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그리고 또 천 년의 세월을 버틴 로마 수도교.

2015. 1. 6.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세고비아

 

알카사르를 언덕 아래에서 고성을 올려다보고 난 후 다시 올라가려니까

가파른 언덕이라 힘이 들겠어요.

내려올 때는 룰루랄라 하며 내려왔었는데...

그래서 세고비아 구시가지 순환도로를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걸어갑니다.

그 이유는 다음에 구경하려고 하는 곳이 로마 수도교이고 언덕을 올라가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지 싶네요.

 

 

위의 사진을 보시면 이정표에 곧장 가면 아쿠에둑토라고 수도교라는 말이 있습니다.

얕은꾀를 냈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이 아니기에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이나 볼까 하고 말입니다.

구시가지 동쪽 끝에 틀림없이 로마 수도교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도 있고..

아래 사진을 보시면 제일 왼쪽에 보이는 파란 원이 있고 뷰 포인트라고 쓴 곳에 눈이

그려져 있는데 그 말은 그곳에서 알카사르를 째려보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이 길의 이름이 산토 데 도밍고 구스만 거리라고 이름이 너무 길어 부르다가

숨넘어가겠습니다.

위의 지도에서 왼쪽의 뷰 포인트에서 출발해 검은 선을 따라 오른쪽 로마 수도교까지

걸었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가 걸었던 북쪽 도로보다 남쪽으로 도는

순환로에 성벽 아래로 멋진 산책로가 있는 것을 알았네요.

혹시 시간이 넉넉하시면 남쪽 순환로를 걸어보세요.

 

 

그런데 조금 걷다 보니 이 길은 관광객은 커녕

이곳 주민조차 다니지 않는 자동차 도로네요.

스페인에서 늘 만나는 그 많은 개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오른쪽에 세고비아 성벽을 끼고 걸어가니 기분은 좋습니다.

성벽 안에서는 느낄 수 없었는데 세고비아 구시가지 자체가 성벽으로 둘러싸인 높은 언덕 위에

있는데 이런 길이 아니라면 어찌 이런 오래된 성벽이 세고비아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했겠어요?

여행이란 이렇게 같은 방향으로 걷더라도 길을 달리하면

또 다른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고 위안하며...

 

 

왼쪽에 수도원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IE라는 대학 건물이 있습니다.

IE대학이라면 혹시 Internet Explorer 대학이란 말? ㅋㅋㅋ

문의 화려한 장식을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대학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콧김은 물론 인기척도 없습니다.

 

 

한참을 걸어가니 멀리 수도교로 보이는 건축물이

끄트머리만 조금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대로 왔네요.

 

 

언덕에 올라서니 눈앞에 펼쳐진 멋진 수도교.

이 구조물이 바로 이천 년이나 지난 로마 시대에 만든 물길입니다.

깨끗한 물에 대한 욕구는 그때도 있었나 봅니다.

왜 아니겠어요?

위의 사진은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 찍은 사진의 반대편입니다.

 

 

여기를 찾는 사람은 목이 빠지라 이 물길이 지나는 수도교만 바라봅니다.

워낙 대단한 구조물이니까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그러나 이 물길의 끝은 어디일까요?

 

 

궁금하면 묻고 다닙니다.

바로 알카사르까지 이어지는 물길입니다.

위의 사진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이를 히든 루트라 하는데 수로의 어머니라는 Canal Madre라고 부른다네요.

 

 

우리가 본 모습의 이런 수도교는 극히 일부분만 보았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지금은 사라지거나 지하로 묻혀버려 볼 수 없는 수로가 이곳에 있답니다.

 

 

이렇게 물길이 높은 구시가지 전체로 골목골목으로 골고루 동맥처럼 흘러들어

가야 하기에 여기의 수도교가 그 높이가 무려 27m나 된다는 것 아니겠어요?

정말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로마의 과학은 대단합니다.

우리가 아무 느낌 없이 밟고 돌아다닌 골목길이 2천 년 전의 역사 현장이었다는 사실.

우리는 그런 위대한 역사 위를 걸어 다닌 겁니다.

 

 

이렇게 알카사르란 카스티야 왕국에서 만든 게 아니라 그 이전 무어족이 이곳을 지배할 때

왕궁으로 사용했고 그 이전에 이미 로마가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할 때 지금의 알카사르를

그들의 통치 거점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무어족은 로마가 물러간 후 그냥 숟가락만 놓고 리모델링만 했을까요?

수로의 마지막 종착지는 알카사르이기에 분명히 로마 때

이미 알카사르가 있었다는 이야기겠죠.

 

 

스페인 땅에 로마 제국이 건설한 수도교가 남아있다는 말은 이 도시의 역사가 무척

오래된 곳이라는 의미이며 지금까지 남아있는 로마 시대에 만든 수도교 중

여기 세고비아의 수도교가 가장 완벽하고 아름답다고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수도교가 있는 옛 로마유적지 중 한 곳인 메리다라는

유서 깊은 도시에도 우리는 들렸습니다.

 

 

메리다는 작은 로마라고 부를 정도로 당시의 유적이 모두 남아있는 곳이더군요.

그 도시에는 수도교가 두 개나 있을 정도로 당시에 로마의 근거지 중 가장 큰 곳이었지만,

여기처럼 완벽한 형태로 남은 게 아니라 일부가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수도교가 있는 곳은 버스 터미널에서 앞으로 난 큰길을 건너

계속 직진을 하면 광장이 나타납니다.

이 광장을 아소게호 광장이라 하나 봅니다.

실제로 세고비아 여행의 시작은 이 광장에서 시작하나 보네요.

 

 

그런 광장이기에 광장 구석에는 관광 안내소가 있습니다.

무조건 들려 세고비아 지도도 무료로 얻고 여행 정보도 얻어야겠습니다.

우선 수도교를 중심으로 기념사진도 한 장 찍고 말입니다.

우리 부부 사진은 민폐라는 이야기가 있어 가급적 올리지 않습니다.

 

 

이 로마 수도교는 기원전 1세기경 트리야누스 황제 시절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하고

천년만년 지배하기 위해 15km나 떨어진 푸엔프리아 산맥의 아세베타 강으로부터

주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물을 흘려보내는 시설로 기울기가 1km 길이에

최대 10cm의 낙차를 보인다 합니다.

1km의 거리에 10cm 높이라는 대목에 밑줄 좌아악 쳐야 합니다.

대단한 로마제국 삽질의 승리며 과학의 승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기에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으로 지정했지 싶네요.

 

 

높이가 무려 27m 나 되는 불가사의한 이곳을 로마인들은 이곳에서

천년만년 살기 위해 미래를 내다보고 이런 웅장한 수로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물길을 만들면 정복자로서의 쾌감도 느꼈을까요?

이런 삽질도 예산 때문에 반대가 많았겠지요?

실제 메리다라는 도시에서는 반대도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로마가 건설한 수도교 중에 가장 원형대로 남은 것이 여기라고 했던가요?

728m의 길이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화강암 블록만으로 쌓아 167개의

2단 아치형 다리로 만들었다는데 아치 숫자만 167개라니?

정말 웅장한 느낌이 절로 드는 곳입니다.

정말 접착제를 사용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돌덩이를 헐어냈다가 다시 쌓으라 할까요?

 

 

돌을 쌓아 아치형 다리처럼 만들었지만, 돌 사이에는 어떤 접착제도 사용하지 않고

화강암으로 정밀하게 쌓음으로 지금까지도 부서지지 않고 1884년까지는 처음처럼

사용했으나 한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1928년부터는 다시 물이 흐르던 관에

수도 파이프를 설치해 지금까지 사용 중이라 합니다.

여기 세고비아는 아직도 로마의 혜택을 보고 있다는 말이네요.

 

 

 로마 시대에 만든 것이기에 아마도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일 겁니다.

약 2천 년은 되지 않았겠어요?

우짤꼬~

로마는 이런 위대한 구조물을 만들고 패망해 돌아갈 때 아까워

어찌 이것을 두고 갔나 모르겠습니다.

 

 

원대한 미래를 보고 계획해 만들었을 텐데 이런 대단한 걸작품을 여기다 두고 가다니...

뭐, 이슬람은 알람브라 궁전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투 없이

그냥 포기하고 물러나기도 했지요.

그때 이슬람의 보아브딜 왕은 시에라 네바다 산을 넘어가며 나라를 빼앗기는 것보다

알람브라 궁전을 빼앗기는 게 더 가슴 아프다고 했답니다.

헐!!! 정신 나간 왕이 맞죠?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는 이유가 제일 위에 올린 아치 중앙 부분의

종석이라 부르는 돌이 아래로 누르는 힘이라 합니다.

아주 단순한 원리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 묵묵히 시간을 초월해

그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네요.

 

 

이런 유적지는 야외에 있기에 관람료를 받지 않아 무료입니다.

만약, 중국이라면 울타리라도 높게 치고 입구를 아주 멀리 만들어 밖에서

수도교가 보이지 않게 장막을 친 후 경구 안에만 다니는 버스만 타고 들어가게 해

입장료와 경구 안을 운행하는 버스요금까지 낸 후에만 들어갈 수 있겠지만....

여기는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광장이 구시가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니 이 광장에서 세고비아 여행이

시작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느데 세상에 로마에 가지 않아도 로마의 유적을 본다는 일...

로마는 진정 위대했던 제국이었나 봅니다.

앞으로도 이베리아 반도를 다니며 얼마나 더 많은 로마 유적을 만날지 모르겠습니다.

 

 

이 광장부터 이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세고비아의 구경거리는 모두 모여있습니다.

그 마지막이 알카사르라는 백설공주에 나온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지요?

우리는 반대로 구경하는 중이지만, 이곳 여행의 시작은 아소게호 광장이요

그 끝은 알카사르네요.

 

 

수도교를 그냥 밑에서만 올려다보지 맙시다.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세고비아의 멋진 전경도 덤으로 따라옵니다.

비싼 경비를 들여 멀고도 먼 이곳까지 왔는데 하나라도 더 보고 가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처럼 이곳에서 하루를 머물고 가게 되면 밤에 또 한 번

같은 길을 복습해도 좋습니다.

낮에 보았던 풍경과 밤은 또 다른 풍경일 테니까요.

그걸 야경이라 하던가요?

 

 

왜 밤에 쉬지 않고 싸돌아다니느냐고요?

아 글씨!!!

알카사르 야경 본다고 갔다가 불이 켜지지 않아 화딱지가 나서 여기 다시 왔다니까요.

 

 

그럼 아침에도 왔느냐고요?

그걸 말이라 하십니까?

아빌라로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가려고 이곳으로 내려와 아침 해를 바라보며

밤새 차가워진 돌덩어리가 따뜻하게 데워지는 모습을 보았지요?

 

천 년 그리고 또 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묵묵히 버틴 수도교.

천 년이라는 세월은 힌두교에서 데바라는 선신이 아수라라는 악신과 동맹을 맺어

우유의 바다를 젓는다는 유해교반(乳海攪拌)을 통해 영생불사의 생명수

암리타를 얻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여기 수도교는 암리타를 두 번 얻을 시간 동안 묵묵히 버티고 있으니...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럼 이제 세고비아 여행은 끝이냐고요?

아니지요,

아직 사진이 많이 남아있는데 내일 다시 그 사진을 보며

다른 루트로 갔던 이야기를 하고 가야죠.

그 사진 여기 올리지 않으면 쟤들 삐쳐요.

어렵게 떠난 여행 그냥 적당히 보고 가면 안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