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원 징푸거(景福閣 : 경복각)는 달 구경하는 곳이라 합니다.

2012. 1. 24. 08:00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지혜해를 나와 동쪽 언덕을 따라 내려갑니다.

지혜해를 다녀왔으니 세상의 모든 지혜는 佳人의 손바닥 안에 있습니다.

세상을 안다는 일이 이렇게 쉽다니...

 

이번에 우리 부부는 해취원이라는 곳을 찾아갑니다.

그곳에는 원림 속의 또 하나의 원림이 있다고 하네요.

거대한 이화원 안에 그곳과는 다른 정원이 있다니 한번 찾아가 봐야 하지 않겠어요?

원림 속의 원림이라면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요? 

 

숲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아까 돌아보았던 암투와 사치와 권력의 상징인 건물이 보이네요.

그곳에서 왼쪽 언덕에 건물 하나가 숲 속에 살짝 보입니다.

일단 올라가 봅니다.

이곳은 이화원에 바글거리던 그 많은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괴이하고도 신기한 일입니다.

 

위의 지도를 참고하시면, 오른쪽 아래에 많은 전각이 보이는 곳이 아까 돌아본 곳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중간에 보이는 곳이 해취원이라고 하는 예쁜 정원으로 우리 부부가 찾아가는 곳입니다.

그런데 숲 속에 경복각이라는 누각 하나가 외로이 있네요.

이곳이 바로 달이 뜨면 달구경하고 비가 오시면 비 내리는 구경하는 곳이라 합니다.

 

환장하게도 비 온다고 비내리는 구경하는 장소가 따로 있을 줄이야 꿈엔들 생각할 수 있나요?

이곳의 위치입니다.

해취원으로 내려가는 언덕 중간쯤에 있습니다.

아주 별의별 폼은 다 잡고 사셨군요?

 

이곳이 바로 청승맞게도 비 내리는 구경하고 달을 구경했다던 징푸거(景福閣 : 경복각)이군요.

아주 처마 끝이 멋들어진 누각형 건물입니다.

능력이 되는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우리와는 다른가 봅니다.

민초는 비 내리면 홍수 날까 걱정이고, 달이 뜨면 가물 들까 걱정인데...

세종대왕께서 이 소리를 들으셨다면?

"G랄하고 자빠졌네!"라고 하시지 않았을까요?

 

만수산 동쪽 산등성이에 있는 건물로 서태후가 비 내리는 풍경이나 달빛을 감상하던 낭만적인 장소로

매년 7월 칠석에는 서태후가 견우와 직녀를 위한 제사를 지낸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견우와 직녀는 또 서태후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정말 할 일 없는 사람이 @@하고 자빠졌습니다.

만초를 돌봐야 할 사람이 있지도 않은 견우직녀에게 제를 올린다고요?

 

왜 서태후 자기가 제사를 지낸답니까?

견우와 직녀가 사랑하여 서태후를 생산하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할 일이 없는 사람은 이렇게 있지도 않은 가공의 전설을 놓고도 제사를 지내고 살았군요. 

 

경치 감상을 하는 곳이라 천장에 정신 사나운 용과 봉황은 모두 휴가를 보냈나 봅니다.

그 대신 이 건물의 용도에 맞게 꽃 그림으로 도배를 했군요?

 

아주 별 쇼를 다 하고 사셨군요?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달빛이 교교하게 비추면 달빛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고양이 두 마리가 나비를 희롱합니다.

아닙니다.

정확한 표현은 고양이가 희롱당하고 있지요.

 

그럼 눈이 내리는 날은 어땠을까요?

미끄럽다고 가지 말자고 했을까요?

서태후라면 가마 타고 왔을 텐데...

 

이곳은 이화원을 저잣거리로 만든 그 많은 관광객이 한 명도 없습니다.

빨간 깃발과 모자, 그리고 스피커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아주 고요하고 한적한 산책코스입니다.

이럴 때는 佳人은 황제가 되고 울 마눌님을 황후로 만들 절호의 기회입니다.

제가 오늘 조금 오버해도 되겠습니까?

 

그런데 둘이서 이곳에서 무얼 하고 놀까요?

엄앵란과 신성일이 젊은 시절 즐겼던 국민 놀이인 "나 잡아 봐라~"는 어떻겠어요?

지금은 무척 촌스럽게 보이겠지만, 그때는 그 놀이가 국민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사내가 더 빠르기에 빨리 뛰거나 반대로 가면 쉽게 잡을 수 있지만, 두 사람의 간격이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영원한 청춘의 국민놀이 "나 잡아 봐라~"라는 놀이 말입니다.

요즈음 두 사람 사이가 예전만 못한가 봅니다.

"나 잡아 봐라?"라고 하더니만, 이제 더 잡을 필요가 없어져 버렸나 보네요.

 

아~ 이런 젠장... 치켜뜬 처마가 하늘로 날아오를 듯합니다.

아닌가요?

지금 막 한 마리 나비가 이곳에 내려앉는 모습입니까?

처마에 흐르는 선이 낭창 하게 날아오르는 듯합니다.

정말 멋을 잔뜩 부려 지은 건물입니다.

 

이곳에서 좌우로 문무 대신을 거느리고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눈에 훤~ 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 딸랑이들이 영원한 종을 자처하고 나서 안전에서 알짱거렸겠지요.

 

울 마눌님이 이곳에 저렇게 앉아 있으니 서태후 뺨칩니다.

순전히 뺨 만 치겠지요?

서태후보다 더 기품 있어 보입니다.

마님~저 돌쇠입니다요~

마당에 장작이나 팰까요?

아! 이런~

佳人이 딸랑이였습니다.

 

이화원에 오시면 이곳을 들려보세요.

동행한 상대를 졸지에 황제나 황후로 만들어 줍니다.

비록 날씨가 청명해 비가 오지 않고 날이 밝은 대낮이라 달도 볼 수 없지만 말입니다.

사랑은 이렇게 대낮에 달도 뜨지 않고 비도 오지 않는 날씨라도 두 사람만 마음먹으면 무럭무럭 자랍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에는 바로 "딱이다~ 딱이야~~" 

마음속의 달을 띄우고 비를 내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사랑은 벌건 대낮에도 달을 띄우고 비를 내립니다.

이화원에 오시면 이곳을 한번 거닐어 보세요.

 

건물 구조가 十 자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누각처럼 만들었으나 가운데는 닫힌 공간이고 바깥으로는 열린 독특한 누각 형태입니다.

그러니 이 누각 아래에 앉아 비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서태후는 청승도 떨고 있었습니다.

맞아요.

그것은 달을 즐기고 비를 즐긴 게 아니라 청승 바가지를 긁고 있었던 겁니다.

정말 환장하게 멋지게 산 여인이었네요.

서태후에게 佳人의 사랑 메시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오늘 이곳은 내부수리 중인가 봅니다.

내부에 있던 유물을 밖으로 가져가는군요?

아마도 보수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너무 허술하게 다루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중추절과 중앙절(음력 9월 9일)에는 휘영청 밝은 달빛을 조명 삼아 화려한 연회가 벌어지곤 했던 곳이랍니다.

크하하하~

아주 인간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별의별 쇼를 다하셨습니다, 그려~

 

그래요 한 세상 살아가는 일이 이런 멋진 일도 하며 살아야지요.

맨날 백수처럼 집안에 처박혀 살다 어느 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더 폼은 났겠어요. 그쵸?

 

1948년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이 장제스의 국민당군을 크게 물리친 후 이곳에 동지들과 모여

베이징 해방에 관한 담판을 벌인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 해취원에 간다고 나섰다가 중간에 경복각이라는 곳에 들려서 잠시 노닐다 갑니다.

자유여행이란 이렇게 길을 찾아가다가 좋은 곳이 있으면 잠시 들려 놀다 가지요. 그쵸?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佳人은 비 오시는 날에는 거실에 앉아 비 내리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달이 뜨는 날이면 또 거실에 앉아 달구경을 합니다.

눈이 와도 꽃이 피고 바람 불어도 1년 사시사철 같은 자리에 않자 컴퓨터 책상을 거실 창가에 두고

밖을 바라보며 감상합니다.

세상은 이렇게 목적에 맞는 장소를 따로 만들고 그곳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다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음악도 들어가며 세상을 모두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백수의 삶도 거실 컴퓨터 앞에 앉아 커피도 마시며 세상을 섭렵하니 서태후도 부럽지 않습니다.

우리의 백수 여러분! 오늘도 홧팅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