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를 떠나며 이런저런 그런 생각들...

2015. 1. 14.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아빌라

오늘 아빌라를 떠나 아주 역사가 깊은 살라망카라는 도시로 갑니다.

스페인의 도시는 사실 어디나 역사가 깊은 곳이지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시간이 멈춘 듯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그중에서도  살라망카의 역사는 공인된 곳이라고 하더군요.

아빌라를 떠나며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멀리서 바라보면 아빌라 고성은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또 밤에는 어떻습니까?

같은 곳에 서서 바라보아도 시간을 달리하면 또 다른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모습도 생각이 깊어지니 자꾸 엉뚱한 생각으로 발전합니다.

좌우지간 佳人은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빌라를 떠나며 이런저런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흔히 동네 산책길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은 자주 보게 됩니다.

그 개들은 하나같이 길을 걷다가 담벼락이나 전봇대 또는 나무에 이르면 한쪽 다리를 들고

원초적 본능에 따라 꼭 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바로 영역표시를 하는 일이지요.

동물의 세계에서도 사자나 그런 짐승들은 아주 철저하게 영역표시를 합니다.

 

위의 사진은 영역을 표시하는 사자가 아니고 아빌라의 어느 집 앞에 세운 짐승의 조형물입니다.

개는 그곳이 사실 자기의 영역도 아니고 자기가 지배하는 장소도 아닌데

수시로 지나다니며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잠시 후 다른 개가 오면 다시 새로운 녀석이 또 같은 행동을 하며 먼저의 냄새 위에

자신만의 냄새로 덧씌우기에 들어갑니다.

만약 인간이 이런 행동을 한다면 멋진 말로 포장해 역사 지우기며 시대의 소명이라고 할 겁니다.

개들의 영역 표시는 이렇게 시시각각 지나가는 개마다 본능에 따라 표시를 하지만,

대부분 10분 천하에 그치지요.

 

인간은 또 어떻습니까?

인간의 경우 역사적으로 어느 지역을 점령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영역표시로 울타리를 쌓지요.

세상에 제일 큰 울타리가 바로 만리장성일 겁니다.

 

원래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지우고 자기만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이곳에도 로마가 자기 영역 표시로 성을 짓고 살다가 사라지고 이어 남쪽 아프리카로부터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차림의 인종이 올라와 또 영역 표시로 큰 성을 짓고

이곳의 땅은 자기 것이라고 땅땅거리고 살았지요.

 

이제 세월이 흐르니 원래 여기에 살다가 쫓겨났던 주인이 나타나 무단 점유로 땅땅거렸던

무어족을 쫓아버리고 지금까지 그들이 쌓았던 성벽보다 더 높게 땅땅하게 쌓고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짐승은 냄새로 영역표시를 하지만, 인간은 눈에 보이는 형체로 한다는 것이죠.

 

개가 영역 표시하는 것이나 인간이 하는 짓이나...

다른 것은 무엇이고 같은 것은 또 무엇입니까?

이런 행위가 동물의 본능이라고 해도 되겠습니까?

 

세상은 세월이 흐르면 인간이나 성벽이나 모두 사라지고 덧없이 흙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칼파의 세월 중에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입니까?

라고 佳人은 아빌라를 떠나며 이런저런 그런 생각이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이지요.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유럽여행을 하며 동양 삼국의 단체관광객 모습에서 나라마다

재미있는 특색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확연한 차이가 나기에 멀리서도 금세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일본 패키지 팀은 우선 나이가 많습니다.

아마도 삼국 중 제일 고령일 겁니다.

 

제일 앞에서 깃발을 들고 가면 모두 유치원 병아리처럼 아주 온순하게 줄을 지어 따라갑니다.

마치 "참새!" 하고 가이드가 소리치면 "짹짹!" 하고 자동으로 나오듯 말입니다.

옷도 주로 회색에 가까운 튀지 않는 옷을 입습니다.

색이 화려하지 않은 챙이 짧고 둥그런 모자를 주로 씁니다.

서로 대화할 때는 누가 들을세라 비밀스럽게 소곤거리며 이야기합니다.

 

마치 환자들이 줄을 지어 가는 듯 활력이 없습니다.

가이드가 설명할 때는 모두 유치원생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길을 건널 때 횡단보도가 아니라도 가이드가 무단횡단을 하면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모두 얌전히 줄을 지어 무단 횡단합니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지만, 단체가 되면 불법 무단횡단이라도 전혀 거리낌 없이

자행하며 단체만 되면 준법정신은 사라지고 그게 설령 죽음으로 가는 길일지라도

모두 따라나선다는 점입니다.

사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횡단보도 신호를 잘 지키지 않더군요.

 

중국 패키지 팀은 연령대가 젊은이부터 나이가 든 사람까지 제일 다양합니다.

단체임을 과시하려는 듯 빨간 모자로 통일하거나 때로는 같은 색깔의 조끼를 입기도 합니다.

그들은 협동심이고 단결된 힘을 보여준다고 그렇게 하지만, 억지스럽고 조금은 촌스러울 뿐

아니라 행동은 전혀 단합된 모습이 아니지요.

모자가 야구모자로 마치 옛날 운동회에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주 시끄러워 멀리서도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은 성조 때문에 자연히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언어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옷이 아직은 세련되지 않고 검은색 옷을 주로 입습니다.

모처럼 해외여행을 왔기에 전당포에서 빌려 입은 것 같은 우리의 70년대 어색한 양복에

양장 차림을 하고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뭐 중국인은 산에 올라갈 때도 스커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올라가는 민족이니까요.

 

가이드가 유적에 관한 설명을 하면 듣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이드는 무척 열성적으로 설명합니다.

담배를 아무 곳에서나 피우고 함부로 버리지만, 스페인도 그에 못지않은 담배 자유방임

국가이기에 아주 잘 매치가 됩니다.

 

무단횡단을 할 때는 아주 자연스럽게 건넙니다.

그게 지금의 중국에서 자동차와 서로 경쟁하며 무질서하게 건너 다니며 몸소 터득한

방법이기에 아주 자연스러우며 유럽의 자동차 문화는 무조건 사람 먼저이기에

크게 무리 없이 왁자지껄 건너도 자연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패키지 팀은 멀리서 보아도 옷이 화려합니다.

아주 튀는 색깔의 옷을 입고 오기에 마치 무지개나 신호등이 단체로 움직이는 듯합니다.

마치 한국의 가을 단풍이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든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듯 화려합니다.

일본이나 중국보다 훨씬 세련된 옷차림과 칼라 감각이 돋보입니다.

여성은 스카프는 기본으로 두르고 다니죠.

 

전혀 통제되지 않은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지나갑니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무척 깁니다.

선두와 후미뿐 아니라 좌우 폭도 엄청나게 넓어 다른 팀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길을 잃어 고생하는 사람이 없이 잘도 찾아갑니다.

 

끼리끼리 큰소리도 대화하며 단체 일행임에도 그들은 소규모 그룹이 다시 형성되어 다닙니다.

대부분 화려한 원색의 등산 모자를 쓰고 등산화를 많이 신습니다.

나이는 중년부터며 동양권 삼국 중 중간 정도의 연령대입니다.

성별은 주로 여자가 8:2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자는 가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정쩡하게 다닙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남자는 50살만 넘으면 해외여행이 금지라도 되나 봅니다.

 

무단 횡단할 때는 교통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꼭 그 옆의 횡단보도를 건너자고

일행을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이드가 일행을 한 곳에 모아 그곳에 관한 설명을 할 때는 반 정도는 경청하고 나머지 사람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거나 끼리끼리 모여서 신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서서 그곳에 대한 내용을 가이드에게 다시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추가로 서양 단체는 대부분 나이가 무척 많습니다.

대부분 부부로 다닙니다.

대부분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습니다.

동양인과 다른 점은 사진의 대상이 주로 관광지 그곳의 모습이라는 점입니다.

 

동양인은 그곳의 모습도 찍지만 대부분 중요한 포인트 앞에 서서 아름다운 대상을 가리고

그 앞에 서서 전신사진을 찍거나 얼굴이 커다랗게 나오는 인물사진을 찍습니다.

인증 사진이 꼭 필요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얼굴이 몸 전체와 비교했을 때 원초적으로 동양인의 얼굴은 그 비중이 무척 큰 편입니다.

자세 또한 화려합니다.

가끔은 손을 어찌할 바 몰라 V자를 그리거나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제스처를 합니다.

미소를 예전에 잃어버려 어떻게 웃는지 몰라 간혹 이상한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마치 영정사진 찍듯 했지만,

지금은 다양하고 앙증맞은 포즈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많은 여행을 했기에 이제는 화려한 포즈를 취하기도 하지요.

예전에는 마치 방금 싸운 사람처럼 시무룩하게 다녔지요.

 

그러나 남자는 아직도 영정사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여자는 마치 화보 사진이라도 찍는 듯 많은 진화를 했지요.

남자들은 대부분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었으며 여자들은 마치 패션쇼를 방금 마친

모델이 그 옷을 입은 체 여행을 온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짧은 여행일지라도 가방은 마치 이민을 온 사람처럼 크고 여러 개를 가지고 다닙니다.

佳人도 아직까지 카메라 앞에만 서면 경직되고 미소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영정사진을 찍고는 합니다.

그렇기에 얼굴이 나오는 사진은 가능하면 찍지 않고 다닙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하다 보니 여행자의 모습에서도 동서양의 차이뿐 아니라 세대 간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요즈음 젊은 세대는 너나 할 것 없이 셀카 봉을 들고 스스로 알아서 셀프서비스하더군요.

대신 일행이 있어 누가 찍어 줄 사람이 있으면 남녀 불문하고 점프 샷도 자주 합니다.

우리 나이에 그랬다가는 무릎관절이 나갑니다.

 

여행이란 개인마다 무척 다양한 방법으로 다니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개인마다

즐거운 방법으로 여행하면 된다는 점입니다.

왜?

사람마다 모두 자기 자신이 소중하니까!

그러나 이런 이야기도 순전히 佳人의 개인적인 이런저런 그런 생각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