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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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로 운강석굴 찾아가기.
10월 20일 여행 10일째 여행을 하다보니 면 잠이 적어지나 보네요. 이른 새벽에 몇 번 깨어나며 더는 잠이 오지 않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구시렁거립니다. 어제는 멀리 떨어진 쉬앤콩쓰를 다녀왔으니 마음이 느긋해집니다. 오늘은 가까운 윈강스쿠(원강석굴)를 갔다가 오후에 다퉁 박물관과 선화사나 다녀올까 합니다. 어제 오전까지는 날씨가 좋아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지만, 어제 오후부터 하늘이 컴컴해지며 빗방울마저 조금씩 뿌려대네요. 중국 내륙의 겨울 날씨인 안개가 잔뜩 끼고 비가 자주 내리는 날이 돌아갈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아마도 이곳 동쪽을 가로막고 있는 태항산맥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오늘도 운무로 세상이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죽하면 촉견폐일이라는 말도 있습니까? 이 ..
2012.02.16 -
다통(大同 : 대동) 구룡벽
다통(大同)이라는 곳... 무엇이 그렇게 크게 같았을까요? 이 도시는 산서성에서는 북쪽에 자리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오래된 도시라고 해봐야 번데기 앞에 주름잡기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다퉁은 398년 북위의 도성이 되며 북방의 중심도시로 발달하게 된 곳이라 봐야 하며 그러다 보니 볼 게 많은 곳이지요. 우리가 이번 여행을 생각하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게 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다통은 가장 중국스러운 여행지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절벽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걸려있는 현공사라는 절... 자비로운 부처님의 미소가 있다는 윈강석굴... 그리고 북위가 수도로 삼으며 건설했다는 평성... 우리 부부의 눈을 휘어잡아 버렸지요. 또한, 북경에서 멀지 않고 더군다나 북경에서..
2012.02.15 -
하는 일이 즐겁다면 그곳은 낙원입니다.
이제 현공사를 모두 보았습니다. 터덜터덜 다퉁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네요. 워낙 작은 곳이라 모두 돌아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이곳이 볼 게 없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보았던 현공사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무척 많은 생각을 하며 다녔습니다. 현공사란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놀라움을 주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걸어 나오다 아쉬워 잠시 뒤를 돌아봅니다. 현공사를 올려다보니 지금은 이미 많은 사람이 밀어닥쳐 고속도로 정체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우리는 조금 이른 시간에 이곳에 왔기에 저렇게 기다리며 올라가지는 않았습니다. 저게 사람 구경이지 어디 생각이나 하며 신선을 만날 수 있겠어요? 신선 중의 하나는 틀림없이 안전을 책..
2012.02.14 -
현공사(쉬앤콩쓰 : 悬空寺)에 오르면 누구나 신선이 됩니다.
현공사는 북위 때인 6세기경 항산 금룡구라는 절벽에 처음 지어진 이후 금. 명, 청 3대에 걸쳐 보수하고 재건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합니다. 우리나라는 순수한 불교사원만 있지만, 중국은 이렇게 여러 종교가 한 곳에 모여 비장의 카드를 감추고 있다가 이게 아니면 저것을 꺼내 들 패를 지녔나 봅니다. 독채면 어떻고 전세면 어떻습니까? 여기처럼 한 지붕 세 가족도 있는걸요. 뭐 어떻습니까? 목적을 위해 아무나 바쁘지 않은 신이 먼저 나타나 도와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1.500년간이나 절벽에 매달려 지내며 소원을 비는데 아무리 돌아앉은 부처라도 미소 한 번 지어주지 않겠어요? 자꾸 도와달라 조르면 이방 저방을 옮겨 다니며 소원을 들어주어야 하는데 방과 방 사이를 오고 가는데도 찌릿찌릿할 겝니다. 그러니 차..
2012.02.13 -
통하였느냐?
현공사의 회랑이나 구름다리는 구도자나 참배자만 다니기 위해 만든 게 아닙니다. 그 안에 모셔놓은 부처와 공자 그리고 도교의 모든 신을 서로 연결하는 고리입니다. 어디 사람과 사람, 그리고 신과 신만 연결하는 고리겠어요? 이곳은 아울러 중생을 신의 세계로 사바세계와 천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다리라 보아야 할 겁니다. 한마디로 서로 통하게 하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곳에 오른 덜수도 세상과, 신과, 그리고 하늘과 通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만약, 여기를 올라 세상과 통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조금은 있는 사람일 겁니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사바세계는 미물에 불과합니다. 처마 끝에 걸린 용머리는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낭창 한 팔작지붕에 황금색 기와로 멋을 내고 ..
2012.02.11 -
추녀 끝에 걸린 풍경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항산 북쪽의 산허리에 달아매 놓은 천 년 사찰이 있습니다. 아래서 올려다보면 마치 성냥개비로 기둥을 만들어 받혀놓은 듯합니다. 만약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오르기라도 하면 과연 지탱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 절은 수직 절벽에 구멍을 파고 그 구멍 속으로 기둥을 횡으로 끼워 넣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린 형태이기에 그러다 보니 무게가 제법 나가는 대들보나 기둥의 숫자를 줄이고 심지어 누각은 창문마저 만들지 않았습니다. 문짝을 만들지 않은 이유는 무게도 줄일 뿐 아니라 바람이 불면 걸리지 말고 그냥 지나가라는 의미지 싶은데 그러나 처마는 무척 멋을 내어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좁은 공간에 위로 겹쳐 건물을 만들다 보니 위에서 아래 건물의 지붕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용마루나 올..
201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