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세고비아

2015. 1. 2.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세고비아

세고비아로 가는 여행은 시간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입니다.

로마 시대의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이슬람과의 치열한 전쟁 속에서 여기 세고비아는

레콩키스타(이베리아 반도 국토회복운동)의 전초기지로 중요성은 그때부터 인식되었을 겁니다.

그런 전초기지의 모습이 백설공주와 결합해 가장 아름다운 성 중의 한 곳으로 알려지며 많은 관광객이 모여듭니다.

지금이야 조용하고 작은 유적도시로만 인식되지만...

 

이런 곳으로의 여행은 정말 시간을 거슬러 그때로 잠시 돌아갔다 오는 여행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골목길 하나라도 빼놓지 말고 천천히 두 발로만 걸어 도시 탐험에 들어갑니다.

 

맞아요!

원래 이런 곳은 그렇게 구경하는 겁니다.

그냥 걷다가 돌담에 기대서서 그냥 우두커니 한참을 바라보는 겁니다.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아무 느낌이 없다고 짜증 내지 마세요.

여행이란 원래 그렇게도 다니는 겁니다.

 

아치 사이로 바라보면 또 어떻습니까?

이런 모습이 바로 이곳에 살아왔던 민초들의 모습이 아니겠어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겠어요?

그냥 눈으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게 여행 아닌가요?

 

세고비아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가까워서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지요,

오늘 이곳으로 오는 버스 속에서 개인적으로 오는 사람도 만났고 무슨 투어라고 마드리드에서

젊은 한국인만 단체로 모아서 오는 팀도 만났습니다.

다니다가 낮에는 한국 패키지 팀을 세 팀이나 만날 정도로 한국 관광객이 점령하고 말았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패키지로 와도 되고 우리 부부처럼 두 사람만 배낭만 매고 와도 됩니다.

 

왜 아니겠어요?

꽃보다 할배에서 할배들도 이곳에 왔고 새끼 돼지고기를 먹을 때 고기 자른 접시를 깨는 장면도 보여주고

 구경하고 간 후 그런 음식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접시는 왜 깬 데요?

그게 바로 라이브라는 생쇼인가요?

워낙 많은 한국인이 위에 보이는 저 식당을 찾아가기에 그곳에는 한국어로 된 메뉴판도 있답니다.

 

물론 한국만 아니더라고요.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은 중국 단체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일본인은 물론 많고요.

그 이야기는 동양인의 정서에 딱 맞는 그런 관광지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단체 관광객이 모두 물러간 늦은 시각...

우리는 또 그곳을 찾아 그냥 바라보았습니다.

왜? 저녁에 특별히 할 일이 없었기에...

 

우리도 편한 패키지가 그립지만, 패키지로 다녀가면 늘 아쉬움이 남고 부족하기에 직접 찾아가는 여행을 주로 합니다.

여행에는 많은 종류가 있겠지만, 사람마다 좋은 방법을 택하면 되지 않겠어요?

여행에 정답이 어디 있겠어요? 그쵸?

 

골목길을 걷다가 올려다보니 위의 사진처럼 누가 우리가 왜 왔는지 궁금해 눈을 부릅뜨고 째려봅니다.

왜 째려보는데?

우리도 두 눈 부릅뜨고 숙소부터 찾아갑니다.

그냥 시비도 걸어가며 그렇게 다니면 되지 않겠어요?

 

버스 터미널에서 큰길을 따라 15분 정도 걷다 보면 눈앞에 로마 수도교가 보입니다.

어때요?

정말 대단한 유적이 아닌가요?

이곳에 오기 전에는 로마 수도교라는 신흥종교에 대해 무척 궁금했습니다.

로마 사람이 믿는 종교가 무슨 종교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곳에서 구시가지 방향인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는 메인 도로가 세르반테스 골목(Calle De Cervantes)이네요.

세르반테스라면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소설 돈 키호테라는 주인공을 등장시킨 작가가 아닌가요?

스페인에서는 세르반테스란 대단한 작가로 존경받고 있더군요.

 

우리에게 돈 키호테라고 알려진 소설의 원제목은 "재치 발랄한 향사 돈 키호테 데 라만차"라는 긴 이름의 소설이라네요.

원래 제목을 읽다가 숨넘어갈 뻔했습니다.

그냥 키호테라고 하지...

뚱뚱한 산초 판사, 비루먹은 로시난테...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풍차마을도 찾아가고 세르반테스가 머물며 소설의 구상을 했다는

코르도바의 여관도 찾아보았습니다.

나중에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침이라 마침 배도 고프기에 추로스 가게가 보이고 동네 사람이 많이 웅성거리며 먹기에 우리도 그 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추로스!!!"라고 호기 있게 주문합니다.

그랬더니 뭐라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스페인 말로 우리에게 물어봅니다.

그래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설마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는 우리 속담대로 말입니다.

 

나중에 보니 초콜릿 시럽도 함께 주문하겠느냐는 말이지 싶습니다.

아닌가요?

"설탕 듬뿍 뿌려줄까?"라고 말했을까요?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설탕도 팍팍 뿌려 갖다 주었는걸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게 3.5유로였습니다.

좌우지간,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추로스를 주문했고 츄러스를 먹었으면 된 게 아닌가요?

여행이란 이렇게 다니면 되는 게 아닌가요?

 

스페인의 유명한 음식 중 하나가 추로스라고 하지만, 우리 입맛에는 초콜릿 시럽에 기름에 튀긴 스틱 빵을

찍어 먹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너무 달아 나이가 든 사람에게는 별로라는 느낌이 드네요.

여기서 먹은 추로스가 스페인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가게를 나와 다시 휴대전화의 지도를 켜고 GPS에 나타난 우리 위치와 숙소의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갑니다.

여행이 이렇게 쉽고 편하다니...

아날로그 세대지만, 이렇게 디지털 기계를 이용해 처음 가는 외국일지라도 세고비아도 佳人의 손바닥 안에 있습니다.

이제부터 스페인은 삼장법사 손바닥 안에서 노는 손오공이 아니겠어요?

 

잠시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니 산 마르틴이라는 작은 광장이 있고 그 가운데 동상이 있습니다.

그 뒤로 들어가니 바로 숙소가 보입니다.

12시 체크인이지만 아침에 달려온 우리를 키가 작고 뚱뚱한 중년의 남자가 반갑게 맞아주네요.

처음에는 돈 키호테에 나온 산초 판사인지 알았다니까요.

똑 같이 생겼거든요.

 

호스테리아 나투라(Hosteria Natura)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숙소입니다.

원래 12시에 체크 인 하지만 배낭을 메고 구경 다닐 수 없어 가방만 보관하자고 했더니 웃으며 잠깐 기다리라 하고

전화로 방의 상태를 확인하고 지금 준비된 방이 있으니 들어가도 된다고 합니다.

1박에 40유로 방입니다.

 

열쇠가 두 개 달린 고리를 건네며 하나는 방 키 다른 하나는 호텔 출입문 키라며 혹시 늦은 밤까지 다니다 

문이 잠겼으면 직접 열고 들어오라 합니다.

참 배려 깊은 사람이네요.
아닌가요?

우리가 밤늦게까지 싸돌아다니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다는 말인가요?

아침 9시에 문을 열고 밤 9시에 문을 닫기에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올 때 깨우지 말라는 말이겠지요.

 

방은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햇볕이 아주 잘 드는 2층 방입니다.

햇볕이 아무리 잘 들면 뭐합니까?

온종일 밖에 돌아다닐 텐데요.

 

이곳은 한국에서 미리 호텔 예약 앱을 통해 예약한 곳입니다.

중국은 예약 없이 그냥 다니며 현지에서 방을 구했는데...

그 회사에서 예약 확인서를 보내주며 프린트하라고 했고 우리 아들은 혹시 모르니 그 내용을 다시 PDF인가?

뭔 가로 변환해 휴대전화에 넣어가라 했지만, 도착해 이름만 대니 이미 우리 예약 내용이 이곳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정말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佳人 촌놈이 티 내고 다닙니다.

 

일단 숙소에서 지도 한 장을 얻어 주요 관광지 표시와 뷰 포인트를 찍어달라고 하니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알려줍니다.

얼른 방에 배낭을 내려놓고 카메라 가방만 들고 나옵니다.

우리 숙소의 위치는 구시가지 중심으로 세고비아 고성인 알카사르와 로마 수도교 중간에 있습니다.

우선 알카사르부터 구경하렵니다.

 

아침 10시 30분 경이라 이곳에서는 아직 이른 아침인가 봅니다.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우연히도 아침에 출발하며 찍었던 위의 집에서 오늘 점심을 먹게 되었다는 인연.

 

간판도 예쁘네요.

이번 여행에서 처음 도착했던 바르셀로나는 한인 민박에 묵어 외국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오늘 처음 이곳에 와보니 이번 여행의 시작이 여기부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롭게 보입니다.

 

어멈?

아기 돼지가 옷을 벗고 누워있어요.

여기는 새끼돼지고기 코치니요 요리가 유명한 동네라죠?

그러나 그림의 떡.

울 마눌님이 채식주의라 佳人 혼자 먹을 수는 없잖아요.

 

조금 더 걸어가니 세고비아에서 가장 큰 중심 광장인 마요르 광장이 나옵니다.

마요르 광장을 중심으로 카테드랄과 시 청사 건물이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바로 대성당이라는 세고비아 카테드랄입니다.

 

위의 사진은 시 청사 건물이고요.

광장에는 관광 안내소라는 투리스모 오피시나가 있어  영어로 된 지도도 무료로 줍니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에서 지도를 얻었지만, 대부분 스페인어로 되어있어

다시 투리스모 오피시나에서 또 얻고 다녔습니다.

물론, 영어로 된 것으로 까막눈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영어로 된 것이 스페인에서는 편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밤새 야간기차를 타고 마드리드로 들어와 다시 여기까지 버스로 이동했기에 아직 잠이 덜 깨었나 봅니다.

이제 아침이 밝았으니 본격적으로 세고비아 골목 탐험은 내일부터 시작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