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뚫고 까미노를 걸어 아르수아(Arzua)로.

2015. 2. 16. 08:00스페인 여행기 2014/까미노

점차 빗줄기가 강해집니다.

아무리 방수가 잘된 신발이나 옷이라 선전해도 줄기차게 내리는 비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점차 빗물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적십니다.

쉬지 않고 걸으니 비에 젖더라도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비가 퍼부어도 잠시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갑시다.

이런 길을 걸으며 훠이훠이 그냥 그렇게 지나친다는 일은 너무 각박한 일이잖아요?

어찌 생각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시골길이지만, 멀리서 이 길을 걷기 위해 여기까지 왔잖아요.

길은 같은 길일지언정 그 느낌은 다르지 않겠어요?

 

걷다가 힘이 들면 동행하는 사람을 위해 뒤돌아보며 미소 한번 지어주세요.

미소란 미소를 짓는 내가 알 수 없기에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미소란 바로 상대를 위한 배려입니다.

비록 작은 배려지만, 동행하는 상대는 힘이 나고 행복해집니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한국인도 서양인도 지을 수 있는 게 미소입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도 지을 수 있고 두 사람만이 까미노 길을 걷다 마주 보고 걸어가며 지을 수 있습니다.

힘이 들다가도 누가 나를 위해 미소 지으면 금세 힘이 나잖아요.

 

이런 숲길을 걷다가도 뒤를 돌아보고 잠시 미소 지어 주세요.

있잖아요?

나이가 드니 자꾸 미소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삶이 너무 퍽퍽해서 그럴까요?

 

미소란 어느 사람도 지을 수 있는 게 아닌가요?

무뚝뚝한 사람도 지을 수 있고 다정다감한 사람도 지을 수 있는 게 미소 아니던가요?

처음에 쑥스럽다고 생각되면 우선 이런 숲을 보고 연습해도 좋습니다.

가장 가까운 부부가 서로 마주 보고 연습해도 좋습니다.

 

佳人도 자연과 함께하며 미소 짓는 연습부터 해야겠어요.

지금까지 한동안 미소를 잃어버리고 살았나 봅니다.

미소 짓는 방법을 잃어버렸나 봅니다.

이렇게 여행을 하며 새롭게 삶의 지혜를 배워갑니다.

오늘부터 당신을 보고 자주 미소지으면 걷겠습니다.

 

돈도 들지 않고 힘도 들지 않는 최고의 사랑이 미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인가 봅니다.

미소 짓는 일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언젠가 미소 짓지 못해 슬픈 마음이 들지도 모릅니다.

미소 대신 눈물을 흘릴지도 모릅니다.

그런 시간이 오기 전에 자꾸자꾸 미소지어야겠어요.

살아있는 동안 당신을 위해 열심히 미소 지으렵니다.

비록 내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겨우 미소뿐일지라도...

 

이제 우리의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는 겨우 46km만 남았습니다.

체력이 좋은 사람에게는 이 정도의 거리라면 하루 정도의 거리입니다.

 

고사리처럼 보이는 작물입니다.

설마 이들이 고사리를 알겠어요?

 

반가운 꽃입니다.

겨레의 꽃 무궁화입니다.

젊은 시절 佳人이 다녔던 회사에서 "겨레의 꽃 무궁화를 심고 가꿉시다!"라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어 개인적으로

무궁화는 여는 꽃과는 다른 느낌을 들게 하지요.

이런 길에서 우리의 무궁화를 본다는 일이 신기합니다.

 

예쁘게 장식한 집이네요.

스페인에는 유난히 집 단장을 예쁘게 하는 집이 많습니다.

이런 풍조는 이슬람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여기는 이슬람의 영향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지역이지만...

 

이제 오늘의 목적지 아르수아에 가까워졌나 봅니다.

출발한 지 5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대체로 걷기 시작해 5시간이 지나면 오늘의 목적지까지는 거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멀리 걸어갈 수 있지만, 체력을 생각해 욕심을 부리지는 않을 겁니다.

 

마지막 언덕을 힘차게 올라갑니다.

아르수아는 까미노 길에서 언덕을 조금 올라가야 하네요.

오는 내내 비를 맞으며 걸었기에 한기마저 느낍니다.

이럴 때는 따뜻한 국물이 그립습니다.

특히 라면 국물 말입니다.

 

드디어 아르수아에 도착해 제일 먼저 관광 안내소인 오피시나 뚜리스모부터 찾아갑니다.

오늘 숙소를 찾기 위함입니다.

미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걷다가 체력에 맞게 쉬기 때문에 늘 현지에 도착해 숙소를 정했습니다.

 

오피시나 뚜리스모에서 시내 지도 한 장 받고 그 지도에 펜시온이 여러 개 모여있는 골목을 알려주네요.

그 골목 안에는 저렴한 숙소가 제법 많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곳이 우리가 숙소를 정한 30유로인 곳입니다.

층마다 와이파이가 모두 있지만, 방안에서는 제대로 연결되는 게 없네요.

 

뜨거운 물에 얼른 샤워하니 추웠던 몸이 풀립니다.

시계를 보니 1시 반이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마을 중심가로 나왔습니다.

이상하게도 걸을 때는 그렇게 쏟아졌던 비는 신기하게 그치고 구름만 잔뜩 흐린 날입니다.

덕을 쌓지 못한 사람이기에 이곳에서도 하늘의 도움을 받지 못하나 봅니다.

 

다행스럽게도 스페인어 옆에 영어로도 쓴 메뉴판을 붙인 식당이 있습니다.

메뉴 델 디아가 10유로네요.

1 요리 프리메로. 2 요리 세군도, 그리고 포스트레로 디저트와 커피도 준답니다.

그리고 빵과 드링크까지 모두 포함된 것이라 스페인에서는 메뉴 델 디아가 가장 실속 있는 점심입니다.

스페인은 나랏 말싸미 영어에 달라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하기에

그냥 영어로 옆에 쓴 이 식당으로 들어가 먹으렵니다.

 

그래서 제1 요리로 엔 살라다 파스타를 시켰는데 채소를 많이 주는지 알았으나 채소는 밑에 흉내만 내고

파스타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그 양이 공포스럽게 엄청난 양을 주는 겁니다.

그리고 왜 커피는 또 먼저 가져다 놓는 겁니까?

제발 커피는 식사 후에 주세요~~

 

제2 요리인 세군도로는 생선인 대구 요리와 소고기를 시켰습니다.

佳人이 시킨 소고기 요리에는 접시에 소 한 마리를 담아오는지 알았습니다.

먹다 먹다 도저히 먹을 수 없어 세 덩어리를 남겼습니다.

저 남긴 세 덩어리도 佳人에는 일 인분도 더 됩니다.

감자튀김도 남겼습니다.

제1 요리인 프리메로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엄청난 양의 음식이 나왔습니다.

 

위의 지도는 사리아로부터 출발해 아르수아까지 여정입니다.

이제 산티아고 대 콤포스텔라까지는 이틀만 가면 됩니다.

체력이 되는 사람은 하루 코스겠지만 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지금 당장 주변 사람에게 미소 한번 지어주세요.

그 미소는 마치 전염병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번져 갑니다.

내가 한번 지은 미소로 지구의 한쪽 귀퉁이가 밝아졌습니다.

 

언제나 손을 뻗으면 가까이 만질 수 있는 여보 당신에게는 자주 미소를 지어야 합니다.

사랑의 시작과 완성은 바로 미소로부터 시작해 미소로 끝을 맺습니다.

지금 미소 짓지 못하면 나중에 눈물을 흘릴지도 모릅니다.