가 운행하기도 하더군요.

사람이 없을 때는 혼자서는 걸어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 부부야 귀신도 무서워하는 나이가 되었기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구시가지는 무라리트라는 작은 기차가 관광객을 싣고 달리기도 하지만, 걷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아빌라는 충분히 걸어서 다닐 정도의 작은 도시고 또 그래야만

제대로 고성 구경을 할 수 있잖아요.

시간이 부족하고 걷는 데 문제가 있는 분이시라면 이 꼬마 기차를 이용하면

구시가지의 중요한 곳을 모두 돌아볼 수 있겠네요.

 

아빌라의 중심은 역시 카테드랄일 겁니다.

로마네스크와 고딕이 혼재한 양식으로 재미있는 것은 성당마저 요새형으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다른 성당은 다소곳한 느낌이 들지만, 이곳은 마치 싸움닭처럼 생겼습니다.

아마도 이슬람과의 전투에 대비해 성벽에 만들었기에 만약, 전투가 벌어지면

종교의 힘으로 싸우려고 했을까요?

사실은 높은 종탑이 멀리까지 적의 동태를 살필 수 있는

감시탑 역할을 하기에 이렇게 지었다고 하네요.

 

사실, 신이란 존재는 누가 그 지역에서 힘을 쓰느냐에 따라 위대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허무하게 파괴되기도 하잖아요.

심지어 일부만 헐어내고 그곳에 자기들이 모시는 신을 위한 성전으로 리모델링하기도

하니 이곳 성당도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마치 요새처럼 지었고

성당의 동쪽 벽은 바로 성벽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신은 다른 신을 믿는 인간의 공격에 맞서 자신을 섬겨준 인간을 위해 제일 앞장서서

열심히 싸우려고 했을 것이니 성벽의 한 축을 담당해 성당의 외벽을

성벽으로 사용하게 했지 싶습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성벽 중 카테드랄의 동쪽 끝입니다.

신의 힘으로 이렇게 막고 있으니 누가 감히 덤비겠어요?

 

서로 돕고 사는 게 좋지 않겠어요?

성당의 모습이 마치 "덤빌 테면 덤벼 이 짜샤~"라고 하는 모습입니다.

아래 사진은 성당 광장으로 짜사를 풀지 않고 엉덩이가 매력적인

사자를 풀어 지키게 했나 봅니다.

 

성당의 입장료가 4유로이기에 외관만 보고 갑니다.

식당에 들려 메뉴판만 보고 가는 셈인가요?

메뉴까지는 아니고 지나가며 간판만 보고 가는 셈이겠지요?

 

이번 여행이 스페인의 많은 도시를 구경하는 일이기에 마을마다 있는 성당을 모두

입장료 내며 들어간다고 달라지는 일도 없고 느낌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기에 대부분의

카테드랄은 메뉴만 보고 몇 곳만 직접 들어가 구경하렵니다.

 

사실 아빌라에서는 카테드랄 보다 산타 테레사 수도원이 더 중요한 곳이죠.

흔치 않은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라네요.

1638년 성녀 테레사가 태어난 생가가 있던 곳에 세운 수도원이라네요.

이곳의 테레사 수녀는 우리가 생각한 노벨상을 받은 테레사와는 다른 성녀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가톨릭 신자들의 순례지 중 한 곳이라 합니다.

오늘도 우리나라 성지순례단을 이곳 아빌라에서 만났습니다.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성벽을 보기 위한 게 아니라 테레사 수녀의

발자취를 따라왔지 싶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테레사 수녀는 아빌라의 자랑이라 합니다.

그녀는 생전에 수도원 개혁을 위해 노력했다 합니다.

테레사는 1515년 이 집에서 태어날 때 바로 제단을 바라보고

왼쪽 안쪽의 방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박물관은 2유로를 받습니다.

내부 돔을 보면 균형과 조화가 아주 멋지네요.

아주 동적으로 마치 움직이는 듯합니다.

 

주 제단에는 성녀 테레사의 모습과 그 주변의 장식이 화려합니다.

주변에 명화라고 해도 될만한 그림도 제법 많습니다.

 

위의 사진은 비센테 성문 앞에 있는 산 비센테 바실리카 성당입니다.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만든 문 중 하나인 비센테 문 바로 앞에 만든 성당입니다.

서쪽 입구 문이 아주 훌륭합니다.

 

아치 아래 열두 제자와 꽃무늬 조각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이 도시에서 순교한 성인 산 비센테와 그의 누이 두 명이 함께 잠든 석관이 있습니다.

입장료가 1.60유로입니다.

 

산 호세 수도원은 성벽 밖에 있는 수도원으로 테레사 수녀가 스페인에 세운 16개의 수도원 중

1562년 제일 처음 세운 곳으로 유명하답니다.

당시 혼란스러웠던 가톨릭 교회의 엄격한 규율을 재정립하고 영혼의 완전한 구제를 목표로

수도원을 개혁하고자 한 모양입니다.

위의 사진은 수도원이 아니라 알카사르 성문 앞에 있는 산 페드로 성당의 모습입니다.

 

원래 사회가 어지러우면 똑똑한 사람이 여기저기 나와 자기 목소리만 높이잖아요.

여기저기 모든 일에 간섭하며 말입니다.

스스로는 구국의 일념이니 영웅적 결단이니 하지만...

 

사실 똑똑하지 않고 목소리만 크지만 말입니다.

이런 사람의 특징은 제 눈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티끌만 보며 대안도 없이

남을 흉만 보는 사람이죠.

요즈음도 佳人처럼 그런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성당을 찾아와 자꾸 기도하면 성모 마리아도 무척 곤란하지 않겠어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빌라에는 성벽만 유명한 게 아닌가 봅니다.

성벽 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골목마다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 기웃거리며 다니다 보면 그들의 이야기가 들립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얻어들으며 다닐 뿐입니다.

여행은 눈동냥, 귀동냥 그리고 입 동냥하며 다니는 게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