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니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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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사람, 미운 사람,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
팔라스 데 레이에 도착해 숙소를 정했습니다. 이 마을에는 알베르게가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곳 중 우리가 찾아간 알베르게에 지난밤 옆자리에 누워 혼자만 열심히 코를 골며 자다가 아침에 바람처럼 사라진 바로 그 독일산 증기기관차가 그곳에 숙소를 정하고 부인과 함께 막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식겁했습니다. 지난밤의 악몽이 생각나 눈인사만 하고 얼른 돌아서 나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오늘 佳人 고객님 정말 많이 당황했습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사설 알베르게로 1인당 10유로에 방을 구하고 땀을 흘렸기에 빨래와 샤워까지 마치고 마을 구경을 합니다. 이렇게 일찍 새벽부터 걷고 다른 여행자보다 먼저 까미노를 마치고 난 후 샤워에 빨래까지 끝내면 마치 밀린 숙제를 모두 마친 개운한 기분이..
2015.02.06 -
까미노 두 번째 날 곤사르를 향하여
이제 우리의 까미노 이틀째 이야기입니다. 어제는 까미노의 리허설이었다면 오늘은 본 게임이네요. 오늘은 페레이로스에서 곤사르까지 약 16km를 걸었던 이야기입니다. 지난밤은 10월 초순인데도 무척 추웠습니다. 방에 있는 옷장 속에 두꺼운 밍크 담요가 있어 두 개나 덮고 잤습니다. 지금까지는 밤이 그렇게 춥지 않았지만, 북으로 많이 올라왔나 봅니다. 2014년 10월 4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갈리시아 지방은 지금 10월부터 우기에 접어든다고 하네요. 이 시기부터는 늘 비가 자주 뿌리고 밤에는 무척 춥다고 합니다. 사실, 낮에는 걷느라고 더웠습니다. 아침 7시 반은 이곳에서는 아직 캄캄한 새벽입니다. 이제 두 번째 날을 걷기 위해 배낭을 챙겨 길을 나섭니다. 이렇게 새벽부터 서두르는 이유가 오늘 걸어야 할..
2015.01.30 -
아빌라를 떠나며 이런저런 그런 생각들...
오늘 아빌라를 떠나 아주 역사가 깊은 살라망카라는 도시로 갑니다. 스페인의 도시는 사실 어디나 역사가 깊은 곳이지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시간이 멈춘 듯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그중에서도 살라망카의 역사는 공인된 곳이라고 하더군요. 아빌라를 떠나며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멀리서 바라보면 아빌라 고성은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또 밤에는 어떻습니까? 같은 곳에 서서 바라보아도 시간을 달리하면 또 다른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모습도 생각이 깊어지니 자꾸 엉뚱한 생각으로 발전합니다. 좌우지간 佳人은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빌라를 떠나며 이런저런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흔히 동네 산책길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
2015.01.14 -
성녀 테레사의 고향 아빌라
아빌라에서 성벽 위로 걷는 성벽 투어는 낮에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성벽 위로 올라가서 걷는 것은 그냥 올라가는 게 아니라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야 합니다. 이런 성벽 길을 좋아하시는 분은 올라가서 걸어보는 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 말고도 히로나에서도 성벽 길을 걸었고 앞으로도 여러 곳을 걷기 때문에 굳이 아빌라에서 성벽 위로 올라갈 이유가 별로 없어 보여 포기했습니다. 대신 성벽 안팎으로 걸었고 낮에도 밤에도 걸었기에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멋진 풍경을 보려면 성벽 위보다는 구시가지 성벽의 서문으로 나와 아다하 강을 건너 조금 걸어가면 사각의 틀 안에 십자가를 세운 곳이 있습니다. 쿠아트로 포스테스(Los Cuatro Postes)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쿠아트로 포스테스란..
2015.01.12 -
천 년 그리고 또 천 년의 세월을 버틴 로마 수도교.
알카사르를 언덕 아래에서 고성을 올려다보고 난 후 다시 올라가려니까 가파른 언덕이라 힘이 들겠어요. 내려올 때는 룰루랄라 하며 내려왔었는데... 그래서 세고비아 구시가지 순환도로를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걸어갑니다. 그 이유는 다음에 구경하려고 하는 곳이 로마 수도교이고 언덕을 올라가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지 싶네요. 위의 사진을 보시면 이정표에 곧장 가면 아쿠에둑토라고 수도교라는 말이 있습니다. 얕은꾀를 냈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이 아니기에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이나 볼까 하고 말입니다. 구시가지 동쪽 끝에 틀림없이 로마 수도교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도 있고.. 아래 사진을 보시면 제일 왼쪽에 보이는 파란 원이 있고 뷰 포인트라고 쓴 곳에 눈이 그려져 있는데 그 말은 그곳에서 알카사르..
2015.01.06 -
시간 여행 세고비아
세고비아로 가는 여행은 시간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입니다. 로마 시대의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이슬람과의 치열한 전쟁 속에서 여기 세고비아는 레콩키스타(이베리아 반도 국토회복운동)의 전초기지로 중요성은 그때부터 인식되었을 겁니다. 그런 전초기지의 모습이 백설공주와 결합해 가장 아름다운 성 중의 한 곳으로 알려지며 많은 관광객이 모여듭니다. 지금이야 조용하고 작은 유적도시로만 인식되지만... 이런 곳으로의 여행은 정말 시간을 거슬러 그때로 잠시 돌아갔다 오는 여행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골목길 하나라도 빼놓지 말고 천천히 두 발로만 걸어 도시 탐험에 들어갑니다. 맞아요! 원래 이런 곳은 그렇게 구경하는 겁니다. 그냥 걷다가 돌담에 기대서서 그냥 우두커니 한참을 바라보는 겁니다. 서로 아무런 말도..
201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